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다만 도리처럼 길을 잃었을 뿐...
2016년 7월 16일 일기.
오랜만에 조조영화를 봤다.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
이걸 굳이 조조로 본 이유는 더빙판을 찾다 보니 주말 오전 시간대 밖에 없어서였다. 일반 성인용 외국영화는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은 더빙으로 한 번 보니 편해서 끊지를 못하겠다.
영화를 재밌게 보고 나오니 11층이었다. 참고로 영화는 신도림 CGV에서 봤는데 영화관은 12층이었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출구는 11층으로 연결된 모양이었다. 집에서 조금 멀긴 해도 걸어올 수도 있는 거리여서 가끔 여기로 영화를 보러 오긴 하지만 뭐랄까... 이놈의 테크노마트는 길이 복잡해서 자주 오지는 않는 편이다.
오늘은 비가 좀 덜 오면 집까지 천천히 걸어갈까? 싶어서 1층에서 내린 게 화근이었다. 비는 아직도 오고 있었다. 게다가 생각해 보니 집까지 걸어가려고 해도 신도림역 1번 출구로 연결된 통로로 나가야 우리 동네로 갈 수 있어서 어차피 이 건물 1층으로 나가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럼 다시 지하로 가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지하철역이 지하 1층과 연결된 건지 지하 2층과 연결된 건지 순간 헷갈렸다. 엘리베이터 타면 안내판에 나와있겠지, 하며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지하철 연결 표시가 없네?
그래서 일단 지하 1층에서 내렸다. 그런데 또 여기가 아닌 거 같은 거다. 아, 그럼 지하 2층인가 보다. 저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있길래 그걸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그랬더니 어라? 여긴 주차장으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네? 다시 지하 1층으로 올라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니 여긴 이마트네?
그래, 내가 신도림역으로 올 때 본 거는 지하 1층의 풍경이었다구. 이마트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구. 엉엉. 그런데 저 멀리 공차가 보이네. 그래. 오랜만에 버블티를 한 잔 먹자. 그리고 버블티를 시키면서 지하철이 몇 층과 연결되는지 물어보자.
타로버블티를 시키고 음료를 받으면서 물어봤더니 이 직원이 어리바리한다. 안쪽에서 다른 직원이 나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른쪽으로 돌고 어쩌고 한다.
복잡하다. 난 그냥 단지 몇 층하고 연결되는지만 알려주면 그 층으로 가려고 했는데.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그걸 타고 올라가기로 한다. 달랑 한 층 올라가면 되는데 내 앞에서 사람이 꽉 차서 한 대 보내고 그다음부턴 지하에서부터 아예 만원이라 멈추지도 않고 올라가더라.
빡쳤다.
지금 집에 가고도 한참 남았을 시간인데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공차 앞쪽에 이마트 매장 입구가 있고 직원이 있길래 지하철로 가려면 몇 층으로 가야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까 공차 매장 직원이 설명해 준 것과 같은 길을 알려주는 거 같았다. 대신, 조금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는 내려가는 것 밖에 없었다. 저어기 문화센터 벽을 따라가면 올라가는 게 나올 테니 그걸 타고 올라가서 우회전하라고 했다. 그렇게 알려준 대로 문화센터를 따라가니 올라가는 에스칼레이터가 나왔다! 그리고 올라갔더니 이제야 어딘지 알겠어.
그래서 우회전하라고 했던 말은 잊어버리고 무작정 걸었더니 바로 밖으로 연결되네? 내가 찾던 건 여기가 아닌데? 그제야 우회전하란 말이 생각나서 다시 뒤돌아서 알려준 대로 가니 이제야 지하철이 보인다. 엉엉. 도리도 결국 부모님을 찾는 기적을 이뤘고 나도 한참을 헤맨 뒤에야 집에 가는 길을 찾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몇 년 만에 하는 멍청한 짓인지 모르겠다. 바닷속을 헤매던 도리를 보고 나와서 그런 걸까. 하지만 아무리 길을 잘 찾는 편인 나라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겠지.
자, 이제 집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