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조가 위험한 진짜 이유
소비자가 해외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결제한다.
이 결제는 카드사, 결제대행사(PG), 쇼핑몰, 판매자, 그리고 은행을 거쳐 이루어진다.
겉보기엔 잘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정작 이 과정에서 외화가 어디서 들어오고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이 시스템이 실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되면서,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되었다.
“외화를 받았는데, 왜 수출 실적에는 잡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나를 꽤 어두운 구석까지 이끌었다.
많은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PG사(결제대행사)를 통해 결제를 처리한다.
해외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를 하면, 외화는 PG사의 외국 계좌로 들어오고,
이 돈은 다시 국내로 유입되어 판매자에게 정산된다.
이때 문제는, 외화 수취인이 실제 판매자가 아니라 PG사라는 점이다.
법적으로 외화를 수취한 주체는 PG사인데, PG사는 이것을 한화로 환전해 국내 판매자에게 지급한다.
즉, 외화를 수취한 실체와 상품을 판매한 실체가 일치하지 않는 구조다.
이 경우, 판매자는 수출입 신고를 하지 않고, PG사 또한 외환 수취 신고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명백한 무신고 외환거래로 분류될 수 있다.
놀라운 건, 실제로 상품은 판매되고 수출도 되었지만,
그에 대한 외화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사례가 반복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쇼핑몰은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해외에서 물건을 팔았다.
그런데 PG사 정산 구조상 외화는 미국 현지 계좌에 머물고,
판매자는 국내 계좌로 한화만 입금받는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출은 있었지만, 외화 유입은 없는 ‘서류상의 무역’이 된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한국 전체 수출입 통계는 왜곡된다.
정부는 한국 기업이 수출을 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외환이 국내에 유입되지 않은 거래가 늘어난다.
이 현상은 제도적 사각지대에서 비롯된다.
PG사는 결제를 처리하는 대행사일 뿐이라는 입장이고,
쇼핑몰은 “나는 단지 정산받은 금액만 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계약서나 세금계산서를 들여다봐도
누가 외화를 수취하고, 어떤 계좌로, 어떤 환율로 환전되었는지는 불투명하다.
이 구조에서는 어느 누구도 신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외환거래는 이루어졌지만, 외환거래신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거래 자체는 매끄럽게 돌아간다.
“너도 알면서 묻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무신고 외환거래는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가 아니다.
이는 자금세탁, 탈세, 불법자금 유입의 통로가 된다.
판매자가 아닌 제3자가 외화를 수취하고 환전하는 구조는
누구의 돈이 누구에게 들어갔는지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 구조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로 합법적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는 국가의 외환 건전성 통계를 왜곡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외화 유입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은 외환통제국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신고와 책임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결제 생태계는 그 체계를 우회하고 있다.
소비자는 편리하고, 판매자는 돈을 받으니 문제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고 누락, 환율 왜곡, 수익 불투명성은
조용히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있다.
이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고 조용하게 반복된다.
그리고 시스템 안에 있는 모두가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인한다.
그 결과,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당신의 쇼핑몰은 오늘 외화를 벌었다.
그런데 그 돈은 정말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