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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어리랏다 Mar 19. 2022

1주에 한 번, 살아온 흔적 돌아보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써야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써야지

길을 걷다 카페에 붙여진 감성 글귀를 보고 내뱉는 단순한 다짐 같은 이 말은... 나에겐 정말 큰 다짐이다. 무조건 달성하고 싶은 정말 고심 끝에 나온 다짐이다. 왜 이런 다짐을 하게 되었는가.



1. 왜 글을 쓰는가?


왜 글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쓰기로 결정했는지 풀어나가기 전에, 먼저 내가 글을 왜 쓰는지를 말해야 순서가 맞을 것 같다. 그냥 쓰고 싶어 쓴다. 뻔한가? 나에게는 이 뻔한 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특출 난 사람도 포부가 큰 사람도 아니었다는 것이 현재 내 세포들의 학계 정설이다. 왜 내 세포들이 결국 이세계라는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에 그렇게 큰 뜻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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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1 : 당최 끈기가 없다. 이게 좀 모순이 있기는 한데, 관심 있는 주제나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아주 마음속에 그득그득한 것이 문제다. 만약 얘가 정말 특정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갖고 어떤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끊기가 없을 수가 없다. 관심 있고 머릿속에 그것이 가득하다면, 한 달 정도 지난 다음 수첩 뒤적이다 '아 맞다' 따위의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성냥이 부싯돌 만난 것 마냥 화려하게 불탔다가 태울 게 없어 제 스스로 비틀어져 꺼져버리는 것이다. 일단, 문제의식을 갖고 뭔가 큰 미래를 그리며 글을 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세포 2: 세포 1의 말에 공감한다. 세포 1이 끊기를 이야기하며 흥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나는 사실 이세계의 한없이 크고 넓은 흥미 뿌리기를 보며, '아, 이 사람은 그냥 글을 그냥 쓰고 싶을 때 싸지르는구나. 내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뭔가 큰 뜻을 가지고 글을 쓴다라는 생각은 철저한 세뇌의 결과였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쓰고 싶어 쓰는 것이다. 사실 이게 유일한 글을 쓰는 이유겠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이 사람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본인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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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맞다! 글을 쓰는 게 좋아 글을 쓴다. 나는 그냥 내가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싸지르는 성향임을 인정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가? 음... 짧게 요약해 보자면,


나도 모르는 뭔가 대단한 이유로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안 쓰게 되었다.

하지만 내 안에는 그냥 아무것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쓰고 싶어 쓰는 거겠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유를 정확히 알고 보니 오히려 글을 쓰기가 더 편해졌다. 그래서 글을 쓴다. 쓰고 싶어서.




2. 왜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쓰고자 하는가?


내가 살아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다. 우와, 너무 뻔하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이 이유가 나에게는 너무나 간절하다.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면 먼저 내 이야기를 조금만 더 자세히 해야 될 것 같은데...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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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31살이고, 지독한 삼십춘기를 겪었다. 정확히 말하면 29춘기. 나름 노력하고 힘들었던 20대가 아무런 꽃도 피우지 못하고, 잎만 간신히 내민 채 시들어버렸다는 생각(그땐 그랬다)이 12월 29세의 나를 찬란하게 감싸 안았고, 정말 오랜만에 깊은 우울감이 30세 2월까지 유지됐다. 직장과 집이 전부인 나의 평일. 친구를 만나도 데이트를 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기분과 나갈 수 없는 쳇바퀴 안에 갇혀버린 듯한 무기력함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이대로 30대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30살이 됐구나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는 애초부터 나의 20대에 거는 기대가 컸었기 때문에, 정신 차려보니 20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무 살 때부터 끝없이 되뇌었던, 나 스스로 정해 놓은 인생의 분기점인 28세를 1년이나 지나 20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알았다는 사실 자체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가중시켰다. 

(폭발적인 감성에 힘입어 글도 썼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bye-my20s)


여차저차 해서 깊은 우울감에서 벗어났고, 작년의 나(그러니까 30살의 나)는 한 해의 슬로건을 '하고 싶은 것은 다해보자'로 잡고 정말 돈 버는 족족 다 쓰며 하고 싶은 것을 다했다. 다시는 스물아홉에 느꼈던 찝찝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만들고 싶었다. 언제 그래 보겠냐라는 젊음의 패기 두 스푼 정도 더해서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시도했었다. 악기 레슨, 그림, 포토샵, 서핑, 스키, 스노보드, 영어, 여행, 창업 수업, 이직(띠용!) 등 하고 싶다 생각이 들었던 것들은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작년이 뿅! 하고 없어졌고 나는 지금 서른 하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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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현재 서울은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 아침 일어나 올 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연말연초에 새해 다짐을 수도 없이 변경하며 외쳐대는 나는 분명 1, 2월에도 많은 다짐들을 외쳤겠지만 진즉 다 까먹었기에 오늘 다시 연초마냥 계획을 세우고 싶었다. 올 해의 슬로건도 정하고!


미래를 그리려면, 과거를 참고해야 하기에 아침부터 작년의 나는 어땠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취해보았다. 작년 1월엔 뭐했는지, 2월엔 뭐했는지. 사진첩을 보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지 궁금해 찬찬히 떠올려보았다. 어떤 것을 떠올렸을 것 같은가? 정말 대단한 것들이 떠올랐다! 딱 두 가지!


하나 : 여름에 한 서핑!

둘 : 오른 연봉!


정말 대단하다. 뭔가 정말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두 가지라니 믿을 수가 없다. 심지어 '여름에 한 서핑'은 몇 월에 갔는지, 그때 밥을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사진첩을 뒤적거리면 보이겠지만, 순간을 담은 사진에 담긴 기억은 끝도 없이 왜곡되기에 별로 신뢰하는 편은 아니다) 이 처참한 회고의 시간을 가지고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 기록으로 남기자였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미래의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이 출퇴근길 심심풀이로 꺼내볼 수 있는 수많은 컨텐츠 중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 섞어 브런치에 다시 글을 써보자고 결정했고, 이렇게 쓰고 있다.


그러면 왜 일주일이냐. 주중엔 야근으로 코피 터지고 있고, 주말에는 하고 싶은 것 어떻게든 해내고 싶어 코피 터지고 있기에 조합이 딱 맞기 때문이다. 먼저, 야근을 한다는 것은 회사에 12시간 이상 생판 남인 사람들과 뒹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주중 5일이라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생각과 다짐, (욕설)을 하겠는가. 꿈같은 미래는 또 얼마나 그릴 것이고. 나는 현재 꽤나 역동적인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차고 넘친다. 그중에 쓰고 싶은 것들을 콕콕 집어보려 한다. 이에 더해, 주말은 나의 처절한 생존기라 볼 수 있다.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내 미래를 끌어당기기 위해 정말 별의별 거를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험들을 미래의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이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공유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이렇게 두 가지를 묶으면 하나의 완벽한 사이클(일주일)이 되기에 일주일에 한 번 쓰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정말! 일주일에 한 번 꼭 그 주를 되돌아보는 글을 쓸 생각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의 사진도 함께!)

시간은 앞으로만 가고, 시간에 얹혀살고 있는 나 또한 앞으로만 갈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내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는지, 풍부한 감정들과 함께 나누는 글마당이 되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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