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PART 1. 살아있음. 12장. 깨어있음

by 라이프퀘스트 한

12장 깨어 있음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자각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냅니다.

숨 쉬고, 걷고, 말하고, 느끼지만

그 모든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바탕

‘살아있음’ 자체는 놓치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마치 늘 숨을 쉬면서도 숨을 의식하지 못하듯,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깨어 있음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계속 자각하고 있는 존재의 방식입니다.


‘자각’이 순간적으로 번쩍 켜지는 스위치라면,

‘깨어 있음’ 은 그 스위치가 켜진 채 유지되는

삶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나’라는 주어가 ‘살아있음’으로 전환된 상태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태가

바로 깨어 있음입니다.


우리가 자각을 쉽게 놓치는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아 떠오르는 '생각의 중얼거림' 때문입니다.


생각은 과거의 후회로 우리를 붙잡아 당기고,

또 미래의 걱정과 기대로 앞질러 달리게 합니다.


그 사이에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할 생명력은

어느새 묻혀 버립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몸은 분명히 앉아 있고,

손은 손잡이를 잡고 있으며,

숨은 쉬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오늘 회의는 어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의를 몸과 공간으로 가져와 보세요.

발바닥이 바닥을 딛고 있는 느낌,

엉덩이가 의자에 닿아 있는 느낌,

가슴과 배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호흡의 움직임을 느껴 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몸을 둘러싼 공기,

눈앞의 여백,

지하철 안 전체의 공간을

함께 느껴 봅니다.

몸의 감각과 몸을 둘러싼 공간을

동시 인식으로 의식해서 함께 느끼다 보면,

살아 있게 하는 생명력,

즉 살아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생각의 움직임은 서서히 힘을 잃습니다.


이렇게 살아있음의 자각 하에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깨어 있음입니다.


우리는 순간순간 '자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런 생각이 일어났구나.”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있구나.”

“몸이 이렇게 긴장했구나.”


자각은 지금 이 순간을 비추는 작은 불빛입니다.

빛이 켜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순간순간 자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세 또 생각에 빨려 들어가곤 합니다.


깨어 있음은

이 작은 불빛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라도,

점점 더 오래, 더 자주 켜져 있는 상태입니다.


불빛이 이어질 때,

존재 전체가 ‘살아있음’과 연결되고,

그 자리에서 점점 더 안정적으로 머물게 됩니다.


깨어 있음은 생각, 감정, 감각, 지각 이전에

그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

‘살아 있게 하는 생명력’의 자리입니다.


깨어 있음은

삶의 어떤 특별한 순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순간, 모든 과정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도로는 차가 다닐 수 있는 바탕입니다.

길이 먼저 있고, 그 위를 차가 다닙니다.


깨어 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있음의 자각이 먼저 있고,

그 위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살아있음은 이미 잘 닦여진 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 길 위를 걷고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을 보지 못할 뿐입니다.


그 사이에 ‘생각’이라는 차는 난폭하게 끼어들고,

과속하며, 안개처럼 시야를 가립니다.


그러나 차가 멈추고, 안개가 걷히면

길은 본래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안개가 사라지고, '살아 있는 자각'이 깨어나면

이렇게 알게 됩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세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구나.”

단순한 인식이 존재의 깊이를 바꾸는 순간입니다.


같은 길, 같은 하늘, 같은 사람들인데도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옵니다.

이것이 깨어 있음의 모습입니다.


깨어 있음이 깊어질수록

삶의 본질을 더 투명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아침에 마시는 물 한 잔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을 적셔주는 선물처럼 느껴지고,

길가 나무의 잎사귀 하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한 줄기 안에서도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깊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깨닫습니다.

삶이 얼마나 단순하고, 평온하며, 아름다운지를.


긴장은 서서히 풀리고,

물 흐르듯 지금 이 순간과 함께

평온 쪽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자각이 깊어질수록

길은 한층 더 평탄해지고,

존재는 평온함에 가까워집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살아있음의 자각 위에 자신을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그 순간마다

“아,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구나.”

몸의 감각과 함께

살아있음을 의식해서 느껴본다면,

그것이 바로 깨어 있음입니다.


깨어 있음은

생각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생각이 있더라도

늘 그 바탕에는

살아있음의 자각이 함께 있는 상태입니다.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그 자각이 삶 속에서 조금씩 더 오래,

더 자주 지속되는 것 —

그것이 바로 깨어 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