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부자 시각에서 본 ‘작은 이야기들’(2)

국가 간 환율 차익 구조 속 불법 외환거래의 현실

by LIFOJ

한동안 해외로 송금이 많은 고객사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 겉으로는 한국에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으로 정상적인 ‘서비스 대가’를 송금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이상했다.

한 달에 몇억 원씩 빠져나가는데, 송금 사유는 늘 ‘앱 개발비’, ‘마케팅 수수료’였다. 수신자는 해외 지인 명의 법인, 혹은 처음 보는 계좌였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몇 달 후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이른바 ‘역송금’이다.

우리가 흔히 놓치는 환율의 빈틈. 이 틈을 파고드는 회색 거래들이 있다.


1. 환율 차익,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1억 원을 송금하면, 대략 1,900만 VND가 도착한다. 그런데 반대로, 베트남에서 달러를 들고 한국으로 들어와 환전하면 1억 500만 원이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건 단순한 외환차익이다. 두 나라의 외환시장 구조, 송금 수수료, 현지 통화규제 때문에 생기는 시차와 가격차를 노린 것이다.

이를 반복하면 자금은 국경을 넘나들며 무형의 이익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이익은 종종 탈세, 자금세탁, 불법 투자의 뒷자금으로 사용된다.


2.제도 밖에서 환율로 돈을 버는 사람들

이 구조는 흔히 ‘환치기’라고 불리는 행위와 맞닿아 있다.

합법적인 외환 송금 경로는 많지만, 더 빠르고, 싸고, 흔적이 없는 경로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자금을 현지에서 직접 교환하거나, 국내외 사업자 간 비공식 채널을 통해 ‘무형의 결제망’을 만든다.

예컨대,

A 한국업체가 베트남의 B업체에 송금하는 대신,

베트남에 있는 C의 자금을 직접 지급하고,

그 대신 C는 한국의 D에게 돈을 받는다.

이 거래는 국경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돈은 넘어간 것처럼 효과가 있다. 우리는 이런 걸 그림자 송금 시스템이라 부른다.

3.핀테크 회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핀테크 송금회사들은 이 거래를 “모르는 척”하거나 “애매하게 인지”하고 있다.

고객이 베트남으로 매달 수천만 원을 송금해도,

합법적 영수증이 있으면 OK

거래처가 실제 법인이면 OK

송금 사유가 모호하지만 반복적이면… OK?

문제는 반복될수록 정교해지고, 정교해질수록 시스템은 “합법으로 위장된 불법”을 거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회색지대를 누군가는 악용한다.


4.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가

가장 큰 이유는 감시의 부재다.

외환 거래를 감시하는 당국은 한정되어 있다. 핀테크 기업의 KYC 수준은 은행보다 느슨하다. 국가 간 정보공유는 더디고, 사법권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자금은 글로벌 레벨에 있고 감시는 지역단위에 갇혀 있다.

이 간극이 ‘환율을 통한 돈벌이’를 가능케 한다.


5. 질문을 던질 시간

이제 묻고 싶다.

우리는 외환을 ‘기술’로 다룬다는 이유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환율 차익’을 추구하는 구조에, 우리는 언제까지 눈감을 수 있을까?

기술과 금융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책임의 공백’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이건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사용하는 간편결제 앱, 송금 서비스, 카드 결제 시스템 중 일부는 이 회색 구조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간편결제 QR코드’와 소상공인, 외국계 결제회사의 연결 구조 속에 숨겨진 민감한 현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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