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부자 시각에서 본 ‘작은 이야기들’(1)

B2B 금융업의 최전선 – 불법 자금과 핀테크 기업의 묵인

by LIFOJ

어느 날, 거래처 담당자가 조심스레 말했다.

“이 거래는 공식 계약서에는 안 나올 거예요. 실수로 입금 잘못된 걸로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업계에선 자주 있는 이야기다. 누구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B2B 금융 업계, 특히 해외송금·환전·간편결제처럼 중간에 금융 인프라가 개입된 영역에서는 종종 “불편한 진실”들이 조용히 지나간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런 비공식 거래들이 어떻게 시스템 안에 편입되고, 때로는 핀테크 기업이 이를 묵인하거나 눈감는 구조에 대해다.

1. 자금은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빠져나가는가

대부분의 불법 자금 흐름은 “정상적인 사업체”를 가장한 경로를 통해 유입된다.
수출입 대금을 위장한 외환 거래, 가공 매출로 만들어낸 매출 송금, 국내 결제대행사를 통과해 환치기되는 구조까지.

B2B 송금 시스템은 본래 목적이 ‘간편하고 저렴한 국제 지급’인 만큼, 검증 부담이 적고, 중간 감시인도 부족하다.
특히 법인 간 거래(B2B)는 단위 금액이 크고 설명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콘텐츠 수출,” “서비스 로열티,” “앱 내 수수료” 등 항목 하나면 수천만 원이 움직인다.

많은 핀테크 회사는 이런 거래를 처리하며 “우리는 송금 인프라일 뿐”이라고 말한다.
거래 주체의 적법성이나 실체에 대해 묻지 않으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검증 과정이 까다로워지면 고객이 이탈한다.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뒤처진다.

실제로 위법 여부를 판별할 자격도, 여력도 없다.


2. 간편결제 스타트업, 모르는 척 알면서 도와준다

최근 몇 년 새 간편결제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며 중국, 동남아, 국내 조세회피 기업들의 거래 플랫폼으로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왜? 카드사, 은행보다 느슨한 규제 덕분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외국인 고객이 만든 유령 법인을 대상으로 QR결제를 허용하고,
이 결제를 통해 위장 매출을 만들어낸다.
또 다른 경우에는, 해외 고객이 국내 앱에서 결제한 뒤 일정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처럼 환불받아 나간다.

이때 ‘결제’는 위장이고, 실질은 송금 혹은 자금세탁이다.

스타트업은 대개 “이용자 책임”, “당사는 중개업자일 뿐”이라는 약관 조항 하나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시스템 구조를 설계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다.
그들이 “몰랐다”고 말하는 순간, 그건 단지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고백일 뿐이다.


3. 핀테크 기업, 묵인과 방조 사이

핀테크 기업들 입장에선 딜레마다.

규제를 철저히 따르자니 성장할 수 없고,

너무 많은 걸 허용하면 범법행위 공범이 된다.

그래서 등장한 전략이 있다.
“회사를 구조적으로 이중화하거나, 운영을 외주화하거나, 사업 파트너 책임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회사에 ‘고위험 거래’를 몰아넣고 본사는 안전한 송금만 다루는 척 한다.

플랫폼은 결제만 제공하고, 송금은 파트너사가 하게 만든다.

고객 KYC는 외주 업체가 진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외주사의 실수”라 주장한다.

이렇게 분절된 구조 속에서, 위험은 흩어지고 책임은 사라진다.
문제는 시스템은 작동한다는 점이다.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손해는 사회 전체가 떠안는다.


4. 내부자들이 침묵하는 이유

이 산업의 내부자들은 거의 모두가 이 구조를 알고 있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나만 불이익을 받는다.
업계의 검은 회색지대를 지적하면, 가장 먼저 검열의 대상이 되는 건 내부 고발자다.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위법 여부는 ‘입증 책임’이 따르고, 대다수 구조는 법망의 회색지대에 있다.

시장 전체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경쟁사도 그렇게 하고, 고객도 그걸 원하며, 심지어 정부도 산업 육성을 이유로 눈감는다.
결국 침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 된다.


5. 이제는 묻고 싶다

우리는 묻지 않았다. 아니, 묻지 않기로 선택해왔다.
왜냐면 돈이 들어오고, 기업은 성장하며, 정부도 혁신이라며 박수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묻자.
“이 시스템은 무엇을 가능케 했는가?”
“우리는 어떤 책임을 감수하며 이 서비스를 쓰고 있는가?”
“이게 우리가 꿈꾸던 ‘혁신’인가?”

답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제부터라도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다음 글에선 국가 간 환율 차익 구조 속 불법 외환거래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왜 글로벌 자본은 한국을 정거장으로 여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