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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PLUS Jul 31. 2019

뇌섹 래퍼의 이중생활

Financial : 세번째 이야기



고대 수학과 출신 멘사 회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 흔히 스카이 다니는 이공계 뇌섹남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울 테지만 정작 그를 만난 곳은 래퍼들의 작업실이었다. 학교에서는 수학과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하며 자신만의 파이낸셜 웰니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뇌섹남 래퍼, 알튼비. 그의 이중생활이 궁금했다.


Interviewee
LIFEPLUS 앰배서더 2기
이병민(고려대 수학과)









art in b = 알튼 B



알튼비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알튼비란 아트인비 즉 ‘내 안에 예술이 있다’라는 뜻이에요. ‘모든 사람들 안에 예술이 있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고요. 실제로 알틴(Artin)이라는 이름을 가진 제가 존경하는 수학자와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데 수학과 음악을 함께 추구하는 제 삶의 가치관이 담겨 있는 이름이에요. (웃음) 


 
공부 잘하던 우등생이 갑자기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음악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랩 가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물론 그때는 요즘 힙합이나 랩처럼 디스 하는 문화가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어요. (웃음)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함께 모여 수첩에 랩 가사를 끄적였는데 선생님께 들키면 혼이 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계속 랩을 쓸 수 있었던 건 내 시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이상하게 여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전히 그게 제 강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고등학교 때는 언제나 무대에 서는 학생이었어요. 학교 축제나 학예회 등 랩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올랐죠. 커가면서 점점 더 음악이 좋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헤드폰을 샀어요. 녹음을 시작했죠. 


 
수학과 음악은 연결고리가 있는 분야라고 들었어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였던 피타고라스가 음계의 단위인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만든 사람이란 거 아세요? 그는 물의 진동으로 음계를 만들었는데요.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그 속에 든 화음을 느끼듯 수학의 음파, 역시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학과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이 서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고요. 


 
수학 전공자지만 음악의 길을 걷고 있잖아요.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꼭 하나만 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수학자로 잘 알려진 페르마도 사실은 다른 직업이 있었죠. 수학은 취미일 뿐 그는 수학 마니아인 변호사였다고 해요. 또 김이나 작사가도 원래는 회사원이었다고 하잖아요. 저 역시 음악 활동으로 얻는 수익이 메인 잡의 수익을 넘어서면 음악에만 전념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학교에 다니는 4년 동안이나 음악 작업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병행하면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 + 수학 = 경제 활동



 
음악 활동으로 처음 얻은 수익이 뭐였는지 궁금하네요. 


네이버 뮤지션 리그에 곡을 올렸어요. 별도의 유동을 거치지 않고 아티스트가 리스너에게 바로 곡을 전달할 수 있는 구조라 임의로 판매도 가능했죠. 그때부터 음악을 통해 처음 수익을 얻었고, 창작활동이 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체감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돈을 내며 제 곡을 소비해줬다는 게 또다시 음악을 하는 원동력이 됐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직접 세어보진 않았어요. 


 
음원 외에도 수익 루트가 다양할 것 같은데요?


크게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저작권 및 인적권료로 고정수입을 얻고 있어요. 물론 음원이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고요. 최근에는 유명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에서 곡들이 인기를 끌었어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전부 제가 하기 때문에 음원으로 수익을 얻는 게 크지만 때론 슈퍼 루키 챌린지나 고대 래퍼 공연 등 외부 활동으로 돈을 벌기도 해요. 


 
전공 분야를 살려 얻는 수익도 있나요? 


음악을 하면서도 늘 돈이 필요했기에 부족한 부분은 수학 과외로 충당했어요. 과외를 지금까지 꾸준히 총 6명 정도 한 것 같아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라고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도 나온 수학경시대회를 자주 나갔는데 탑을 쌓을 수 있을 만큼 상장을 받아 놨던 게 과외할 때 크게 도움이 됐어요. 그런 활동이나 경험이 경제 활동을 해 나가는 데 있어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작용했던 거죠. 늘 번 수익을 용도에 따라 배분해 20% 이상은 음악 장비에 투자하려고 노력해 왔어요. 


 
다양한 루트로 번 수익은 주로 어디에 쓰나요?


상금이나 음원 수익이 발생하면 일단 장비를 사는 데 투자해요. 음악으로 얻은 수익은 음악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또 해외에서만 결재 가능한 프로그램이나 샘플 구입, 사운드 클라우스 스택을 프리미엄으로 트래킹 해서 보기 때문에 해외에서 얻는 수익과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수익은 페이팔로 통일하는 편이에요.  

 


요즘 래퍼들은 자신이 번 돈을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본인의 경우, 자신의 꿈에 재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에게 재투자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요. 


나를 꾸며 보이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 생각해요. 다만 제 경우 외적인 부분 이외에 메시지를 전하거나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쪽이에요. 따라서 제가 롤모델이라 생각하는 분들 역시 단순히 현재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위로만 올라가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에 가깝죠. 저 역시 그들처럼 자극적이지 않지만 어디든 어울리는 담백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알튼비의 음악을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두부 샐러드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누가 제 음악을 듣고선 두부 샐러드처럼 담백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웃음) 학문과 음악이라는 두 개의 길을 함께 걷다 보니 음악 쪽에서 지키는 철칙이 하나 있어요. 바로 가사 안에 욕을 쓰지 않는 건데요. 마치 수학처럼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가치관 > 경제적 이익



 
알튼비가 생각하는 financial wellness는 무엇인가요?


당장 내 수중에 있는 돈보다는 저 자신의 가치를 믿고 싶어요. 바꾸어 말하면 제 가치관을 더 우선시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돈은 따라오는 거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모든 활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파이낸셜 웰니스 아닐까요? 단순히 현재 제가 얻는 음원 성적이나 수익으로 제 태도나 음악 스타일을 끌고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타인의 시선이나 음악이 저 자신을 지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돈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 것 하며 나의 길을 걷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기대되네요.  


올해는 계속 음원이 나올 예정이에요. 두 달에 한 곡씩 낼 계획인데 어느 정도 음원이 쌓이면 기획사나 소속사를 만나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고요. 전공과 관련해서는 빅데이터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요. 사실 경제적 이유라기보다는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해 하나 더 알게 됐을 때 얻는 쾌감이 좋아서죠. 이중 전공이나 금융공학 2전공처럼 수학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경영되는지도 배우고 싶어요. 경제, 경영, 통계 베이스는 수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아는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시너지를 내고 빛을 발할 때 큰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늘 제 자신을 자극하는 새로움을 찾거나 배우는 일에 적극적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나온 신곡 소개 부탁드리면서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이번에 ‘입술’이라는 신곡이 나왔습니다.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곡이니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또 8월에 정말 멋진 신곡을 준비 중이니까 기대해 주세요!


Artinb - 입술 (Lips) (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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