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프랑스 파리에서, 어느 소녀와의 대화

질문지까지 준비해 온 진지한 프랑스 소녀들과의 만남

by 세니seny

마지막날은 어차피 짐도 싸야 하니 집에 (비교적) 일찍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침 평일이 아닌 토요일 저녁이었다. 호텔도 아닌 에어비앤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이점이란 바로 이런 거잖아? 관광지에서 짧게 스쳐간 대화가 아니라 호스트 가족과 앉아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이니까.


나는 그 집 막내딸이 궁금했다. 내가 돈을 지불하긴 했지만 하루도 아니고 자그마치 6일이나 그 집에 머물렀기에 한국에 관심이 있다는 그 애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호스트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나 : 막내딸이 한국에 관심 있다고 했잖아요? 내가 토요일 저녁에는 다른 날과 달리 숙소에 좀 일찍 들어갈 예정이라 저녁 8~9시 정도엔 도착할 거 같아요. 혹시 따님이 괜찮다고 하면 나랑 같이 앉아서 한국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면 대답해 주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요.

호스트 : 오케이, 딸에게 물어볼게.


호스트는 기뻐하면서 물어봐주겠다고 했는데 딸이 너무 좋아한다고, 오케이 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어느새 파리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토요일 저녁이 되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곧 도착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더니 딸내미 하고 딸내미 친구도 같이 와있다고 한다.


집에는 밤 9시쯤 도착했다. 나는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화장실 들렀다 다시 나오기로 했다. 그러고 거실로 나왔더니 호스트인 엄마는 없고 딸과 딸 친구 둘만 있었다. 그런데 생각도 못했는데 애들이 진지하게 질문 리스트를 준비해 온 것이다. 13살이라고 소개를 해서 나도 자기소개를 하면서 내가 3X살이라고 하니 놀라는 눈치.


알고 보니 호스트의 딸내미인 앨리스는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운 건데 영어를 잘 못했다. (나도 프랑스어를 못하니 걱정 말렴 ㅋㅋ) 다행히 앨리스의 친구 클로이가 영어를 잘해서 나와 앨리스 사이에서 통역을 해 주었다.


나한테 한국 가수 노래를 듣냐고 물어본다. 요즘 유럽에서도 한국 가수들 콘서트가 많이 열리길래 혹시 콘서트는 가봤냐 물으니 아직 못 갔다면서 6월에 아이브? 콘서트가 있는데 그걸 간다는 거 같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뭐냐고 물어봐서 떡볶이라고 하면서 맵다고 소개했다. 한국 사람들은 매운 걸 잘 먹는 편으로, 한국인인 나는 매운 걸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한다고 하면서 기본 떡볶이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가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고 뜬금없이 내 고향이 어디녜? 그래서 서울 근처에 있는 도시고 10살 때까지 살다 10살부터는 서울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델프 시험에서도 '고향' 정확히는 '출생지'를 적으라는 항목이 있는데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한 게 아닌가 싶다. 프랑스에서 고향이란 대체 무슨 의미일까?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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