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야드 재개발 프로젝트로 탄생한 'The Vessel'
아침 일찍 몇 가지 일처리를 하고 9th 애비뉴를 따라 북쪽으로 걷는다. 허드슨 야드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계된 베슬(The Vessel)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다. 10년 전 뉴욕 방문 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 대형 조형물이 2019년 맨해튼 한 복판에 등장했다.
10th 애비뉴를 따라 북서 방면으로 걷다가 33번가를 따라 서쪽으로 향한다. 쇼핑몰 건물을 거쳐 뒷 문으로 나가니 눈앞에 16층, 46미터 높이의 대형 청동빛 조형물이 등장한다. 정교한 벌집 모양으로 설계된 '베슬'은 영국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구조물이다. 베슬과 만나자마자 거대하고 멋스러운 외용에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The Vessel의 실물을 마주한 나의 첫 느낌은 '인체의 혈관과 비슷하다'였다. 조형물의 명칭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황금 구릿빛 외형 건물 사이사이 촘촘히 연결된 길들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있는 혈관과 유사하게 보였다. 또 그 길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 테라스가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파장의 변화, 길을 따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마치 미세한 혈관을 따라 혈액이 흐르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니 허드슨 강의 강물이 길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맨해튼 한복판에 또 다른 우주 도시가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베슬에 대한 초안이 대중에 공개된 시점은 2016년이다. 기존 사고를 깨는 새로운 건축물을 뉴욕 한복판에 설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시 이목이 집중되기에 충분했다. 2017년 이 구조물이 착공되었고, 그 해 12월 작품 설치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는 등 개장 전부터 여러 관심이 이어졌다. 독특한 벌집 모양의 구조와 미래적인 디자인, 예술적 조형물과 공공 건축물의 경계를 허무는 이 작품에 대해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조각’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인스타그램에 태그 되는 명소로 떠올랐다. 무려 총 2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해 완성한 이 구조물은 2019년 3월 15일, 마침내 세상에 공개된다.
허드슨 야드의 개발자에 따르면 이 구조물의 외형 아이디어는 '1년 내내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였다고 한다. 내부는 인도 계단식 우물을 본뜬 구릿빛 계단으로 허드슨 야드에 위치한 건물들을 연결해 줌으로써 방문자들이 정글짐에 오르듯 이 구조물에 올라타 허드슨 야드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탐험 끝에 베슬 꼭대기까지 다 올라가면 마침내 눈앞에 펼쳐진 허드슨 강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 수직적 계단 구조를 통해 ‘걷는 경험’ 자체를 하나의 예술적 행위로 만드는 설계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방문자들에게 새로운 도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개장하자마자 이 건축물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매혹적인 디자인에 홀려서인지 안전 관리에 소홀해서인지 아름다운 조형물에서 안 좋은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개장 이후 총 4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기게 되었고, 결국 개장 2년 만에 임시 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당면하게 된다.
이 사건은 공공 예술 공간에서도 정신 건강, 안전 설계, 관리 체계 등이 필수라는 사실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예술적인 구조물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자살 예방을 위한 물리적 장치가 없었고, 접근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다 보니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이용자 행동에 대한 충분한 예측과 사전 대응이 부족했다는 것도 인지하게 됐다.
이처럼 도시 공간은 단순히 기능적인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에 예술적인 면만 부각했을 경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안전성과 사회적 책임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즉,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은 '예술'과 '현실적 필요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뉴욕시는 지난해 베슬 재개장을 앞두고 구조물의 예술적 형상을 유지하되 '사람을 위한 안전한 공간'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예술도 중요하지만 대중을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예술은 경험을 제공하고, 현실은 책임을 묻는다'는 말이 있다. 베슬의 사례는 건축과 도시 공간이 단지 조형적 아름다움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지하게 해 준다. 예술은 감동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이 사람의 삶을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베슬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는 공간을 설계하는 데 있어 예술성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함께 고려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례가 아닐까.
공공 예술은 '예술'과 '배려'가 공존해야
'살아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뉴욕에 관한 지식사전 5.
뉴욕 지하철(New York City Subway)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철 시스템 중 하나로 뉴욕시 대중교통의 핵심이다. 약어로 MTA(Metropolitan Transportaion Autority)로 불리며 1904년 개통됐다. 현재 총 36개 노선이 운행되며 알파벳 및 숫자로 노선이 표시된다. 또 급행(Express)과 완행(Local) 열차가 있으며 운행 시간은 24시간 연중무휴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상행선과 하행선 역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뉴욕에서는 지하철역으로 진입할 때 방향 푯말을 잘 보고 내려가야 낭패가 없다. 지하철 요금의 결제수단은 자체 OMNY와 메트로 카드(사진)가 있다. 요금은 $2.90.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지하철 타기에 도전했는데 처음에는 메트로카드 구매 방법을 몰라 살짝 곤혹스러웠다. 매표 기계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해외 발급카드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나중에는 애플페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돼 손쉽게 결제하고 지하철에 승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