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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

오늘은 토요일 : 여행자에게 요일이란 입장지 입장여부를 판가름하는 날

by 세니seny

프랑스의 남부지방 도시 님Nimes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버스로 6시간가량 달렸다. 어느새 오후 2시가 지나 바르셀로나 시내에 들어왔는데 차가 조금 막힌다. 간판의 언어도 전혀 모르는 말로 바뀌었다. 거리엔 옅은 보랏빛 꽃이 달린 가로수가 쫙 심어져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나가기 전에 화장실 있으면 가야겠다 싶어서 두리번거리다 화장실 갔는데 무료다. 이걸 감사하게 되다니. 대부분의 유럽 화장실은 유료라 그런지 무료 화장실이 엄청나게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운행 잘만 되고 있던 에스컬레이터가 서서히 멈춘다? 아니, 엘리베이터도도 두 시부터 시에스타냐고? 미쳐. 나가는 길을 찾다가 괜히 올라와서는 다시 가방 갖고 내려간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왔다가 터미널 나가는 출구를 못 찾아서 헤매는 중. 아까 버스 내린 곳으로 나가서 앞사람을 따라가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그랬더니 드디어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원래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구글맵에서 케밥집을 발견했다. 유럽의 거의 모든 도시에선 가성비로 케밥을 이길 자가 없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거리로 가까운 편이었고 구글 평점도 좋았다. 가게 앞에 가니 사람들이 많네. 나는 캐리어와 배낭도 있고 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기본 케밥을 시켰다. 음식도 금방 나오는 편이었다.


P20240525_143620209_7CC0AFDF-E5DB-4733-A8D1-D84855514D86.JPG 맛있었던 케밥. 사진에는 잘 안 나왔는데 케밥 1개가 매우매우 컸다. (@바르셀로나, 2024.05)


역시 케밥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바로 나왔더니 뜨끈한 데다 칠리소스 넣어먹으니 굳. 나중엔 사워소스였나 하얀 소스도 같이 뿌리고. 그런데 양이 너어어어어무 많았다. 내가 배고픈 상태인 걸 감안해도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어서 1/10 정도를 남겼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꺼-억.


배불리 먹고 나왔는데도 아직 체크인까지 한 시간 남았다. 마침 숙소 가는 길에 공원이 있어 거기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5월 말의 바르셀로나 날씨는 니스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바닷가를 끼고 있어 그런지 온화하고 스페인 남부지방에 비해 덜 더웠다. 이제 곧 스페인 남부지방에 가겠지만 최고온도가 36도에 육박하고 있어서 걱정된다. 오늘은 옷을 적절하게 잘 입고 왔다.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이고 지고 공원이 시작되는 개선문에 도착했다. 웅장해. 그러고 보면 약간 이탈리아 남부지방 느낌도 나는 것 같다. 인사할 때 분명 이탈리아처럼 Ciao~라고도 했고 길거리 가로수로 야자수가 가득하다. 건물도 왠지 약간 옅은 베이지색의 중세 느낌이 난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어제도 숙소 일찍 들어갔는데 주인 할머니도 손자 픽업하러 가고 옆집(?)인지 바로 근처에 있는 집 마당에서 시끄럽게 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그들에겐 금요일 밤이었던 거다. 이 사람들은 일상을 살고 있는데 곧 주말이 시작되니까 신났던 거지. 그리고 할머니는 자식들이 주말에 여행 가거나 쉬게 해 주려고 손자를 픽업해 와서 주말 내내 돌보는 것일 테고.


나 같은 여행자에겐 요일이 없다. 나에게 요일이 필요한 경우는 관광지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판별기준. 그리고 월-금의 평일 점심 오늘의 메뉴(스페인어로 치면 menu del dia)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냐/없냐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정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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