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으로만 이루어진, (가상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여행병의 치료 방법은? 여행을 가면 됩니다 (상)'에서 이어집니다.
아니면 다음 후보지로는 철덕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일본도 있다. 그동안 일본은 여행으로 몇 번 가봤기에 내가 여행해보지 않은 도시에만 내려서 들러보는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은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여행할 때 편한 반면 그만큼 새롭거나 낯설지 않다. 그동안 여행을 여러 차례 가보기도 했고 언어가 통하니 변수가 생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외국인이긴 해도 일본인들의 성향에 맞게 마치 일본인처럼 조용히 다니는 외국인이라 별다른 새로운 에피소드가 벌어지지 않겠지. 재미 측면에선 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자, 다음은 유럽대륙으로 가볼까. 유럽이야 기차여행으로 워낙 유명하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기차여행이란 워낙 들를 곳이 많아 중간에 내리기 때문에 국경을 넘고 이동하는 용도로 많이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냥 생각 없이 하루이틀 동안 쭈욱 기차를 타고 싶은 마음인지라 유레일 패스를 이용한 일반적인 유럽여행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사실 기차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당연히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다. 사실 2019년에 8월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려고 마음을 굳게 먹고 in/out 도시를 정한 뒤 비행기표를 끊어놨었다. 그런데 비행기표를 끊고 며칠 되지 않아 상사가 이직한다면서 당장 다음 달에 퇴사한다고 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티켓을 취소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그 여행을 2020년으로 미루려고 했으나 코로나가 발발한 데다 현재 러시아는 전쟁 중이라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은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올해 하반기에 여행을 가려면 어떻게든 일정을 짜내서 가겠지만 열흘이라는 기간에 기차도 타면서 + 한두 군데 도시를 내려서 둘러보는 여행을 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나는 회사에는 비밀이지만 계속 이직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여길 다닌다는 보장도 없어서 미리 휴가를 계획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러다 든 생각. 그냥 올해 회사 확 때려치울까? 그리고 내년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꼴로 해외로 기차여행을 하는 미친 짓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장 1년은 먹고살 돈이 있으니 가능하긴 하다. 그 뒤에 닥쳐올 재취업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나야 자식, 남편, 애인 같은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나의 안위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 안위라는 게 오히려 나에게 의무를 지워준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고스란히 책임져야 된다는 것도 있어서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도 않다. 이럴 거면 그냥 바로 이사한다고 고집 피우고 집 급하게 구하지 말고 차라리 본가에 들어가서 얌전히 더운 여름을 보내다가 퇴사하고 여행 갈걸 그랬나. 어차피 여행 다니면 집에 없으니 부모님 하고 부딪힐 일도 없는데.
이왕 일생에 한번 여행하는 거 통 크게 세계여행이나 장기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생각보다 여행을 길게 가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여행이 일상이 되어버리니 여행에 대한 환상, 동경 그리고 소중했던 마음마저 사라져 버린다.
또 여행이라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게 계속 낯선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여행지의 규칙에 따라 살아야 하며 숙소도 며칠 단위로 바뀌며 교통수단을 타고 계속 어딘가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장기여행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고 한다.
그럼 장기여행이 아니라 장기여행을 쪼개서(?)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 2~3주 정도 여행을 갔다가 집에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짐정리도 하고 여행후기도 쓰고 여독도 풀면서 쉬다가 다른 지역으로 다시 짧게 여행을 떠나는 거다. 그런 생활을 일 년 동안 반복해 보는 것.
전 세계를,
조각조각,
기차로 여행하기.
일 년 간 갭이어를 하면서 여행도 다니고 일상도 보낸다. 그런데 그다음에 직장을 다시 구해야 하는데 그게 되겠냐고.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지만 꽤 힘들 거다. 휴직이 가능한 직장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퇴사하고 여행 다닐 생각 해서 잠시 행복했는데... 이 계획은 안녕.. 오히려 마음이 더 갑갑해졌다.
멀쩡하게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에 한 번씩 여행 가는 미친 짓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으니 대신! 가고 싶은 곳을 한 달에 한 번씩 여행계획을 짜서 올리는 거다. 마치 여행을 가는(갈) 것처럼 말이다.
위에 발행한 글과 같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고 나서는 이동하는 형태의 여정을 지닌 여행을 해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돈도 돈이고 중요한 건 이런 여행을 하려면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뉴욕, 파리, 홍콩 이렇게 3군데만 생각했는데도 열흘 내에 여행을 마치기는 어렵다. 비행기 이동시간과 도시를 구경할 시간도 필요하니까.
<80일간의 세계일주> 같은 엉뚱한 여행도 여행이라 불렀으니 여행 계획만 짜는 이런 나의 여행도 여행 아니겠어? 원래 여행의 시작은 모름지기 여행계획을 세울 때부터 아니겠냐고. 계획 세우다 보면 언젠가는 갈지도? 계획 세우는 거 하난 기똥차게 잘할 자신 있다. 저는 파워 J니까요. 그리하여…
한 달에 한 나라,
약 2주가량의
기차여행 계획 세우기.
이 미친 프로젝트는 다음 글부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