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revoir, France!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여행지에선 매일매일이 또 다른 시작이건만 오늘은 과거에도 와 본 적이 있고 근 열흘 간 익숙해졌던 프랑스를 벗어나 처음 가보는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향해 간다. 정확히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넘어간다.
이제 거진 여행 한 달 차. 확실히 시차적응이 잘 됐는지 낮에 그렇게 걸어 다녔는데도 밤에 잠이 안 온다. 그래도 오늘 아침엔 일찍 타야 하는 버스 때문에 긴장해서 그런지 벌떡 일어났다. 나갈 준비를 다 마쳐놓고 대기 타고 있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 급하게 화장실 다녀온 뒤 체크아웃을 했다.
어제저녁에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오늘 아침에 몇 시에 나가냐고 해서 이 시간쯤 나간다 했더니 마침 잘 됐다고. 당신은 손자를 축구교실에 데려다줘야 해서 아침 7시 반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전에 내가 알아서 나가주니 깔끔하게 체크아웃이 마무리되었다.
호스트 할머니께서는 프랑스어로 자꾸 말 걸어주시는데(이 분이 영어를 거의 못 하심) 한 50%는 알아듣고 나머진 못 알아 들었다. 그래도 이상한 자존심 때문에 번역기를 돌리고 싶진 않아서 더듬거리는 프랑스어로 3일간 감사하다고 하고 나왔다. 버스 타고 바르셀로나로 간다고 했더니 집 앞에서 7번 버스 타면 된다면서 다행히 구글맵 검색결과와 같은 결과를 얘기해 주셨다.
그런데 그런 친절과는 별개로 나중에 후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 이 집은 방이 하나였고 할머니가 평소엔 자기가 그 방을 쓰는데 손님 받을 땐 본인은 거실의 소파베드에서 주무시는 거였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나는 이 사실이 좀 불편했다. 물론 내가 돈을 낸 거고 유럽 같은 덴 소파베드라고 해서 침대 같은 형태로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다 오늘이 주말이라 그런지 어제저녁엔 근처에 사는 손자까지 달고 오셨다. 자식네가 가까이 사는지 여행을 갔는지 뭘 하는지는 몰라도 손자를 봐주는 거 같았다. 걔도 할머니를 따라 강제 거실행.
아무튼 프랑스에선 프랑스어를 조금 할 줄 알고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현지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숙박의 대부분을 에어비앤비에서 보냈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가족 간 교류가 많이 없다고 느끼는데 오히려 프랑스가 3대가 가까이 살고 더 가족끼리 가까운 듯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내가 머문 두 집은 그랬다. 조부모도 손자/손녀를 잘 돌봐주고 장성한 자식들도 부모집을 잘 들여다 봐주는 느낌.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독립적이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생활이 잘 유지되는 거 같다.
이렇게 프랑스에서의 체류를 마치고 이제 안 가본 나라, 완전 처음 가는 스페인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