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6 일상의 기적. 9장 삶이라는 여행
9장 삶이라는 여행 ― 살아 있는 것을 다시 본다는 것
삶은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집니다.
해가 떠오르고, 새가 울고, 밥을 먹고, 몸이 움직이고, 시간이 흐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평범’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자각한다면,
그 모든 것이 다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는 일조차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일 반복되는 습관이 아니라
다시 주어진 생명이며,
아직 시작되지 않은 하루의 선물입니다.
“오늘도 살아 있구나.”
이 짧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마당에 나가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잔디를 밟을 때,
문득 땅을 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함이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공기의 향, 흙의 촉감, 잎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살아있음의 언어처럼 들립니다.
햇살이 벽을 타고 흐르고
그 사이로 먼지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은 멈추고,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전부라는 자각이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
누군가의 웃는 얼굴,
아무 말 없이 건네는 눈빛,
우연히 나란히 맞춰지는 발걸음.
어디론가 부지런히 향하는 개미 떼까지.
이런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압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함께 숨 쉬는 살아있음이라는 것을.
설명이 아니라,
함께 있음으로 전해지는 온기라는 것을.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깊게 보면 같습니다.
그저 쉬고 싶어서, 낯선 풍경을 보고 싶어서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시 살아 있고 싶어서” 떠납니다.
익숙한 길, 익숙한 방, 익숙한 사람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공기와 냄새, 빛과 소리를 만날 때
감각이 깨어나고, 마음이 넓어집니다.
그때 우리는 다시 느낍니다.
“아, 내가 살아 있구나.”
그 자각 속에서 살아있음은 스스로를 느낍니다.
멀리 떠나야만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동네 공원 벤치 한 곳,
한 번도 자세히 보지 않았던 골목,
늘 지나치기만 했던 나무 한 그루를
처음 보는 눈으로 바라볼 때,
그곳 역시 여행지가 됩니다.
그 순간, 우리는 압니다.
여행은 장소의 변화가 아니라
시선의 변화라는 것을.
어느 날, 폭풍이 몰아치던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파도가 거세게 부딪치며 모든 것을 삼킬 듯했지만,
그 아래의 깊은 바다는 고요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표면은 요동치지만, 그 밑바닥의 바다—
살아있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아래의 침묵을 잊고 살아갈 뿐입니다.
산과 강을 건너듯, 관계와 감정을 지나며,
우리는 배우고, 잊고, 다시 배우면서
살아있음이 자신을 알아가는 길을 걷습니다.
삶이라는 여행은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행군이 아닙니다.
하나하나의 장면을 온전히 느끼며 걷는 길입니다.
기쁨은 들꽃처럼 피어나고,
고통은 구름처럼 흘러가며,
모든 순간이 살아있음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삶이 여행임을 자각할 때,
우리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조바심이 잦아들고,
비로소 여정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언젠가 도착하면 행복해질 거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미 도착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살아있음을 자각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일이 아닙니다.
늘 곁에 있었던 기적을
다시 알아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삶은 시작된다.”
지금, 삶이라는 여행길을 천천히 떠올려 봅니다.
처음 걸음을 내디뎠던 순간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울던 기억,
혼자 서서 세상을 바라보던 날들.
모두가 하나의 길이었습니다.
지금 여기까지 당신을 데려온 살아 있는 여정.
그 길 위에서 당신은 배우고, 잃고, 다시 얻었습니다.
넘어질 때도, 웃을 때도,
살아있음은 언제나 당신의 발밑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어디로 향하든, 무엇을 만나든,
당신은 이미 그 길 한가운데 살아 있습니다.
삶은 여행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당신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이미 완전한 도착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