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고의 정의는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것일까?
출근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내 머릿속에 이런 질문이 스쳤다.
‘이 버스가 사고가 나면 어떨까.’
그렇다고 사고를 진심으로 바라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잠깐이라도 모든 걸 멈추고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
꽤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마저도 악몽처럼 느껴졌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 울음을 터트리는 소리. 이런 상상은 단 몇 초 만에 내 불안을 부추겼다.
‘하지만 내가 왜?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고개를 흔들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특별히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사가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났다.
나조차도 스스로가 이상했다. 이 정도면 적어도 행복의 점수로 100점 만점에 80점은 줄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행복의 정도를 0에서 10까지의 숫자로 답해야 한다면?
내 머릿속에는 자꾸 4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문제는 4라는 숫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적어도 6은 써야지. 아니, 8 정도는 돼야 하지 않아?’
얼마 전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 후배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차 안에서 두서없이 회사와 팀장,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과장님은 행복하세요?"
후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음… 그냥 뭐, 보통 정도?"
후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웃었다.
"신기하네요. 그렇잖아도 얼마 전에 주영 과장님이랑 얘기했거든요. 주영 과장님이 불평불만이 많아 보이잖아요? 그런데 망설임 없이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과장님은 항상 웃고 긍정적이신 것 같은데, 보통이라고 하시다니."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무언가 변명하고 싶었다.
"요즘 일이 많아서 그래." 하고 덧붙일까 싶었지만, 대답하기엔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대답 대신 옅은 미소를 서둘러 입가에 띄우며 생각했다.
'내가 괜찮았던 게 마지막으로 언제지?’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내가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느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삶과 나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들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다고 죽고싶은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출근길의 혼잡한 차창 밖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그리고 불현듯 내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나는 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나는.. 잘 살고 싶다.
그래, 그게 정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