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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 노이즈

평소 나답지 않은 글을 쓴다. 그래야만 할 일이 생겼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 정은미 씨인가요? 좀 전에 다녀간 사람인데, 나 너무 기분이 나쁘네요. 이런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손님(이라고 들은 것같다)을 그런 식으로 응대하려면 여기 나오지 마세요. 말을 그렇게 기분 나쁘게 하세요오? 

나 : (개 둥 절)....... 어떤 지점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해보시지요.

(들렸다 말았다 실내가 시끄럽다.)

나 : 이런 통화는 에너지 소모가 크니 계속하기 어렵겠습니다. 

-. 나도 마찬가지예요.

나 : 그런데 저는 정보가 오픈되어 있는데, 누구신지 저는 아는게 없네요. 

-. 알고 싶으면, 이번호로 다시 전화하세요.

나 : (개 둥 절).....


발달장애자녀의 성장기록인 생애포트폴리오를 알리기위해 오티즘엑스포 D13부스에서 관객을 응대하고 있다. 

처음은 일반적인 응대여서 이 양반(남자아님)이랑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부모님이 만든 자녀의 성장기록이라고 안내하면, 

만들어주는 것이냐고 다시 질문이 들어온다. 

자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이니,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고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한다고 답을 드린다.


이 J.S.관객에 관해 내가 기억하는 내용은...

-. 기록이라는 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물(로 들은 것 같다)이잖아요. 

부모들한테 자녀의 기록을 만들라고 오래전부터 계속 이야기하면서 폼을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이런 일을 하는 곳이 있었네요.

나 :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가요?

-. 사회복지 교수예요.

나 : ...기록을 만든다는 것이 말은 쉬운데,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시간, 환경의 제한을 두거나 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아 주소가 서울이네요. 사시는 곳이 어디인가요?

나 : 안양 평촌에 삽니다. 어디에 계시는 분인가요?

-. *안이예요. 가까우면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을텐데. 


-. 샘플을 얻을 수 있나요?

나 : 여기 있는 자료는 부모님들이 선의로 기꺼이 제게 공유해주신 자료들이어서,.. 제가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만든 것은 보실 수 있는데, 저는 이 내용으로 학위 논문을 썼고, 이 포트폴리오를 부록으로 그대로 실었어요.


-. 논문 제목이 무엇인지...

나 : (브로셔를 가리키면서) 아스퍼거 여성의 삶에 관한 종단적 사례연구로 2016 박사학위논문이예요. 이 여성은 제 딸이예요. 저도 처음에는 (바인더를 가리키며)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 내용을 수업시간에 발표한 것은 2013년입니다. 이 내용이 논문이 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냈습니다. 논문은 공개되는 자료이니 다운로드 받으시면 다 볼 수 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기록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을 주욱 하고 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저변이 확대된 것으로 느껴집니다.


-. 찍어도 되나요? 

나 : 교수님이시라니,... (바인더를 넘기며) 파일 안에 이런 내용도 저런 내용도 다 있습니다. 그리고 유툽 [지니TV]채널에 이 내용을 그대로 영상으로 만들어 둔 것도 있느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지니가 너무 흔해서 저기 있는 책 제목 [지니의 스토리텔링]을 검색하시면 더 빠릅니다. 책 제목이 해시태그되어 있습니다(이 말은 속도감있게 했다. tmi로 여겼나? 난 그가 원하는 샘플을 한무더기 안겨줬다). 

.

.

그리고 잠시 후 전화를 받았다.


말의 내용, 목소리, 몸짓 정도면 그가 노는 물을 추측할 정도로 지니 엄마로 살아온 나의 내공도 얕지 않다. 이분은 강호에도 고수가 널려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이 같다.


부모를 만나는 사회복지교수라하니, 

오늘 본 것만으로도 수업자료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을텐데... 


부모라고 하니 개쉬워보이던가. 그러니 개털리지(이 상황에 대해 내게 드는 결론은 이렇다.)

내가 아는 그의 정보는 *안거주, 사회복지교수, 전화번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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