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비 오천만원, 전혀 아깝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오늘로 암호화폐(그래 그거다)로 5천만원을 잃었다. 루나사태로 촉발된 세계 비트코인 시장의 흔들림은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자랑스럽다.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경제대국이라니! :) 그냥 한 순간에 날라간거라, 뭐.. 사실 실감을 하고 말고도 없다. 그냥 잃었구나. 돈이 없는 줄 알았는데, 진짜 없게 되었구나 뭐 그정도 느낌이다. 유튜브나 커뮤니티에 지금도 올라오고 있는 몇 억 잃었다, 어떡하냐 등등의 말들은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한거니 위로가 필요할 정도로 우울하지도 않다. 그냥 나의 연봉이 넘는 금액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시는 대출받아 무모한 투기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함과 동시에 앞으로 어떤 마음 가짐으로 투자를 할 지 스스로 돌아보기 위함이다. 애초에 이 매거진 자체가 일상기록이니... 아, 놀랐는가? 잃은 5천만원 안에 대출액이 포함되어 있었다니? 나도 나의 무지성 추진력에 혀를 내둘렀다. 최고다. 변동금리 혜택까지 더하여 현재는 거의 무아지경 상태인데, 이 글을 반면교사 삼아 나 같은 투기의 길을 다시는 걷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이것은 나한테 하는 말이다.
투자를 처음했던 것은 대학시절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 '넉넉하지 못한 집'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었고 20대 초반부터 독립했던 나로서는, 별로 남지도 않은 뭉칫돈을 적금과 예금의 쥐꼬리 반토막 만한 이자를 위해 넣는 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적금은 하도 돈을 써제끼니 이를 막고 목돈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지금에서야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당시 유행하던 펀드(지금으로부터 딱 9년전이다), 정확히는 우리은행에서 판매했던 중국관련 펀드였는데 '공격형'의 최대치를 찍는 나의 성향에 맞게 위험부담이 큰 펀드를 골라 무작정 투자했다. 그래, 투기했다. 20대 초반의 당찬 투기!
결과는? 멸망했다. 내가 돈을 넣고 한 달도 안되서 미중 무역전쟁이 터졌고 중국 주식이 폭락했다. 내가 구매한 펀드는 100프로 주식형이었기에 아르바이트하며 모았던 300만원은 휘리릭! 날라갔다. 충격적인 기억이라 구체적인 손실액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펀드액이 일정액 이상 내려가면 오도록 설정한 유의알람이 매일같이 왔던 기억은 있다. 그렇게 첫 투자를 접고 주식으로 넘어갔다.
나는 경제학과다. 돈의 흐름에 관심이 많았고 연금운용이나 주식에도 관심이 많았다. 25살 정도에, 뜨거운 맛을 보여주었던 펀드의 따스함을 기억하며 이번에는 주식을 시작했다. 물론 주식에 대한 이론과 재무제표 보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키움증권 어플은 깔기 너무 쉬웠고 계좌를 만드는 것도 비대면으로 뚝딱 할 수 있었고 돈을 넣고 구매하기까지 '읭?' 할 정도로 너무 막힘없이 되었다. 그렇게 무지성으로 샀다.
초심자의 행운! 나는 그 행운을 온몸으로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진짜 신기하게도 '엇, 오른다!' 사고, '읭? 내려가네!' 팔았다. 물론 시작은 소소한 아르바이트 월급액 중 일부, 쌓이고 싸여 100이 넘고 200이 넘었다. 지금도 작은 금액이 아니지만 몇 달 동안 모은 통장에 있는 잔고는 바로 영웅문(키움증권 어플)으로 쏙 들어갔다. 그렇게 또 다시 나의 올인 무지성 추진력이 되살아났는데, 이번 건 또한 매우 강력했다.
한창 조선주들이 뜨던 때가 있었는데(stx가 최고의 기업열에 있었던 시절, 감동적인 기업 광고도 나오던...) 그때 내가 산건 흥아해운,
짜잔! 정확한 금액은 민망해서 말할 수 없다. 그냥 만원 언저리에사서 반토막에 반토마깅 날 때까지 아냐 회생가능할거야 생각하며 버티다 팔았다. (지금도 그 때 왜 그렇게 살아날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한 번 생각이 굳어지고 닫히면 종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이제서야 실감난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모든 돈을 고이 간직했는지? Nope!
범위를 더 확대해서 다양한 분야를 탐닉했다. 부동산 소액투자, P2P 소액투자, 주식, 풍차식 적금 등등...
그렇게 투기에서 투자로 행보를 옮기려는 찰나, 마지막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관문이 있었는데, 나는 그 관문을 넘지 못했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보면 투자를 계속 실패한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도 책도 읽고 커뮤니티에도 참여하며, 강의까지 들으면서 그래도 기본 실력은 나름 단단하게 다졌었기에 수익이 있었다. 내가 읽은 주식 및 부동산 등 투자와 관련한 책은 2년 동안 50권이 넘는다. 투자 지침 도서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중심 내용들이 있었기에 그 내용을 토대로 투자를 했었고 나름 선방했다. 일 년에 몇 백씩은 벌었는데, 이번에 나에게 일어난 '투기가 활짝피다' 사건 이전까지 번 금액은 3년동안 1500만원 정도였다. 장이 좋은 것도 있고 정말 많은 고민(분석/서칭) 끝에 들어간 것이기에 (나로써는) 좋은 성적이었는데 그냥 이렇게 만족하며 지냈어야 했다.
'너는 투자자냐? 투기꾼이냐?' 컨테스트의 마지막 관문. 코인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모두 다 알다시피 비트코인 붐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사라졌으며 이후 또 갑자기 불타올랐다. 나는 그 불타오르다 못해 하늘 위로 로켓 발사하고 잔해들이 떨어질 때 쯤에 들어갔는데 늦은 놈이 성 더낸다고 아주 그냥 돈을 빨리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고 대출까지 손을 댔다.
코인을 위해 대출에 손을 대는 이유는 나 뿐만 아니라 대개 비슷할 것 같은데, 나는 이런 프로세스였다.
1. 소액으로 코인을 시작한다.
2. 초심자의 행운! 이득 뿅뿅!
3. 나 잘하는데? 더 들어가!
4. 초심자의 더블행운! 이득 쑥쑥! 엥? 나 잘보나봐
5. 더 들어가, 지금 확신해. 내 감 맞아. 대출 땡겨
6. 멸망
물론, 나도 코인에 대해 공부하고 블록체인이 뭔지 알아보고 커뮤니티에도 들어가봤으며 수많은 코인 중 소위 '기술력'이 있다는 코인에 들어갔다. 한 3개월 동안은 책도 읽고 열심히 찾으며 코인 생태계와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재밌었고 트랜디해진다는 느낌에 취했다.
그렇게 공부하고 왜 멸망하냐고? 내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코인판은 대부분이 한탕을 위한 투기꾼들이 대부분이며,
그렇기에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다는 개념은 낮아지고 기술력은 코인 금액과 연동되지 않으며,
별다른 제재가 없기에 다양한 사기가 판을 치고,
무엇보다 나 또한 투기꾼으로 시장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투기꾼이 아니라면 한 번에 풀매수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무리하게 대출을 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겁도 없이 이전에 주식판에서 경험했던 교훈들을 모두 버리지 않았을 것이고, 아무런 근거 없는 나의 장밋빛 인생을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하튼, 어찌됬던 건 난 대출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받을 때 얼마나 확신이 있겠는가. 남자는 올인, 거침없이 넣었다. 5개월 남짓동안 내가 산 코인의 가격은 반 토막이 나고, 그 반토막에서 또 반토막이 나고, 또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대출 포함 7200만원을 하나의 코인에 넣었고 현재 시장가치는 2200만원이다.
깔끔하게 5천만원. 담백하다. (시원)
암호화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미래가 언제 올 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철저한 투기꾼이었기에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다. 투기꾼으로 성공하는 애들도 있는데 왜그러냐고? 내가 성공 못했는데 그런말 나에게 해봤자 당신이나 나나 도움되는 것 아무것도 없다. 그 사람들은 그들의 길을 가는 것이고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나가려 한다. 5천만원 일 년동안 물건도 팔고 알바도 하고 갚으면 되지. 별거냐. 앞으로 직장생활 계속할텐데 (하면서 나오는 눈물은 멈출 수 없지~)
나는 이번에 오랜만에 교훈을 쎄게 얻었는데, 신가하게도 내가 책에서 읽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 자신에게 선언한다! (제발 지켜, 이 XX XXX XXX아! )
첫 번째,
들어갈 때 두 번, 세 번 고민하고 일단 들어가면 확신이 있을 때 들어가자. 시장은 움직이고 상황은 매 순간 변한다. 본인이 체크할 수 있는 모든 변수와 자료들을 활용해서 '적어도' 모든 정보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바보같이 본인만 몰라 위험을 대면하지 말자.
두 번째,
한 번에, 하나만 들어가지 마라. 실컷 자료 다 조사해놓고 도박사의 쾌감을 느끼지 마라. 워렌버핏도 분할매수한다. 세계 최고 부자들도 하나만 사지 않는다. 너가 뭔데, 뭔 자신감으로 한 번에 하나만 올인하냐. 깝죽대지 말자. 장기로 보고 한 번에 산다는 멍멍이 소리 하지마라, 그냥 게으른거다.
세 번째,
제발 단기로 보지말고 장기로 봐라, 너가 단타실력이 있다면, 진정한 멋쟁이 투기꾼이었다면 나이 30이 넘기 전 이미 성공했다. 20대 초반부터 근 10년 동안 투기했던 너에게 남아 있는 것이 대출과 마이너스라면... 그냥 멍청한거다. 인정하자. 장기로 보고, 가치를 보자. 확신이 있을 정도로 잘 알아보았는가? 그 확신도 언젠가는 버려야 할 때가 있음을 항상 생각하고 장기 상황을 주시하자.
네 번째,
투자는 본인이 감당할 정도만. 여유자금은 항상 둬라. 너가 좋아하는 물타기를 하려고 대출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한심하냐. 나이가 들수록 예상치 못한 급전이 필요한 상황은 발생하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코인/주식에 물려있어서 돈이 없다고 할 것인가, 투자는 본인이 감당할 정도만. 나는 마음의 크기가 크다 같은 되도 않는 소리 집어치우고 현실 안에서 살자. 투자는 말그대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개념이지 모든 것을 걸고 하늘에 기도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가격 떨어졌다고 대출/마이너스 통장에 손이 가는가? 도박중독자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물론 그렇게 시도해서 성공하는 사람들 많을 수 있다.
근데, 일단 넌 그 사람 아니다.
다 섯번째,
똑같은 행동 반복하지마라. 가장 중요하다. 너가 한 대부분의 행동들이 열심히 빚어낸 결과를 보라. 아름답지않은가?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면서 똑같은 행동을 또 하는 것은 무슨 변태같은 쾌감인지? 뇌가 달려 있다면, 제발 생각하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이 윤회사상을 열심히 실천하는, 제자리를 도는 수레바퀴와 같지는 않은지 반성하자. 투기 짬바에서 나오는 기준이 있기는 하다. 아래 질문에 Yes라면 멈추자.
"너, 지금 한 탕 노리냐?"
막상 정신없이 써내려가다 보니, 단순히 투자습관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태도를 조금 더 낫게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선택들을 '모도모도 정신'으로 살아가지 않았는지? '모도모도 정신'이란, '모 아니면 도, 모든 인생사는 도박사' 정신을 말한다. 내가 만들었다.
투자는 참 어렵다. 말이 투자지, 결국 돈을 불리는 것은 참 어렵다. 날이 갈수록 돈이 돈을 부르는 사회현상은 심해지고 계층의 사다리는 점점 허름해지고 부서져 간다. 과도기에 있는 나와 같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돈을 밝힐 수 밖에 없다. 잃을 것도 없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나 또한 돈을 좋아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든 삶의 선택과 순간들이 '돈'으로만 빨려들어가지는 않게 조심해야 한다 생각한다. 어쩌면 처음으로 내 과거 투기이력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이전까지 돈으로 빨려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하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나와 함께 있는 이들에게 집중하자는 생각도 들고... 음, 자칫 잘못하면 처음 의도와 다른 글의 흐름이 될 것 같기에 정리하자면,
나는 앞으로 투기가 아닌 진짜 투자를 해볼 생각이다. 처음 50만원으로 5만원 벌었을 때, 10%나 벌었다며 좋아하던 그 때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해볼란다. 나만의 캐시카우와 캐시플로우를 만들어 보려 한다. 이는 단순 투자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진짜 '나라는 사람'에 맞춰 나만의 방식을 잘 짜보겠다는 의미다.
잃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 하지도 않았겠지.
인생수업 오천만원! 전혀 아깝,
아깝다. 아프다. 슬프다. 눈물이 난다.
그러니까, 앞으로 더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