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싹트는 나무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해 있는 거주시설로 발달장애인의 문학관 여행이라는 주제로 계절마다 여행을 하며 일 년 4계절의 여행 내용을 꼼꼼한 사진 작업과 원장님의 재치 있는 글로 엮어서 'say say 에세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하고 있다. 이 글은 2018년의 여행기록인 일곱 번째 이야기 출판을 위해 쓴 애독자의 글이다.
내가 기쁨이 싹트는 나무의 가족들과 익숙한 관계로 맺어진 것은 2017년 사회복지사 과정을 공부하며 가을에 접어드는 9월부터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이곳에서 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기쁨이 싹트는 나무의 'say say 에세이'이야기는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해 가을 강릉여행에 지니(필자의 딸 이지현의 애칭)와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가 참여한 2017년 여행 이야기는 2018년 출판된 'say say 에세이' 여섯 번째 이야기에 실려있다. 나는 2018년 11월에 '지니의 스토리텔링'이라는 단행본을 출판하면서 내가 참여한 기쁨이 싹트는 나무의 여행 이야기와 'say say 에세이' 책 6권의 사진을 259쪽에 실었다.
나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93년생 지니의 엄마이다. 지니 덕택에 특수교육을 공부하게 되었고, 특수교사가 되었으며, 지니의 성장, 교육, 체험의 기록인 생애포트폴리오를 주제로 논문을 제출했고(아스퍼거 여성의 삶에 관한 종단적 사례연구, 정은미, 2016)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학교를 나와 특수교육,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생애포트폴리오의 이해와 필요성을 알리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필요에 따라 공유할 수 있는 생애포트폴리오 시스템을 구축'이라는 아이템으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홈페이지(www.seadam.or.kr)를 만들고 효과적인 홍보를 위하여 논문의 내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지니의 스토리텔링'을 출판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나는 세아담(세상의 아이들을 담아내다)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었고, 2019년 올해가 지나기 전에 모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로서 본격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는 발달장애인의 복지 현장에서 당사자의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사람들에게 알리며, 이미 나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이런 필요를 느끼고 나름의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고자 노력하는 현장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예시들 중의 하나로 기쁨이 싹트는 나무의 'say say 에세이'를 꼭 예로 든다.
지난해 모처의 생활시설에 근무하는 종사자를 만났다. 그곳은 20명의 이용자와 4명의 직원이 있다고 하였다. 당사자의 기록에 관심이 있는 나는 질문을 던졌다.
나 : 이용자들의 연령은 어떻게 되나요?
원장 : 거의 40, 50대 예요.
나 : 부모님들이 살아 계시나요?
원장 : 거의 안 계셔요.
나 : 이용자들이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나요?
원장 :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너무 안타까워요. 이용자와 추억을 나누고 기억을 해줄 시설 종사자는 계속 바뀌는데, 단 한 장의 사진이라도 있다면, 그 속에 기억, 추억 이야기가 있을 텐데,...
다른 자리에서 만난 시설 종사자는 이용자들이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게 될 때, 함께 지냈던 추억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고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 복지의 패러다임은 소규모의 시설로,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를 지향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란 당사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뜻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탈시설을 이야기하고, 시설의 규모를 이야기하고, 시설의 위치를 이야기한다.
발달장애는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인지장애이므로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어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발달장애인 개인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좋은 시설, 깨끗한 잠자리와 의복, 따뜻한 음식, 이런 것은 당연한 것이지 질적인 삶의 기본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 질적인 삶에는 제대로 된 소통이 있어야 한다. 그런 소통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삶의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say say 에세이’와 ‘지니의 스토리텔링’은 우리나라 복지의 지향점인 커뮤니티 케어에서 아직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의 삶의 기록, 질적인 삶을 지향하는 출발점이 무엇인지를 지적하고 있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록자료이다.
나는 기쁨이 싹트는 나무의 'say say 에세이'가 단지 한 기관의 행사와 기관의 즐거움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널리 알려져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