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시대의 주가 폭등, 그 소름 돋는 숫자의 착시
주식 계좌 잔고가 늘고 있는가?
코스피가 연일 상승장을 기록하고, 수출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축포를 터뜨린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를 하고,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서라도 이 상승장에 올라타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자금 시장 최전선에서 매일 거시 지표를 다루는 실무자의 눈에 이 기형적인 랠리는 결코 축제가 아니다. 환율 1,400원. 국가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화폐 가치는 속절없이 녹아내리는데, 기업의 주가는 폭등한다? 이것은 마취제를 맞고 환각 속에서 춤을 추는 모습일 뿐이다.
1. 숫자는 커지는데 왜 삶은 더 팍팍해질까
지금의 주식 시장은 거대한 착시 현상, 이른바 고장 난 체중계 위에 올라가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폭등하고, 마트에서 사는 식료품과 주유소의 기름값이 치솟는다.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데, 주식 계좌의 숫자가 조금 올랐다고 사람들은 자신이 부유해졌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대중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던져주는 달콤한 환각제와 같다. 진짜 자본가들은 자산을 기축통화로 옮기며 시스템의 균열에 대비하고 있는데, 대출까지 끌어다 쓴 개미들만 이 거짓된 풍요의 잔치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 뉴스 번역: 어닝 서프라이즈의 진짜 의미
세상은 이 기형적인 활황을 어떻게 포장하고 있을까? 경제 신문 1면은 늘 화려하다.
[News] 반도체, 자동차 대기업 어닝 서프라이즈! 국내 증시 쌍끌이 매수세에 연일 랠리!!
하지만 실무자들은 이 실적을 환율 효과일 뿐이라고 한다.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서 더 많이 판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1만 달러어치를 팔면 장부에 1,100만 원으로 적히던 것이, 지금은 원화 가치가 박살 난 덕분에 가만히 있어도 1,400만 원으로 적히는 것뿐이다.
주식 시장의 랠리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를 원화가 아닌 달러 기준으로 차트를 바꿔서 보라. 코스피는 전혀 오르지 않았거나 오히려 바닥을 기고 있을 것이다. 주식이 오른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숫자가 커진 것뿐이라는 소름 돋는 진실이 여기에 있다. 초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붕괴한 국가들의 주식 차트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과 완벽히 같은 원리다.
3. 명목 수익률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그렇다면 이 환각의 파티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무엇보다 원화로 표시된 명목 수익률에 속아서는 안 된다. 주식 계좌에서 10% 수익이 났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폭등과 화폐 가치 하락분을 빼면, 당신의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마이너스일 확률이 높다.
가장 위험한 것은 나만 뒤처진다는 공포, 이른바 포모(FOMO)에 휩쓸려 신용 대출을 끌어다 이 고점에 올라타는 것이다. 파티의 끝을 알리는 음악이 멈추면, 무거운 부채와 휴지 조각이 된 원화 자산만 남게 된다. 현금 흐름을 지키고, 투자를 하더라도 원화 자산에만 100% 쏠려 있는 포트폴리오를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4. 닫으며: 숫자가 아닌 본질을 보는 눈
단순히 숫자가 커지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미디어와 시장은 끊임없이 우리의 조급함을 자극한다.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평생 가난할 것처럼 공포를 조장한다.
하지만 세상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수치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적 접근을 거부하고, 근본적인 경제의 흐름을 냉정하게 읽어내는 중심이 필요하다. 붉게 달아오른 모니터 화면을 끄고, 진짜 가치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질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