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사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 중학생들이 뭘 물어봤냐면...
한국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나는 이 지점에서 살짝 놀랐다. (나는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프랑스인한테 '프랑스 역사에 대해 알려주세요'라고 물어볼 생각은 전혀 없다.) 나한테 질문하더라도 당연히 K-pop이나 드라마 관련된 질문만 할 줄 알았는데 제대로 허를 찔렸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나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간단하게 5,000년 전엔 지금의 남한과 북한이 한 나라로 시작했다고, 고조선을 시작으로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조선을 거쳐 일본 지배를 받고 남한의 경우 대한민국이 세워져서 지금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내가 한국역사를 프랑스 애들에게 영어로 설명하고 있을 줄이야. 그리고 나한테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냐 그랬나, 드라마 자주 보냐 이런 걸 물어봤는데 내가 드라마를 잘 안 봐서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얘들이 정서도 다를 한국 드라마를 왜 좋아하는지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걸 안 물어봤네?
나와 이 집 딸내미 앨리스 사이를 통역해 준 똑똑이 친구 이름은 클로이다. 클로이는 작년부턴가 매일매일 K-pop을 듣고 학교에서도 K-pop 때문에 친해진 친구들이 4명 정도 모인 그룹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뭐랄까 K-pop이 학교에서 주류문화는 아니라서 K-pop 좋아하는 애들한테 게이나 레즈비언이라고 막 놀린다고 했다. 그런데 그 조그만 13살짜리가 'I don't care'라며 주눅 들지 않고 아주 당당했다.
나는 한국노래를 좋아한다길래 한국어에 대해서도 물어봤더니 당장 한국어 공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국어도 '안녕하세요~' 이런 거 빼고는 몰랐지만 가사를 잘 몰라도 멜로디도 좋고 영어 버전 노래도 나오니 그런 걸 듣는단다. 요즘은 인터뷰도 영어로 하고 웬만하면 자막도 있으니까 때문에 한국어를 몰라도 괜찮다고 했다.
나한테 더더 물어봐도 되는데 애들이 질문지에 써온 것만 생각해 왔는지 아니면 어쨌든 내가 숙소에 머무는 손님이라 그런지 쭈뼛쭈뼛했다. 내가 에어비앤비에 머무는 건 이렇게 프랑스 사람하고 대화해보고 싶어서 그런 거고 나도 정말 해피하니 걱정 말라고 하며 얘기를 좀 더 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다 일본에 가봤냐고 물었다. 아직도 보통은 일본과 같이 관심을 갖게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일본도 몇 번 갔다 왔고 일본어도 할 줄 안다고 막 더 물어보라고 했는데 대화가 종료되었다. 내가 한 말을 얘기를 그만하자는 걸로 이해했는지.
그냥 얘들이 더 이상 안 물어봐도 내가 주절주절 설명해 줄 걸 그랬나 싶고. 오히려 내가 다 아쉬웠다. 앨리스는 일본어가 써진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어떤 티셔츠인지 궁금했는데 못 물어봐서 아쉽다. 왜 얘들보다 내가 더 질척거리는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에 이런 비슷한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상대방이 안 물어봐도 내 생각을 더 얘기해 줘야지. 또 그쪽에서 더 얘기할 수 있도록 질문도 하고 대화를 유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