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GREEN SURVIVAL : 필요가 피로를 이긴 시대
연일 지속되는 미세 먼지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거쳐, 여름철 폭염 사태까지... 우리에게 2018년은 일상에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한 한 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카페에서 친환경 종이 빨대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페트병의 라벨 디자인이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바뀌는 것 등 생활 속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한 해이기도 합니다.
텀블러나 에코백 사용, 화장품 공병 반납이 비교적 익숙한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일상에서의 작은 선택을 하나씩 바꿔 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삶이 더 많은 친환경 소비로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변화는 SNS가 일상이 된 시대에 전 세계적인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실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움직임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이런 미래를 위한 시민들의 소비패턴 변화는 기업의 생산방식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당장의 편리함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는 소비, 미래를 위한 필요에 당장의 피로를 감수하는, 필환경(green survival)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합니다.
유럽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플라스틱 어택과 플로깅
플라스틱 어택은 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지를 매장에 버리고 오는 운동입니다. 2018년 3월 영국 소도시 케인샴(Keynsham)에서 시작돼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을 넘어 현재 미주, 아시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쇼핑 후 물건의 품질 보존과 무관한 이중 포장재를 직접 뜯어내면서 얼마나 많은 포장재가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셈이죠.
1만여 명이 구독 중인 플라스틱 어택 페이스북(@Plastic Attack Global)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캠페인 참여 인증샷과 기사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맨 처음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이 벌어졌던 영국 유통 업체 테스코(Tesco)는 플라스틱 포장재 줄이기에 동의하면서 2025년까지 100%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는 재질의 포장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대 포장 NO"...'플라스틱 어택' 환경운동 지구촌 확산> 기사 출처 : 서울경제
이런 활동은 단지 다른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2018년 7월 한국에서도 세계 1회용 비닐봉지안 쓰는 날을 기념해 약 30명의 시민들이 머리와 팔에 비닐봉지를 묶고 플라스틱 어택 운동을 벌였습니다. 장을 보거나 배달 음식을 먹고 나서 플라스틱과 비닐이 수북이 쌓이는 경험을 해봤기에 모두 공감할 수 있을 텐데요, 물건을 살 때 쓰레기까지 같이 살 것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 나쁜 포장재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비닐ㆍ플라스틱 포장재 더이상은 안돼요”…마트서 퍼포먼스> 기사 출처 : 해럴드경제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줍다'라는 뜻의 '플로카업(Ploka Up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기를 하면서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운동입니다. 조깅을 하러 나갈 때 에코백이나 비닐 봉지를 들고나가 페트병이나 쓰레기를 주워 담아오는 것입니다.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사용된 후 현재 전 세계로 확대돼 인스타그램에서 약 5.5만 개 #plogging 해시태그 게시물이 검색됩니다.
국내에서도 2018년 가을에 진행한 한강 '줍깅 운동회', 울산의 '플로깅데이 캠페인' 등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러닝 크루들의 '플로깅 런(Plogging Run)'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있는 그린 마케팅을 통한
기업의 에코 인플루언서 선언
1973년 등산 장비를 만드는 작은 회사로 시작한 파타고니아는 브랜드 미션(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에도 드러나듯이 지구와 환경을 핵심 가치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클라이밍, 스키, 서핑, 요가 등 석유를 사용해 모터를 돌리지 않아도 되는 '맨 몸' 스포츠 영역의 제품을 생산하며, 리사이클 소재와 유기농 순면 사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파타고니아는 '오래 입은 옷(WORN WEAR : BETTER THAN NEW)' 캠페인을 통해 새 옷을 사지 말고 해진 옷을 가져오면 수선해주겠다고 나섭니다. 옷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회사가 옷을 사지 말라니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이 캠페인으로 파타고니아는 의식 있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20대들에게 가장 쿨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생산과정을 공개해 100% 트레이서블 다운(사료를 강제로 먹이거나 살아있는 거위, 오리에서 얻은 털을 사용하지 않음) 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한 목욕 용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제품의 성분부터 용기까지 친환경을 추구하는 브랜드입니다. 유기농 원료와 공정무역을 통해 수급된 원료로 100% 재활용, 자연분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해 필환경 시대가 대두되기 전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을 실천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제품 용기에 100% PCR(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고체 화장품은 비닐 포장 없이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 종이로 간소하게 포장했습니다. 별도의 팀을 운영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 중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지로 보내지는 쓰레기의 비율을 10% 미만으로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와
친환경 소비 트렌드를 리드하는
스타트업들의 한발 빠른 활동
2014년 뉴욕의 스타트업 '롤리웨어(Loliware)'는 유기농 사탕수수, 유기농 타피오카 시럽, 한천 등 식물성 소재로 먹을 수 있는 컵 '롤리비타'와 빨대 '롤리스트로'를 만들었습니다. 상온의 음료를 24시간 동안 담을 수 있고, 체리, 녹차, 바닐라 등의 맛이 돌돌 말아서 파는 젤리와 비슷한 맛을 냅니다. 그리고 사용 한 컵은 흙 속에서 60일 안에 자연 분해됩니다.
2016년 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 '에보웨어(Evoware)'는 끓는 물을 하루 종일 담을 수 있는 '엘로 젤로'와 물에 녹는 티백, 먹을 수 있는 포장지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었습니다.
영국 왕립예술 학교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2014년에 설립한 스타트업 '스키핑록스랩(Skipping Rocks Lab)'은 물과 함께 삼킬 수 있고, 4~6주 후 자연분해되는 물병 '우호(Ooho)'를 출시했습니다.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로 얇고 투명한 막을 만들어 그 안에 물을 넣는 방식으로 마라톤 대회에서 사용됩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매장에서의 일회용 컵 사용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테이크아웃 종이컵' 사용량은 넘쳐납니다.
이런 환경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2015년 영국에서는 재사용 컵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컵 클럽(CupClub)'이 론칭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진 컵에는 칩이 내장되어 있어 사용 후 시내 곳곳의 수거함에 반납하면 세척 후 매일 아침 서비스를 신청한 매장으로 다시 배달됩니다. 이 컵은 평균 132회 사용할 수 있으면 100% 재활용됩니다.
핀란드 신소재 회사 '팝티크(Paptic)'는 종이처럼 생겼지만 플라스틱에 가까운 견고함을 갖춘 쇼핑백을 만들었습니다. 고급 종이봉투로 포지셔닝 해 H&M, 레고, 더바디샵과 협업 진행 중인데요,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라면 일반 쇼핑백보다 팝티크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전략입니다.
핀란드 디자인 에이전시 '페루스테(PERUSTE)'는 핀란드 내 빈 병 수거율 90%에 착안해 우체국 택배 상자도 수거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제품 구매 시 '리팩'옵션을 선택하면 수거 가능한 택배 박스에 포장되어 오며, 우체통에 넣어 반환하면 일정한 적립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봉투는 평균 20번 재사용 후 업사이클링 됩니다.
의식 있는 소비 = 트렌디한 소비
일회용품을 손쉽게 쓰고 버리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위에서 소개했듯이 환경 이슈에 민감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과 지속 가능한 친환경 경영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이런 선순환이 지속되다 보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의 편리함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는 소비, 미래를 위한 필요에 당장의 피로를 감수하는 의식 있는 소비로 오늘부터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 볼까요?
Life Meets Life, LIFE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