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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

하루동안 행복의 순간 세 번 갱신하기 : 첫째, 공원에서 비눗방울 보기

by 세니seny

이곳은 바르셀로나 그리고 오늘은 토요일.


앉아야겠다 싶어 의자를 찾았다. 공원엔 나 같은 관광객도 있겠지만 날씨도 좋고 주말이니까 현지인도 많이 나왔을 거다. 그래서 그런지 공원 분위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참, 공원에서 앉을자리를 찾고 있는데 저 멀리서 보이는 수많은 비눗방울이 보였다.


<오늘의 첫 번째 순간>


비눗방울에 신난 사람들. (@바르셀로나, 2024.05)


새파란 하늘. 직사각형의 공원 안에 쭉 뻗은 대로와 대로를 따라 줄지어 서있는, 아주 튼튼해 보이는 건강한 야자나무와 중세풍의 건물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더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어딘지 모를 곳에서부터 공기 중에 퍼지고 있는 비눗방울들. 흩날리는 비눗방울이 이 풍경에 정점을 찍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릴 줄 안다면 꼭 그림으로 남겨서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림 그리기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해 볼까?


여행 명소와 같은 공공장소에 가면 그곳에서 버스킹을 하거나 비눗방울 쇼를 해서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팁으로 생활한다.


나도 팁을 잘 내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은 나라 차원에서(?) 관광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므로 월급을 주고 차라리 고용하는 게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내가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주말에 왔기 때문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체크인이 4시부터 가능해서 4시가 조금 넘어 공원을 나선다. 비눗방울 더 보고 싶었는데 힝. 또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숙소는 이 공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처음 오는 곳이다 보니 숙소 입구에서 벨 누르는 법, 엘리베이터 타는 법 등을 헤매며 도착했다.


어디든 새로운 숙소에 도착하면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물론 글로벌 공통 언어인 영어로 설명해 주지만 토익 LC처럼 혹은 훈련받아서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언론인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는 영어는 아니다. 그 나라 특유의 억양이 섞인 영어를 최대한 귀 기울여 들으며 놓치지 않으려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숙소마다 침대의 위치, 화장실 위치는 물론 숙박 기간 동안의 규정, 체크아웃 시 규칙, 락커 사용방법 등 일러줘야 할 것이 많다. 유럽에서는 아직도 도어록보단 열쇠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런 경우 열쇠가 한 개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물 열쇠, 숙소 열쇠, 방 열쇠에 락커 열쇠까지 3개는 훌쩍 넘긴다. 이번같이 열쇠가 없이 비밀번호로 여는 곳은 매우 드문 편이다.


숙소 직원의 설명을 다 듣고 내 자리에 짐을 풀고 나갈 준비를 한다. 해가 기니까 체크인하고 나서도 오후시간이 남아 있어서 그 시간에 뭘 할까 고민했다. 바르셀로나에는 2.5일 정도 머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부족한 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미리 관광지 정보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도시 별 체류시간을 정했더라면 더 오래 머물렀을 텐데. 이것이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자의 최후다.


그래서 고민하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이곳은 파리처럼 공공수영장은 아니라 그렇게 저렴하진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아침에 들어가서 밤까지 놀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입장료 개념으로 요금을 받아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쌌다. 나처럼 이렇게 오후 늦게 입장하는 건 손해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하철역에 들러 표를 사고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에서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스페인어의 홍수 속에서 프랑스어라는 것만 간신히 구분해 낸 그들의 말소리가 반가웠다.


수영장에서도 프랑스어로만 말하는 약간 나이 드신 분들을 봤는데 프랑스랑 가까우니까 놀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바르셀로나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프랑스고 어디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올 테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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