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의 기록 (5) : 여행의 끝에서 우연히 만난 운명
2023년 10월 서울탐방기의 에필로그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난 다음날.
회사에서 일에 시달리다 갑자기 어제 여행 중 어느 한 장면이 팟 하고 떠올랐다. 어디서 마주친 장면이었느냐면…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청와대에서 인증샷을 찍고 큰 대로변을 지나 골목을 건너 통인시장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제 이 작은 골목 하나만 지나면 저 앞쪽에 통인시장이 나오는 바로 그 거리 끝무렵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이름이 특이한 카페 하나를 마주치고 '어머, 이름이 참 재밌는 곳이네?' 하며 사진을 찍었었다.
왼편에 있는 건물 모퉁이에 있는 카페였다. 그 카페의 이름은 바로 '2막'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간판을 보는 순간 스르르 걷는 속도를 낮추며 자리에 멈춰 섰다. 왜냐면...
나는 퇴사를 결심한 상태로 혼자 서울을 여행했다. 그런데 이게 이직을 하기 위해 퇴사하는 일시적인 퇴사가 아니라 당분간 일을 그만두는 퇴사다.
정확히는 퇴'사'라기 보단 퇴'직'을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직무, 이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이 회사를 다니면서 이 '직무'만 그만두는 것은 할 수가 없기에(사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직무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이동하고 싶은 직무도 없다) 결론적으로는 퇴'사'가 되는 것이긴 하다.
그래서 어제 내내 혼자 여행을 하면서 이곳저곳 걸어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리고 또 돌렸다. 사람들이 없는 구간에서는 마치 누군가와 통화하듯이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조용조용히 내뱉으면서 길을 걷거나 잠시 앉아 쉬곤 했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내뱉었던 말이 바로 이거였다.
나는
제1의 직업을 마무리하고
제2의 직업을 찾아 떠난다.
그러니 그런 나에게 여행 끝자락에서 '2막'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를 만난 것은 운명이라는 유치한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 통틀어 나의 세 번째 퇴사(예정)는 바로 현재 직업, 첫 번째 직업이라는 1막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남들이 다 뭐래도 인생의 실패자, 도망자, 겁쟁이 같은 게 아니라 그저 나는 1막을 닫고 새로운 막을 여는 것이다. 1막의 직업을 마무리하고 2막을 꾸려나갈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건...
운명이구나.
나는 어느 골목을 우연히 지나가다 '2막'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마주쳤다. 그럼으로써 나는 정말로 인생의 2막을 열게 될 것이다. 하늘에서도 그걸 지지해 주는구나.
나의 선택에 힘이 실린 느낌.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리고 이 모든 게 운명이었다고. 내가 걸어가는 그 길이 곧 나의 운명이다. 나의 선택을 따라 내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