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랑의 여정

에필로그

by 코코넛소녀

이 연재에 등장하는 무용치료, 마음공부 책, 심리 상담은 모두 실제로 제가 경험한 것들입니다. 다만 남편과의 대화, 아이들과의 일상, 회사에서의 에피소드는 여러 경험을 재구성하고 각색한 부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제가 겪은 시간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Q. 이 글을 쓰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자기 사랑의 여정을 막 시작한 참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자기 사랑이 간절히 필요했던 시기였죠.
복직 후 팀장님은 늘 제가 부족하다는 듯 말했고, 남편과는 훈육 방식으로 자주 부딪혔습니다. 아이가 눈치를 보며 위축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어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그 모든 상황에서 제가 저를 가장 혹독하게 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충분히 좋은 엄마가 아니야.' 등등..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고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지만, 정작 제가 저 자신을 가장 존중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익숙했지만, 어떻게 해야 나를 사랑하게 되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이 글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입니다. 제가 겪은 힘든 상황에 대한 보상이자,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자기를 미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 알기에, 누군가 이 이야기를 읽고 그 마음을 사랑으로 돌릴 수 있는 힘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요?
무용치료 선생님은 사탕을 먹으며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라고 알려주셨어요.
"너의 기분은 지금 어때?"
그 질문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첫 발걸음이었어요.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조차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죠.
처음엔 정말 어려웠습니다. 사탕을 꺼내 입에 넣고도, "지금 내 기분이 뭐지?" 하고 멍하니 서 있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남편이 현지를 혼낼 때 불안했던 제 감정이 사실은 어릴 적 부모님 싸움을 보며 느꼈던 두려움에서 온 것임을 알게 됐어요. 팀장님 앞에서 느끼는 수치심이 사실은 제가 제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임도 깨달았죠.
그렇게 감정을 알아주려고 하다 보니, 누군가 저를 알아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바로 제 자신이요.


심리 상담 마지막 회기에서 저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만났습니다. 초록빛 풍선으로 조용히 제 안에 떠 있던 그 감정은 말했어요.
"네가 노력하고 있는 걸 안다. 점점 변화할 거야."
저는 늘 '아직 부족해, 더 해야 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제 안의 희망은 '이미 충분해'라고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 과정이 반복되니 믿음이 생겼습니다. 어떤 감정이 생겨도 "나는 너를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널 버리지 않을 거야"라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전하게 됐어요.
예전의 저는 정말 저 자신을 버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Q. 왜 '워킹맘의 마음공부'라는 제목을 선택하셨나요?
제가 겪은 각각의 경험들을 어떻게 엮어낼까 고민했다가 이 모든 건 '마음공부'라는 여정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워킹맘이었습니다. 회사와 육아 사이에서, 팀장님의 비판과 남편과의 갈등 사이에서, 첫째의 눈치와 둘째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한 사람이었죠.
이 이야기는 한 워킹맘이 마음을 공부해 가는 과정입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분명히 조금씩 달라졌어요. 그 변화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이 글을 쓴 이 년이 성인이 된 이후 보낸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하며, 자신은 그 시기에 사람이 아니었고 누가 툭 치면 쏟아져 내릴 물주머니 같은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작가는 다시 몸을 얻고, 마음을 얻어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었다고요. 저는 글을 읽으며 이 작가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얻는다'는 표현이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건 제가 글을 써왔기 때문에, 또 그런 시간을 겪어봤기 때문에 더 뾰족하게 느낄 수 있었던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문장 중 일부는 아마 와닿는 것 없이 읽혔을 거예요.

'밝은 밤'은 직접적으로 자기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 않지만, 분명 자기 사랑의 여정을 겪어온 작가의 삶이 들어있었어요.

이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자기 사랑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이야기를 쓰는 거예요.

삶에서 배운 작은 진실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제 글을 읽고, "나도 저런 시간을 겪었어. 이 작가도 그랬구나" 하고 느낀다면,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2025년 겨울의 시작에서

오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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