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9(목), 마감 후 새벽
2023.11.09 // 03:13 AM
영업시간: 16:00 ~ 26:00
1.
2일 전, 11월 7일 월요일, 비가 많이 오는 날.
퇴사하고 가게에 올인한 4개월만에 처음으로 일매출 100만원을 보았다.
직원은 한 명, 가게 영업시간은 오후 네 시 부터, 새벽 두 시. 더욱이, 매출 100만원은 밤 12시 30분에 완성되어 새벽 한 시에 지친 몸과 행복한 마음으로 매장 영업을 조기마감했다.
이유야 어떻던지 간에 일 매출 100만원은 나에게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왔다.
7월에 회사를 그만둔 후, 1년 동안 적자만 보던 가게에 들어가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던 노력들이 조금이나가 결실을 본 것 같아 괜시리 나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7월 매출: 700만원
8월 매출: 1000만원
9월 매출: 1300만원
10월 매출: 1700만원
그렇게 11월로 넘어와, 처음 보는 일 100만원. 정말 눈 뜰 때부터 잠 들 때까지 매장 생각만하니 되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왜 이렇게 오늘 매출이 잘 나왔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불안함과 내일 매출에 대한 두려움이 뚜렷이 자리하고 있었다.
2.
오늘, 아니 지금은 새벽 네 시가 다되가니 어제라 함이 맞겠다. 어제 매출은 딱 70만원.
본래 중간 매출을 오후 여덟 시 즈음 확인함에도 오늘은 확인하지 않았다. 음식 장사하는 매장에서 매출은 몸의 힘듦이기에... 평소 그 시간의 나 보다 이상하리만치 팔팔했으니 매출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늘 매출은 70만원. 최근 2주 간 일 평균 매출액이지만 어제 일 100만원과 비교하면 30% 이상 떨어진 수치이다. 이 또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여 미칠 노릇이다. 나는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장사를 하는데, 이렇게 큰 폭의 차이가 난다면 분명 원인이 일부분이라도 있을텐데 감도 잡히지 않는다.
3.
몇 시간 전 가게 마감을 끝내고 , 아니 매장 안에서부터 오늘은 왜이리 매출이 안나올까, 또 왜이렇게 일 매출액 폭이 클까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멀리 바라보고, 현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의식적 여유가 아닐까 싶다.
조그마한 26 제곱미터, 약 8평의 가게에 갇혀 있다 보면 그 공간만큼 내 시야와 생각이 좁아진다. 한 시간 단위로 변하지도 않는 매출을 확인하고, 숫자가 변하지도 않는 리뷰 수를 괜시리 눌러본다. 당사자들은 우리 매장을 생각하지도 않을테지만, 괜히 잘되는 매장 리뷰를 두리번 거려보고 큰 의미없는 핸드폰 짓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하루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매출을 더 높이려면 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앞을 보아야 하는 것을,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의식이 그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려운 경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잘 되는 매장은 분명히 있고, 사람이 몰리는 곳은 분명히 있다. 나도 그 곳으로 간다. 내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나의 매장이 그 방향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할 때다.
4.
시간은 없다. 기절하듯 방바닥에 널부러져 자다 마치 누가 찌른 것처럼 벌떡 일어나 핸드폰 시계부터 보는... 이런 삶을 몇 개월 동안 계속해도 처리해야 할 것들, 내가 꼭 해야 한다고 써 놓았던 리스트는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한다.
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누구한테 놓을 수 있겠나. 내가 선택한 모든 순간들이 모여 완성한 오늘의 나. 오늘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을 책임져 줄 이는 결국 나 밖에 없는 것을...
조금만 더 멀리보고, 계획하고 전략을 짜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에 기대어 원인 모를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정신 바짝차리자. 내가 선택하고 온전히 책임지는 일을 하고자 사업을 결심한 것인데 그저 이 안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는 것이다.
4개월 만에 2.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매 월 총 매출은 무조건 올린다.
영업일 수와 상관없이 매 월, 매출액은 천 원이라도 더 올릴 수 있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달성한다.
내일부터는, 아니 오늘 영업부터는 새로운 것을 머리 속에서 꺼내 직접 실행 후 일기와 함께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