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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Young Kim Oct 15. 2016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2)

미국 IT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문가가 되는 방법

필자의 지난번 글에서는 IT 종사자로서 미국 생활에 적합한 (혹은 그렇지 않은) 유형에 대해 다루었다.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발전시킬 각오가 되어있는 열정적인 사람, 일과 삶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사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고 교류하는 것을 즐기는 열린 사람이 미국 생활에 적합하다고 썼다.


여러 고민 끝에 미국에 도착한 여러분, 이제 과연 어떻게 해야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잘 살 수 있을까? 미국 사회에서 직장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가? 흔히 미국 생활은 자유롭고 편하지만 동시에 심심하고 외롭다고 한다. 동양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일컫는 뱀부 실링(bamboo ceiling)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의 장점만 취할 수는 없을까?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써볼까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오늘은 미국의 IT 업계에서의 경력 개발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 지난번에 언급한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법에 관한 필자의 생각이다. 역시 필자의 제한된 경험에 기초한 주관적인 글이며, 미국에서 IT 종사자로 살아가고 있거나, 이를 계획 중인 독자분들을 염두에 두고 썼음을 밝힌다.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미국의 IT 업계

지난 글에서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지만 동시에 경쟁도 치열한 미국의 IT 기업의 문화를 살펴보았다. 이처럼 빅데이터, 기계학습 등 최신 기술 트렌드의 발상지인 동시에 컨퍼런스 및 밋업(meetup) 그룹 등 다양한 기술 공유의 장이 존재하는 미국은 IT 전문가로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상대적으로 야근이 적고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미국의 문화는 전문가로서의 성장에 필수적인 ‘잉여’를 위한 여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반대로 미국의 IT 기업은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직원들의 각 분기 별 성취도를 성과 위주로 엄밀히 평가하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은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솎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IT 업계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바뀌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IT 회사의 면접이 대부분 지원자의 지식보다는 문제해결력 위주로 평가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가? 전문가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전문가는 1)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고 2) 분야 전체에 영향력을 가지며, 3) 그 자신이 이름이 브랜드가 되는 사람이다. 구글의 Jeff Dean, 애플의 Jony Ive, MS의 Ronny Kohavi 등이 떠오른다. 물론 이 정도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이 이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프로세스를 LEARN >> APPLY >> SHARE의 3단계로 설명하고자 한다. 업무 관련 지식 및 최신 기술 흐름을 꾸준히 흡수하고 (LEARN), 지식을 당면 문제에 적용하여 해결하는 경험을 쌓으며 (APPLY), 마지막으로 그 결과를 널리 공유하는 것이다. (SHARE) 이 프로세스는 사실 모든 지식 산업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IT 업계와 같이 지식 집약적이며 변화가 심한 산업에서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이 세 단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LEARN: 진짜 배움은 취직 후 시작이다

우선 LEARN 단계의 목적은 업무 관련 지식을 쌓는 것이다. 예전에는 배움이 학교에서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IT 업계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고, 약 5년에 한 번은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부를 만한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환경이 데스크톱에서 웹, 그리고 모바일 등으로 옮겨가는 것이 그 사례다.


필자의 연구 분야인 검색 알고리즘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가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검색 알고리즘의 디자인에는 연구자의 직관과 경험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후반에는 기계학습의 발전과 검색엔진의 대형화로 기계학습 모델에 기반한 랭킹 알고리즘이 대세가 되었고, 사람이 하는 일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준비하는 일(feature engineering)로 바뀌었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딥러닝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신경망 모델을 만드는 일로 바뀌고 있으니 5년을 주기로 업무의 성격이 확 바뀌는 셈이다.


다행히 기술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 제한된 기관의 학생에게만 제공되었던 양질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누구에게나 공개되고 있으며, 많은 IT 회사들이 자사의 핵심 기술을 논문이나 오픈소스 등의 형태로 공유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사람이 충분한 시간만 투자하면 최신 기술을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필자 역시 아직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넓게는 필자가 일하는 직군인 데이터 과학자로서 데이터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과 툴을 공부하고, 좁게는 필자가 담당하는 검색 엔진 및 온라인 서비스의 품질 평가에 대해 꾸준히 학회에 참석하며 배우고 있다. 당장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지만 딥러닝 등 분야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도 관련 밋업 등에 참석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을 배움에 투자하고 있지만, 항상 배우고 싶고 배워야 하는 것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WORK: 실무에 적용하면서 제대로 배운다

LEARN 단계에서 배운 지식을 현업에 실제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이 과정에서 내면화하는 것이 WORK 단계의 목적이다. 스키 타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다고 바로 슬로프를 내려올 수는 없듯이 이론적으로 배운 지식을 다양한 상황에 실제로 적용해 보아야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회사는 학교보다 배움에 더 적합한 환경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곳인데, 왜 이렇게 배움이 중요한가? 산업화 시대에서와 같이 각 근로자의 역할이 고정적이고 잘 정의된 경우라면,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학교에서, 혹은 입사 초기에 배운 기술로 평생을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제품 생산과 지식 습득이 명확히 구분되는 구조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IT 업계의 업무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정글을 탐험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뭔가 해보고 잘 되면 더 투자하되, 아니면 교훈을 얻고 재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빨리 배우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조직이 성공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품 생산과 지식 습득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넓게 보면 소프트웨어 회사의 생산품인 코드 자체가 일종의 지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IT 회사에서는 연구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구체적인 연구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별도의 R&D 조직을 운영하면서, 사업부 내에서도 많은 연구자들이 일하고 있다. IT 회사들의 R&D 조직의 운영에 대한 기사를 보면 (페이스북 애플 구글), 연구 조직의 성과가 빨리 사업부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 팀과 연구 조직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IT 회사에서는 이렇게 업무를 통해 꾸준히 뭔가 배울 수 있고, 회사의 지적 자산에 공헌할 수 있는 직원, 즉 전문가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경력 초기부터 명확한 전문 분야를 갖고, 업무 경험을 통해 이를 꾸준히 심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온라인 서비스의 품질 평가’라는 업무를 입사 초부터 담당해 왔고, 4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팀이 바뀌고 회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필자는 유관된 영역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왔으며, 연구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사내 블로그 및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 결과 전혀 모르는 팀에서 ‘서비스 품질 평가’에 대한 질문을 종종해오고, 이런 문의가 프로젝트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SHARE: 배운 것은 정리하여 공유한다.

WORK 단계에서 기존의 지식이나 도구를 단순 적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테크닉이나 도구가 개발되기도 한다. 실제로,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술의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야 하는 IT 업계에서는 업무 과정에서 이런 창조적인 결과물을 얻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 이렇게 새로 축적된 지식은 SHARE 단계에서 널리 공유하여 그 영향을 극대화하고 전문가로서 브랜드를 쌓을 수도 있다.


회사 업무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을 공유한다? 어떤 분들은 회사의 업무 기밀을 누설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지식이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MS, 구글, 페이스북을 포함한 거의 모든 대형 IT 회사에서는 경쟁적으로 연구 성과를 논문 및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형태로 공유하고 있다. (물론, 철저한 비밀 주의를 고수하는 아마존과 애플과 같은 회사도 있다.)


이런 IT 회사들의 개방 주의는 얼핏 엄청난 비용을 들여 쌓은 지적 자산을 경쟁자에게 넘기는 행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이런 개방 적인 연구 문화를 채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이런 지속적인 연구 성과들은 회사의 연구 역량을 과시하여 관련 분야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2) 공개된 소프트웨어나 툴 등은 회사의 기술 생태계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페이스북의 AI 연구소를 이끄는 Yann LeCun의 말을 들어보자.

"It's okay if other people use our technology because [its value] is rarely just in the technology itself, " LeCun said. "It's in the way we can exploit it because of our position in the market. And we're pretty big at the social network business. And so if we invent a technology that can be applied to this, we're going to be the ones to take advantage of it the fastest." On the other hand, he added, "If we don't take advantage of it before other people, it's our own fault."

어쨌든 IT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이런 개방 주의가 경력 개발의 큰 기회가 된다. 자신이 했던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교훈 등을 잘 정리하여 논문이나 발표를 통해 널리 공유할 수 있다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앞서 언급한 사내 블로그 및 세미나 이외에, 관련 학회에 튜토리얼이나 논문 발표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데이터 과학에 대한 생각과 기초지식을 정리할 수 있었던 헬로 데이터 과학의 집필도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물론 발표 자료를 준비하거나 논문을 쓰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공유 활동을 통해 잘 정리된 지식은 결국 나의 것이고 다양한 청중으로부터 피드백도 받을 수 있으니, 공유는 결국 배움을 완성하는 가장 효률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공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그 결과로 새로운 협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업무 성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내 활동 vs. 사외 활동의 균형

위에서 다룬 LEARN>>WORK>>SHARE 활동은 회사 내 / 외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충족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교육 및 지식 공유를 위한 세미나와 같은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외부적으로는 분야 별로 학계 및 업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및 컨퍼런스가 존재한다. 데이터 과학의 StrataConf 같은 것이 업계 컨퍼런스로서 유명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로 자신이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이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경력상의 목표에 따라 달린 것이다. 회사 내부의 프로그램은 회사의 업무와 관련도가 높고 회사 내에서의 네트워크를 쌓는데 도움이 되는 반면, 회사 외부의 프로그램은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회사의 경계를 넘어서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쌓는데 유용할 것이다. 이는 깊이냐 넓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사내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많은 경우 회사 밖 이벤트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 직장인이 아닌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내 활동과 사외 활동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직장인과 전문가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직장인은 회사를 위해서만 배우고 일한다  

  전문가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하고, 그 과정에서 회사에 공헌한다    

  직장인은 회사 내에서의 인정에 만족한다  

  전문가는 업계 전체의 인정을 목표로 노력한다    

  직장인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한다  

  전문가는 자신의 운명을 통제한다    


여러분은 직장인으로 남고 싶은가, 아니면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한국이나 미국이나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진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고용이 유연한 미국에서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확실한 전문성을 가진 개인이 회사에서도 승승장구하고, 나아가서는 컨설턴시나 스타트업 등을 창업하여 독립하는 것을 많이 본다. 앞으로 원격 근로 등을 위한 수단이 보편화됨에 따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독립적인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이와 관련해 최윤섭 님의 브런치를 추천한다.)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커뮤니티

지금까지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는데, 이들 활동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배우고 이를 적용하면서 성장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동기부여와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멘토(mentor)와 동료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중세의 장인-도제 시스템, 그리고 현대의 대학원 연구실 등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은 커뮤니티 형태로 되어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필자의 경우 대학원 시절에는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면서 교수님과 선배 및 동료 학생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논문을 쓰면서부터는 컨퍼런스에서 만난 전 세계의 검색 관련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전문가로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MS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사내의 다양한 연구 그룹의 미팅에 참석하면서 견문을 넓혀 왔다. 또한 시애틀 지역의 다양한 데이터 관련 밋업(meetup) 그룹에서도 업계 동향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Quantified Self, R, Data Visualization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밋업에 참석해왔다.


이에 더하여 필자는 아내와 함께 ‘창발’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창발은 기본적으로 시애틀 지역의 IT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지식 공유와 교류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받고자 하는 커뮤니티다. 창발을 만들게 된 계기는 시애틀 지역이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IT의 허브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아직 한인 IT 종사자들의 구심점이 될만한 모임이 전무했으며, 한인 전문가들 간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 2년 전 열 명 남짓한 필자 부부의 지인들이 모여서 첫 모임을 가진 이래로 창발은 130명이 넘는 회원에 모임 때마다 30~50명가량이 참석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하였다. 창발의 주 활동은 정기 세미나로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관심사와 전문 분야를 알아듣기 쉬운 형태로 발표하는 모임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배운 것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연습을 할 수 있고, 자신이 했던 프로젝트 등에 대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작년까지 비공식적인 커뮤니티였던 창발은 올해 초 비영리단체(NPO)로 등록하여 이사회와 정관을 갖춘 공식 단체가 되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임정욱 님(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윤필구 님(빅 베이슨 캐피털) 등을 키노트 스피커로 모시고, 지역 주민 및 IT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주변에 같이 배우고 성장할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면 여러분이 직접 '창발'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보다 공감하고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맺음말

이번 글에서는 미국 IT 기업이라는 환경을 중심으로 전문가로 성장하는 방법을 다루어 보았다. 전문가를 지향해야 할 이유, LEARN >> WORK >> SHARE로 이어지는 지식의 축적 사이클, 사내 활동과 사외 활동의 균형, 그리고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커뮤니티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많은 부분은 IT가 아니거나, 한국에 계신 분들께도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활동을 다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테니,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전문가가 되려면 개인 생활은 다 포기해야 되는 건가'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사실 필자의 경우에도 회사 업무는 40시간 내외로 끝나지만 필자의 분야인 데이터 과학에 대해서 읽고 쓰고 생각하는 시간을 다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다. 책을 집필하던 작년에 필자는 농반진반으로 '낮에는 데이터 과학자, 밤에는 데이터 애호가'라는 프로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데이터의 가능성에 매혹되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필자에게 이는 그다지 고달픈 일은 아니었다. 열정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다. 전문가로서 필요한 창의성은 끊임없이 배우고 자나깨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데서 나오기 떄문이다. 열정만으로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점점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 여러분의 열정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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