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결제의 이면: 소상공인과 외국계 자본의 기묘한 동거

소상공인이 떠안은 리스크

by LIFOJ

“그냥 수수료가 싸다길래 시작했어요.

그런데 환율이 이리도 중요할 줄은 몰랐죠.” – 명동에서 QR결제를 도입한 한 상인의 말


QR 코드가 붙은 가게들

명동, 동대문, 제주공항.
이곳들의 상점 유리문에는 하나같이 익숙한 로고가 붙어 있다.
알리페이(Alipay), 위챗페이(WeChat Pay),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혹은 알 수 없는 스타트업 로고가 담긴 QR 코드.

누군가는 그것을 ‘핀테크 혁신’이라 부른다.
‘현금 없는 사회’, ‘글로벌 결제 시대’, ‘비접촉 소비’라는 멋진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 구조를 들여다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도대체 이 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수수료 0%’의 유혹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 몰리던 시기, 소상공인들은 하나둘씩 QR 결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카드 수수료 2% 대신 QR 수수료는 0~0.5%.
결제 기기 설치도 필요 없고, 종이 하나 붙이면 끝난다.
이보다 ‘간편한’ 게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다.
그 0%의 수수료는 어디에서 회수되는가?

답은 ‘환율 차익’에 있다.
QR 결제 플랫폼은 한국 원화를 받는 대신, 중국 위안화 혹은 달러로 정산한다.
이때 적용되는 환율은 ‘고시환율’이 아니라, ‘자체 설정한 정산환율’이다.
원화로 결제된 금액을 외화로 바꾸고, 이를 다시 플랫폼의 해외 계좌로 이체한 뒤, 해당 외화로 가맹점에 지급한다.
이 구조에서 1~2%의 환율 차익은 오롯이 플랫폼의 몫이다.
결국 ‘수수료 0%’는 환차익을 통한 간접 수수료 구조일 뿐이다.


이 구조의 문제점: 단 한 명도 환율을 이해하지 못한다

많은 소상공인들은 말한다.
“그냥 원화로 들어오지 않나요? 환율이 왜 중요하죠?”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플랫폼은 결제된 금액을 즉시 정산하지 않는다.
대개 하루~이틀 후에 환율 적용이 되며, 이때 손해가 나는 경우도 많다.

이 리스크는 고스란히 가맹점이 진다.
플랫폼은 환율 설정권과 정산 시점을 통제하고, 가맹점은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소상공인이 환율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계약서에도 조항은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은 ‘정산은 플랫폼의 내부 정책에 따름’이라는 문구로 대체된다.

실제로 내가 만난 한 상인은 말한다.


“지난달 QR 결제액이 100만 원이었는데, 정산은 97만 원이 들어왔어요.

뭔가 이상하긴 한데, 그냥 원래 그런 건가 보다 했죠.”


국경을 넘는 외환 구조: 숨겨진 자본 흐름

더 큰 문제는 이 정산 구조의 외환법적 위험성이다.
대부분의 QR 결제 플랫폼은 해외에 정산 계좌를 갖고 있다.
고객이 QR로 결제하면, 돈은 국내 은행을 거치지 않고 중국(혹은 제3국)의 결제망을 통해 이동한다.

만약 플랫폼이 금융 라이선스를 갖추지 않고, 자체 외환 송금 구조를 운용하고 있다면, 이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특히 해외계좌와의 수시 자금 이체, 고객 결제 대금의 무신고 정산, 수취계좌와 실제 수령자의 불일치 등은 이미 다수 사례에서 문제가 되어 왔다.

더불어 일부 업체는 중국계 결제 네트워크와 독점 계약을 맺고, 실질적으로는 중국 자본의 국내 정산망을 대행하는 구조다.
정산 과정에서 벌어지는 환차익은 해외로 송금되며, 한국 내에서 발생한 경제활동의 수익이 국내로 환류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혁신’의 탈을 쓴 구조적 착취

핀테크는 혁신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불균형한 ‘혁신’은 누군가를 희생시킨다.
지금의 QR 결제 생태계는 정보가 가장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리스크와 손해를 전가한다.

중국계 결제망을 활용해 한국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화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
그 구조를 한국의 핀테크가 중계하면서도 외환 법규를 교묘히 회피하는 방식,
그 속에서 소상공인이 자신도 모르게 무허가 외환 구조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현실.
이 모든 것은 ‘수수료 0%’라는 말에 가려져 있다.


조용한 마무리 질문

당신 가게 유리문에 붙은 QR 코드.
그 위에 적힌 로고는 정말 ‘한국 기업’의 것인가요?
그리고 그 로고는, 어디로 돈을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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