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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Young Kim Dec 31. 2017

생물학자에서 아마존 개발자가 된 이유

김예준(Software Engineer @ Amazon)

시작은 좋았다. 2005년 한국에서 대학을 위해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나는 미국 시민권이 이미 있어서 신분상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사실상 미국은 철이 들고 처음으로 집을 떠나 와보는 것이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 등 다른 유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갖은 고생 끝에 미국에서 명문인 대학교를 세포생물학 학위로 졸업하고 질병 연구소에 취직되었다. 연구소 차체 설비도 좋고 무엇보다 흔치 않게 연구소 안에 대규모 직속 Vivarium(연구에 사용되는 동물 사육장)이 있어서 연구결과를 바로 동물에 적용해볼 수도 있었다. Software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하지만 과학 연구에서는 꿈만 같은 End-To-End development environment이기에 대학에서 이론으로만 성립시키고 실제로는 실험 못 했던 수많은 연구를 이제 해볼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연구원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라는 테두리 밖의 돈으로 굴러가는, 그렇기에 언제나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연구소의 현실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경력이 높아질수록 실제 연구는 뒷전이고 돈이 나오는 프로젝트를 받아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고, 몇몇 대표 연구원들은 연구소에서의 자기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다른 팀들을 비방하고 다니고 있었다. 회사에서 제일 잘 나가는 팀 중 하나가 단지 예산을 다 쓰기 위해 미리 사고 계획 없이 내버려 둬서 너무나 늙어버린 8번째 기니피그(실험용 쥐)를 내 손으로 안락사시킨 그날, 나는 연구소와 그동안 공부했던 많은 것들을 그만두기로 하였다.


연구소를 그만두고 커리어 전환을 결심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Amazon에서 Software Development Engineer로 일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참을 많이 돌아갔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가능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성실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수 있다면, 미국에서의 커리어 전환,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직종으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다. 


핵심

·         성실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실천할 수 있다면 미국에서 개발자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다

·         무조건 부딪쳐라. 실패해도 사실 손해볼 건 없다.


실험실 몸값 높은 특별한 친구들과 몸값 낮은 일반 인간


현재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2017년 현재 Amazon의 2년 차 Development Engineer로 일하고 있다.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같은 특별한 전문은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Backend 개발자로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기존의 여러 서비스를 찾아내 묶어서, 혹은 필요에 따라 완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서 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의 평일화된 서비스를 이용자 개개인 성향이나 행동, 위치에 따라 개인화된 결과물을 내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커리어 전환과 취업에 성공하였나?


나이 28에 대학교에 다시 학사 과정으로 입학하였다. 다행히 기존에 있던 학위가 이공계열이라 컴퓨터 공학 쪽 전공과목만 듣고 나머지 교양 과목들은 일절 듣지 않아도 되었다. 상담사가 각 학기를 전공과목으로만 채우는 것을 매우 힘들다고 경고했으나 사실 그때는 경제적인 사정도 있어 최대한 빨리 다시 졸업해서 일을 시작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여름학기까지 다 합치면 2년 만에 컴퓨터공학으로 다시 졸업할 수 있었다. 첫 1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온종일 전공 책만 잡고 코딩을 한 기억밖에 없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컴퓨터공학 전공에서는 Capstone Program이라 하여 졸업 전까지 12주간 학교 밖의 기업체에서 인턴을 하거나 학교 안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었다. 3학년 여름방학 기간 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기업에서 여름 인턴을 하게 되면 끝나는 날 심사를 통해 정직원 오퍼를 미리 받을 수 있다. 받게 된다면 학교로 돌아가 4학년에 원하는 공부를 하고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수많은 곳에 여름 인턴을 지원해서 수많은 고배를 마신 결과 Amazon에 여름 인턴에 합격하고, 무사히 인턴 기간을 마쳐 마지막 날 정직원 오퍼 받게 되었다.   


실험실 Autoclave Machine 과 알수없는 외계생명체


취업까지 어떤 준비를 어느 기간동안 했나


6개월간 쉬지 않고 인턴 인터뷰 준비를 하였다. 개발자 인터뷰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기본적인 Behavior 인터뷰, 전화로 하는 Technical 인터뷰, 그리고 직접 회사에 찾아가서 하는 Onsite 인터뷰가 있다. Behavior 인터뷰 같은 경우 나는 실제 사회생활도 해 보았고 면접도 많이 보았기에 따로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화로 하는 Phone 인터뷰 같은 경우 컴퓨터 스크린을 인터뷰어와 내가 공유하면서 코딩을 하는 것이고 Onsite 같은 경우 화이트보드에서 직접 코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짬이 날 때마다 예시 문제들이 나와 있는 책을 풀고, HackerRank같이 코딩 문제를 온라인으로 풀 수 있는 tool을 찾아서 연습하고 친구들이나 멘토, 그리고 주위의 개발자들을 찾아가서 모의 인터뷰를 해보았다. 모르는 분야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아는 분야에 한해서는 누가 어떤 문제를 물어도 최적의 답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취업까지 제일 힘들었던 준비과정은?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교에 간 것에 대한 주위의 시선, 일을 더 하지 않기에 오는 경제적 압박 같은 것 사실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기에 참고 지냈지만, 취업까지 크게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첫 번째는 본격적인 전공과목들을 듣기 시작할 무렵 동시에 인턴 인터뷰 준비도 해야 하는데 전공과목들로만 시간표를 도배한 나로 써는 도저히 시간상으로 여유가 없었다. 학교 과제, 프로젝트, 시험 같은 것만으로도 아주 바쁜데 그 사이에 인터뷰 준비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주말, 늦은 밤, 그리고 학교 마칠 때마다 짬을 내서 모의 인터뷰도 하고 쉬지 않고 코딩 문제도 풀어가면서 준비하였다. 학교 과제, 프로젝트, 시험 같은 건 마침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있어서 분업하였다. 이런 식으로 해도 오랫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취침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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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고비는 실제 인턴십을 하면서 있었다. 인턴십은 돈을 받으면서 느긋하게 새로운 것을, 혹은 실무를 배우는 시기하고 오해를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정직원을 향한 12주짜리 인터뷰 코스이다. 나의 담당 매니저가 첫날 말해준 정직원 합격의 기준은 우스울 정도로 명쾌했다. 12주 동안 주어진 프로젝트를 끝내고 deploy 하면 합격, 그것이 아니라면 탈락. 나 같은 경우는 인턴 팀 배정의 운이 나빠서 학교에서 집중해서 공부한 분야와 전혀 다른 부서 (Networking 관련)에,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언어(Ruby)를 써야 했기에 인턴 시작하자마자 알아서 독학해야 했었다. 게다가 배치된 부서는 아마존 내부에서도 높은 강도의 업무로 악명높은 곳이라서 나를 도와줘야 할 멘토는 거의 종일 자리에 없었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많고 좋은 서적도 많아서 독학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12주 중 첫 3주는 정말로 많은 시간을 단지 나의 실력과 지식을 시작지점까지 올려놓는데 보냈다. 

나의 담당 매니저가 첫날 말해준 정직원 합격의 기준은 우스울 정도로 명쾌했다. 12주 동안 주어진 프로젝트를 끝내고 deploy 하면 합격, 그것이 아니라면 탈락.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직하려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흔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Tech 기업들을 “미국 일류 대기업”이라고 부르며 “엘리트” 만 있는 곳이라고 겁부터 먹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반은 사실이고 나머지 반은 거짓이다. 물론 여기에는 흔히 외계인이라 불리는 탈지구 급 지능이나 실력을 갖춘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제는 도대체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지?  생각할 정도의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자기의 실력이 충분하지 못 할 거 같아서 아예 처음부터 지원을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실력 평가는 면접관 하는 일이지 스스로가 하는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을 거 같아서 지원을 안 하는 사람에게는 아마존만 해도 수많은 개발자가  비자를 받아 일하고 있으며 팀원들이나 매니저는 그런 건 아무 관심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취업비자가 필요할 경우 단지 인사팀의 일이 조금 더 많아질 뿐이다. 절대로 겁먹거나 안될 것이라고 미리 생각해서 미리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부딪쳐 보는 걸 권장한다. 특정한 기업에 떨어져도 손해 보는 건 하나도 없다. 개발자의 공급보다 개발자의 수요가 훨씬 높은 현재 인력 시장에서 다른 곳에 지원하면 그만이다.



본 글은 창발출판에서 준비중인 '우린 이렇게 왔다'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더 관심이 있으신 분께서는 다음 링크에서 프로젝트를 후원하시고 저자들과의 웨비나 및 다양한 혜택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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