거기에 길이 이어져 있다고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눈이 멀었으므로, 까만 세상을 손으로 겨우 더듬어 나아갔다
숲은 고요했고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온통이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하며 울부짖자
기척없이 나타난 고운 손 하나가 나의 왼손을 잡았다
오직 믿을 것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손길
믿어야만 하기에 믿었으나
그 이름없음은 나를 사막 속으로 이끌고, 내던졌다
이제 남겨진 것은 서걱서걱한 모래의 촉감
나는 말하는 법을 잃고 울부짖었다
오직 별을 나침반 삼아 나아갈 수 있는 곳 그러니
눈먼 나는 울다 지쳐 말라갈 것이다, 죽어갈 것이다
'아무도 없나요, 도와주세요'
말을 잃고 말았으니 내뱉어지지 않았다
모래를 쓰다듬다 옆으로 누워 몸을 웅크렸다
영원히 서걱서걱거릴 내 최후의 집
나는 거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