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괜찮을까?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하다
이전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비행 편은 멀쩡히 살아있는데 나만 탑승거절을 당했다.
세상에 널린 게 비행기표라지만 새로 알아보기도 귀찮으니 가능하면 원래 스케줄을 그대로 두고 날짜만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일단 오늘은 그렇다 쳐. 그런데 만약 내일 날짜로 바꿨는데 내일 또 탑승거절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거다. 왜냐? 폭우로 마비된 두바이 공항이 언제 정상화될지 지금 시점에서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즉 이걸 여행사도, 항공사도 그 누구도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여행사에서 지금으로부터 15일 후까지의 날짜로 변경하는 경우 한 번은 무료로 수수료 없이 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위의 첫 번째 문제의 우려 때문에 아예 1주일 정도 뒤로 밀어서 '다음 주 월요일 같은 일정으로 바꿔주세요'했더니 그건 또 자리가 없다는 거다. 뭐야 이거. 결국 내가 원하는 일정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급하게 알아본 결과 기존 표는 취소하고 카타르 항공으로 변경해서 어찌어찌 다시 출국을 앞두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대로 출국했더라면 가져갔을 기대감이 숨이 팍 죽고 차분해졌다. 대신 갑자기 3일의 여유가 생기는 바람에 남은 여행계획 점검을 할 수 있었다. 막판까지 이번 여행계획 정리가 잘 안 돼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극 J라 일정이 틀어지더라도 일단 일정이 있어야 안심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내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어야 상황이 변경되더라도 이렇게 해서 저렇게 변경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대처를 하는데 그게 아니면 당황한다. 특히 혼자 여행하니까 누가 곁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3일 동안 청소도 마무리하고 여행계획 점검도 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가는 등산은 못 갔지만 서울대공원을 산책하면서 봄날도 느껴보는 등 약간의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밤늦은 비행기라 내 생애 첫 라운지는 이용해 볼 수 없었지만 이번엔 탑승거절 당하지 않고 무사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나에게 한자리 마련해 준 이 항공사에게 감사. 그런데 왜 항공권은 저렴하지 않나요? 엉엉.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엄청난 변화가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거, 이제는 안다. 여행지에 있는 순간에만 충실해도 그걸로 된 거다. 일 년에 두 달을 여행자로 살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혹시라도 여행지에서 느낀 바가 있다면 현실에 와서 실행해 볼 수 있으면 좋은 거다. 또 현실에서 지칠 때 힘내라고 미리 충전해 두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저 건강하고 안전하게 모든 순간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낯선 언어들에 둘러싸여 그 생경함과 이국적임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뻐하다가도 결국은 다시 돌아갈 한국어가 있음에 감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