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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Young Kim Nov 09. 2015

데이터 과학자의 아마존 북스토어 방문기

아마존의 첫 오프라인 서점이 보여주는 리테일의 미래

(표지 이미지: 아마존 북스토어에서 구입하한 책을 담아 주는 종이봉투. 책 관련 각종 정보로 빼곡하다.)


시애틀은 미국 북서쪽 끝의 인구 65만의 작은 도시지만 스타벅스, 아마존,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특히 온라인 리테일 비즈니스의 독보적인 선두기업인 아마존은 시애틀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적인 서비스를 자주 선보인다. 그동안 신선식품을 배달해주는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 제한된 아이템을 몇 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프라임 나우(Amazon Prime Now)등의 서비스가 시애틀 인근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는 필자는 시애틀의 옆 타운인 벨뷰(Bellevue)에 살지만 그동안 이런 시범 서비스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아마존이 아마존 북스(Amazon Books)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는 것은 독서 애호가인 필자가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이었다. 또한 아마존은 또한 추천 알고리즘 및 A/B테스트 등 데이터 중심의 기업문화로 유명한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었다면 분명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데이터 과학자인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필자는 오픈 첫 주말인 토요일 아마존 북스토어(이하 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11월에 시애틀이 늘 그렇듯 우중충하고 가랑비가 흩날리는 날씨에도 아마존 서점이 위치한 쇼핑몰인 유빌리지(University Village)는 인파로 붐볐다. 서점 입구에 사람이 특히 많아 살펴보니 서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었다. 애플의 신제품 시판일에나 볼 수 있는 매장의 줄이 아마존 서점에 생긴 것이다. 필자는 줄 서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번 만은 예외를 두기로 하고 한참을 기다려서 입장에 성공(?)했다. 이 글은 필자가 아마존 서점에서 약 한 시간 동안 경험하고 직원 몇 명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한다.

궂은 날씨에도 서점에 입장하기 위해 늘어선 인파들

온라인 경험을 보완하는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은 창립 초기부터 온라인 서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초이스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후에는 고객들의 축적된 리뷰 및 구매 패턴에 바탕을 둔 추천 서비스로 확실한 경쟁우위를 점한다. 이런 아마존의 강점은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매장은 비용을 증가시키고 재고 및 진열할 수 있는 품목에도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왜 자신의 강점을 포기하면서 오프라인 서점을 만들었을까?


아마도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만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눈을 뜬 것 같다. 오프라인 서점은 고객이 제품을 보고 만지며 경험해볼 수 있고, 원하면 바로 살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은 온라인 서점이 아무리 진화해도 흉내내기 어려운 강점이다. 오늘 필자가 본 아마존의 서점에서는 이런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매장에는 편히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의자와 아마존의 각종 디바이스를 시연해볼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묻는 말에 친절히 답해주는 직원들로 가득하다. 

아마존의 각종 디바이스를 (Fire TV, Amazon Echo, Fire Tablet) 전시한 공간

하지만 서점의 주인공은 역시 책이다. 아마존 서점의 책 진열 방식에는 기존의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기존 서점에서 대부분의 책이 서가에 옆으로 꽂혀있는 반면, 아마존 서점의 모든 책은 표지 전체가 보이게 진열되어 있다. 이는 어차피 공간이 제한된 오프라인 서점인만큼 상품의 다양성보다 품질에 집중하겠다는 아마존의 전략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실제로 매장 직원에 따르면 서점의 모든 책은 기본적으로 독자 별점이 4(5가 만점)를 넘는다고 한다.


또한 아래 그림에서처럼 각 책에 대한 아마존의 고객 리뷰와 별점 등 다양한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즉,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축적한 책 관련 정보를 오프라인 스토어의 경험을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교환이 쉬운 종이에 인쇄되어 있어 자주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이런 정보가 전자 디스플레이로 바뀌어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표지와 리뷰가 중심이 되는 아마존 서점의 책 진열 방식

책의 진열 방식 역시 온라인의 축적된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아래 왼쪽은 화가에 대한 책을 판매하는 특설 코너, 그리고 아래 오른쪽은 신간 논픽션 가운데 리뷰/선주문/인기도 등을 바탕으로 선정된 책을 전시하는 가판대를 보여준다. 이처럼 아마존 서점의 서가는 단순히 좋은 책을 구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책을 선정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모든 서가에는 선정된  책의 성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아직도 아마존을 서점으로 아는 독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아마존은 기저귀 등 생필품에서 명품 의류 및 가전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스토어다. 아마존 서점의 아동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각종 장난감이 진열되어 있다. 역시 아마존 온라인에서 가져온 자세한 리뷰는 필수 양념이다. 여기까지 보고 아마존이 모든 물품을 다 진열하는 종합 할인점을 열어서 월마트 등 기존 할인점을 위기에 빠뜨리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아동 코너에 진열된 각종 장난감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절묘한 결합

위에서 살펴본 아마존 서점의 도서 진열의 한 가지 특이사항은 가격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 서점의 가격은 온라인 서점과 동일하기 때문에 매일 변할 수 있는 가격을 굳이 인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유일한 이유라면 가격과 기준 날짜를 같이 표시하는 (예: 11/1일의 가격입니다.) 방법도 있다. 이런 불편함이 고객들에게 온라인 서점과 앱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매장 곳곳에는 가격 및 기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폰을 사용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아마존 서점에서 가격을 확인하는 방법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연계하려는 아마존의 이런 노력은 매장 곳곳의 킨들 디스플레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시된 책을 킨들로 볼 수 있는 코너, 킨들을 할인해준다는 광고, 그리고 킨들의 기능에 대한 광고 등에 노출된 고객들은 킨들을 구입하고, 결국은 아마존의 충성스러운 고객이 될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디바이스를 팔고, 이를 다시 콘텐츠 매출로 연결시키는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마존 서점의 곳곳에는 킨들 구매를 유도하는 장치가 보인다.
아마존 서점의 곳곳에는 온라인 서비스를 흥보하는 광고가 보인다.

또한 위 사진에서처럼 아마존 서점의 곳곳에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및 웹사이트의 다양한 기능을 소개하는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서점 이용의 마지막 단계인 구매 과정에서도 고객들은 아마존 계정을 입력하고, 이를 통해 이메일로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서점의 모든 경험은 온라인 경험을 유도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온라인 영수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아마존 계정을 입력하는 고객

아마존의 첫 오프라인 서점이 보여주는 쇼핑의 미래

아마존 북스토어: 공습에 이어 지상군이 몰려온다

온라인에서 아마존 서점에 대한 리뷰를 읽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도 뼛속까지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사실에 대해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아마존의 서점을 일단 '경험'해본 후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이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쟁에 비유를 해보자. 온라인 쇼핑몰은 그 특성상 넓은 지역을 비교적 저비용으로 공략할 수 있는 공습에 비유할 수 있다.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주된 이용층이 젊고 기술에 익숙한 계층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취급 가능한 품목에 있어서도 제약을 받는다. 지금까지의 아마존은 강력한 물류 기반, 리뷰 및 구매패턴 등의 고객 데이터 활용에 기반한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상대를 제압해 왔다.


하지만 아마존은 아제 공습만으로는 상대를 완전히 격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 온라인 거래가 아무리 발달해도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물건을 사는 고객군이 존재하며,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이미 쌓아놓은 물류, 인지도,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면 수익성도 보장될뿐더러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는 첨병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 데이터 관점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은 기존 온라인 매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주 방문 계층의 소비 형태, 그리고 직원과 고객의 직접 대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생한 피드백 등은 기존 아마존 웹사이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아마존 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의 평가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등의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아마존 북스토어는 앞으로 다가올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의 오프라인 진출의 신호탄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런 온라인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력인 데이터 및 알고리즘을 무기로 기존 업체들의 아성을 공략해 나갈 것이다. 이미 온라인 기업들의 공습에 초토화된 전통적인 소매 업체들은 자신들의 본진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마존 북스토어에서 구입하한 책을 담아 주는 종이봉투. 책 관련 각종 정보로 빼곡하다.


추신: 여러분이 엿보는 리테일의 미래는 무엇인가요? 이 글에 내용에 대한 의견 및 궁금증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데이터 활용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제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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