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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이 남긴 인생 선물

기회와 운을 잡는 법.

by 삶N
“내 사전에 미련한 미련은 없다. 용기와 도전만 있을 뿐.”


드디어 대학을 졸업했다. 명분을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전공을 살려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다. ‘선생님’ 어렸을 때부터 설렘을 주는 단어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니 문득 겁이 났다. ‘과연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선생님’ 소리를 상상하니 마음 한쪽이 간질간질했다.


열정으로 한 해, 노련함으로 몇 해를 보냈다. 뿌듯했다. ‘사회초년생이 이렇게 훌륭하게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다니...’ 스스로 선물을 주고 싶었다. 순간 ‘열심히 일 한 자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유행처럼 나 또한 퇴사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플랜 B도, 쉽사리 사직서를 제출할 용기 따위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 열심히 일해도 떠날 수 없는 현실을 계속 마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언젠가는 떠날 수 있겠지’에 만족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열정 넘치는 젊은 혈기로 퇴사를 결정했다. 걱정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자, 그럼 이제 퇴사 플랜을 짜 볼까?’ 가장 먼저는, 물론 ‘떠나자’였다. 이번에는 국내나 소소한 해외여행과는 다른 큰 그림을 그렸다. 오랜 염원이 담긴 ‘유럽 여행’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나 자신에게 주기로 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까지 어떻게 알찬 퇴사 시즌을 보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에 억눌렸던 ‘끼’를 발산하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너, 나대는 거 좋아하잖아! 뭐라도 해봐.’ ‘뭘 하지? 뭘 하면 좋을까?’ 망설이던 그때 ‘2018 미스코리아 주인공은 당신입니다’라는 문구에 시선이 꽂혔다. ‘에이 무슨 이 나이 먹고 미스코리아야~’ 하며 시선을 거뒀다. 그런데 자꾸만 얼마 남지 않은 지원서 접수일이 거슬렸다. ‘안 되면 그만이지. 뭐’ 탈락을 염두하고 미련 없이 지원했다.


‘헉, 이럴 수가!’였다. 마음을 비워서일까.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예선을 준비하게 됐다. 기쁨과 설렘도 잠시,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1분 자기소개 스피치와 장기자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취업을 위해 써두었던 자기소개에 살을 붙여 미스코리아용으로 다시 만들었다. 장기라곤 자신감과 깡 하나였기에 노래에 승부를 걸었다. D-day, 심사장에 도착했다. 누가 봐도 내가 제일 왕언니다. 가망이 없어 보였다. 떨리지도 않았다.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했다. 미련을 남기지 않고 심사장을 나왔다. 후련했다.




때로는 절박함이, 때로는 미련 없는 자신감이 더 큰 날개를 달아줄 때가 있다. 그런 미련 한 점 없던 나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예선을 통과했다. 이제 본 심사만 남았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부담되었지만 평생의 기억으로 간직할 무대를 떠올리며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몸치이기에 가장 힘들었던 칼 근무까지 소화하며 18명의 후보와 대회전까지의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드디어 본 대회 날. 부모님과 할머니가 꽃다발을 들고 저 멀리 앉아 응원하고 있었다. 울컥했다. 본 대회에서도 달콤한 결실을 볼 수 있을까?


당찼던 도전과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한 열정이 나를 본 대회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대회만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한 후보자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대회 준비과정을 통해 운과 기회를 동시에 잡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수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고, 나는 특별한 경험을 쌓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만족했다. 미스코리아 무대 경험은 많은 경험과 성장, 세상을 대하는 자세, 더 넓은 시야와 도전정신을 선물했다. 특히 준비된 어린 경쟁자에게 배운 것이 많은 경험이었다.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퇴사한 선생님은 더 많은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얻기 위해 유럽 행 비행기에 올랐다. 도전과 열정이라는 값진 선물은 지금도 내가 살아가는 자양분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교훈, 그리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되어야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유럽 여행이라는 커다란 경험과 맞물려 삶을 더욱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 역시 경험은 인생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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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미스인천 선발대회 1차예선 후보 기념사진 촬영>


내 사전에 미련한 미련은 없다. 용기와 도전만 있을 뿐.

스피치.jpg <본선 무대 자기소개 스피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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