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지 않은 송금 구조
요즘은 정말 간단하다.
앱을 켜고 계좌번호를 입력한 뒤, 금액만 입력하면 끝이다.
필리핀으로, 베트남으로, 인도로.
심지어는 1,000만 원 가까운 돈도 5분 만에 송금된다.
우리는 그걸 ‘기술의 발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기술의 대표주자로 핀테크 송금 플랫폼들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이 돈은 누구 명의로 넘어가는 거지?"
"내 돈이지만, 내가 보낸 건 맞을까?"
대부분의 송금 앱은 이런 구조다.
① 고객이 원화를 플랫폼에 보낸다.
② 플랫폼은 자사 명의로 보유한 외화 계좌에서 해당 금액을 수취인에게 보낸다.
③ 환율은 앱에서 미리 제시된 기준에 따른다.
즉, 나는 돈을 보낸 것 같지만 실제로 외화를 송금한 주체는 플랫폼 회사다.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이 구조는 ‘내가 보낸 돈’이라는 착각을 전제로 작동한다.
고객은 돈이 잘 도착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내가 외화를 송금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자체적으로 외화를 이전한 것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송금 플랫폼은 자체 환율을 적용한다.
고시환율이나 은행 기준 환율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 환율 + 마진' 구조다.
마진은 통상 1~2%, 많게는 3%까지 붙는다.
게다가 이 환율은 수수료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앱은 ‘송금 수수료 0원’을 강조하고, 환율은 구석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하지만 진짜 수익은 그 ‘환율’에서 나온다.
쉽게 말해, 나는 1,000달러를 보냈다고 믿지만,
상대방은 970달러를 받는다.
그 차액은 플랫폼의 몫이다.
형식적으로는 합법이다.
해외송금업 등록을 마친 업체는 일정 한도 내에서 외화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송금이 고객 명의가 아니라 플랫폼 명의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외환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편의적 송금 방식’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고객 명의 송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그것을 모른 채 이용하고 있다면,
그건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한 구조적 왜곡에 가깝다.
더 나아가, 이 구조는 환치기와 유사한 흐름을 가진다.
개인이 돈을 맡기고, 플랫폼이 외국 계좌에서 지급.
이는 환치기의 기초적인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
합법적인 라이선스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구조가 윤리적일 수 있을까?
또 하나의 문제는 ‘정산의 불투명성’이다.
고객이 원화를 보내면, 플랫폼은 자사 보유 외화를 통해 상대국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그 외화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계좌를 거쳐 지급되는지는 사용자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일부 업체는 제3국 계좌, 예를 들어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을 통해 자금을 이전한다.
국가 간 자금 흐름을 분산시켜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규제는 국경을 기준으로 작동하지만, 자금은 국경을 우습게 넘는다.
왜 플랫폼은 이런 구조를 숨길까?
왜 “당신의 돈이 아니라, 저희가 대신 보내는 겁니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건 사용자의 이탈이 두렵기 때문이다.
고객이 환율에 민감해지고, 정산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편리함’보다 신뢰와 안전의 문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침묵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싼 게 좋은 거’라는 믿음으로 송금을 계속한다.
당신이 해외로 보낸 그 돈,
정말 당신이 보낸 것이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