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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김동전> 제작진에게 쓰는 편지 (5)

그런데... 12월에 들려온 폐지소식... 또르르

by 세니s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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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는 9월에 있었던 <Never> 뮤비촬영 현장에 다녀오고 나서였다. 그날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그냥 주절주절, 마치 제작진 한 분을 내 앞에 두고 인터뷰한다는 느낌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또 그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해야지,라는 기분으로 써 내려간 글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시청률이 계속 낮다 보니 방송 중에도 멤버들 스스로도 낮은 시청률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고 그게 놀림거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수능특집에서는 시청률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라는 주제로 논술을 하기로 했었다.


예전에 어느 방송분 오프닝이었나… 하여간 진경언니가 시청률이 낮아서 언제 폐지될지 몰라 우리 스스로가 참 짠하다는 말을 내뱉은 적도 있어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도 불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방송을 보고 있긴 했었다. 그래도 무사히 1주년을 넘겼고 피디님이 방송규모에 비해 협업 제안 등이 많이 들어와 잘해보겠다는 얘기도 하신 적이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올해 4월이었나, 방송 다시 시작한 지가 2월인가 그랬는데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제 막 폼 좀 올라오고 있는데 폐지소식 기사가 뜨길래 가슴 한편이 덜컹했다.


아...
진짜로 끝난 거구나.


나는 그 와중에도 ‘방송사 홈페이지 가서 제작진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꼭 전해야지'와 같은 생각을 여유 있게 하고 있었다. 심지어 낮에 기사만 보고 바쁘니까 집에 와서 저녁에 해야지 하고 미뤄두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가 뜨자마자 나 같은 팬들이 이미 나서서 폐지가 웬 말이냐며 난리가 났고 하루만인가 정정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다행히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런 기사가 나왔다는 건 방송국의 관계자 누군가라도 입을 놀렸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추측한다.


아무튼 그런 일들도 해프닝으로 지나갔었는데 이번에도 기사가 났다. KBS 사장이 바뀌면서 칼바람이 분다는 기사를 본 게 얼마 전인 거 같은데 홍김동전도 그것의 수혜자 아니 피해자였던 것이다. 믿을 수 없었다. 이것도 모르고 있다가 내가 홍김동전을 소개한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야~ 홍김동전 폐지한다고 기사 떴어~ 기사 봐봐’ 하며 알려줘서 알게 된 것이다. 올해 진짜 이거 하나 보고 버텼는데 말이야.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 프로그램이 우울증 치료제였다, 항암치료하는데 도움 많이 됐다, 한동안 볼 거 없다가 오랜만에 발견해서 일주일간 이거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다… 와 같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지만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내가 쓴 글도 아닌데 어쩜 레퍼토리가 나랑 다 똑같았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올해 힘든 시기들을 버틸 때, 죽는다까지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주 홍김동전은 봐야 하니까 이번 주는 참자'라는 생각으로 일주일을 버티곤 했다.


시청자 청원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에 동의를 누르고 팬카페에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정정기사가 나왔던 지난 4월과 달리 나아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오리무중 한 상태였다.


심지어 폐지기사가 뜨고 나서 나온 방송이 숙언니가 장박하는 캠핑장에 가서 불편한 사람과 시간 보내는 게 벌칙이었는데, 하필 그게 CP(책임 프로듀서)님이었다. 그걸 찍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 소식이 없었던 때였나 보다. 굳이 CP님까지 나와서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걸 또 예능적으로(?) 풀어보려고 한 거 같은데 타이밍이 참 얄궂었다.


그 와중에 우재는 연예대상 MC를 맡았고 숙언니는 옥탑방의 문제아들까지 폐지소식이 전달되면서 대상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프로그램 두 개가 날아가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 와중에 연예대상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심지어 이날은 진경언니 생일. 진짜 얄궂다.


평소에 연예대상 같은 거 거의 안 보는데 이번만큼은 생방을 봤다. 하지만 처음부터 프로그램상 투표에 홍김동전이 없다는 거 보고 개빡쳐서 대답도 없는 대표 전화번호로 ’홍김동전이요!!!’라고 문자를 몇 개나 보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봐야 해서 소리는 꺼놓고 화면만 봤다.


MC를 맡은 우재는 우수상을 받고 진경언니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숙언니는 대상은 못 받고 최고의 예능인상(대상 후보들 중 대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을 받고 끝났다. 진경언니가 최우수상 수강소감 말할 때 들어보니 ‘폐지는 확정된 것이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그래, 그들도 슬프겠지. 그래도 티 내지 않고 저렇게 하는 거겠지. 일부러 더 까불고 춤추고 그러는 거겠지. 그런 것들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상식도 끝나고 마지막 방송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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