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광 Jun 25. 2023

네가 그렇게 되게 해

드라마 '뉴스룸'


"You do"


이 말은 드라마 뉴스룸 시즌1 마지막 화에서 주인공 윌 매커보이가

뉴스나이트 팀 인턴에게 한 대답이자, 시즌1을 마무리 짓는 대사다.


직역은 "네가 해"지만, 내용 상 자연스러운 의역은 "네가(그렇게 되게) 해"다.




매스미디어의 시작, 라디오와 TV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사노프는

공공재인 전파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대신 매일 저녁 1시간,

청취자와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을 하기로 미 의회와 합의했다.

그것이 미국 저녁 TV 뉴스의 시초다.


언론인의 이야기를 다룬 HBO 드라마 '뉴스룸'에서는 이 합의에 한 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와 광고주를 잇는 TV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해 정보 방송, 즉 뉴스에

유료광고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TV 뉴스가 유료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해

시청률을 위시한 TV 뉴스의 타블로이드화를 야기한다.


더 나아가,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매스미디어는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


이것이 작가 애런 소킨이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는 핵심 주제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윌 맥커보이가 아닌 드라마 주인공인 케이블 뉴스 시청률 2위의 뉴스나이트 팀이다.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매스미디어는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라는 큰 기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드라마 뉴스룸은

시청률을 중요시하는 경영진과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려는 뉴스나이트팀 사이에 긴장감을 쥐어준다.


총격을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주지사의 뉴스를 진행하는 와중,

왜 우리 채널은 사망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냐는 경영진의 재촉에


"사망선고는 뉴스가 아닌 의사가 하는 것"


이라며 일침을 날리는 돈 키퍼의 대사는

뉴스나이트 팀의 아이덴티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경제 이론의 제목과 뉴스룸 시즌1 마지막화 제목은 같다.

'The Greater fool(위대한 바보)'.


이 이론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의 가치가 언제 하락할지 모르는 비정상적 상승에도,

가치가 더 상승할 거라는 생각에 위험한 투자를 하는 투자자의 심리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나이트 팀은

경영진의 시청률 압박, 윌 매커보이의 해고, 살인 협박 등에 시달리면서도

언론의 참기능이라는,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달린다.


그래서 '위대한 바보' 이론의 위험한 투자자와 뉴스나이트 팀은 닮아있다.




국내 SNS에서 인기 동영상으로 널리 퍼진 뉴스룸 한 장면인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드라마 1화의 인트로다.


민주당 인사, 공화당 인사의 뻔하고 지리멸렬한 공방과

한 학생의 소위 '미국이 위대한 이유'를 말해달라는,

어쩌면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매커보이는 그간 진정한 뉴스와는 거리가 먼 방송을 하며

쌓아왔던 스트레스를 터뜨려버렸다.


그는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앉은자리에서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애런 소킨은 이 장면의 마침표를 마지막 화에서 찍는다.


그 질문을 했던 학생은 몇 년 후 뉴스나이트 팀의 인턴이 됐고,

인턴이 된 그녀에게 그때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라며, 매켄지는 보챈다.

아마, 1화와 마지막화의 매커보이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이에 같은 질문에 돌려준 매커보이의 대답이 바로

"You do(네가 해)"다.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위대한 국가에는 위대한 국민이 필요하다.

위대한 국민은 수준 높은 교육과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뉴스나이트 팀은 올바른 정보 전달이라는,

한 없이 정의롭지만 그만큼 꺾이기 쉬운 목표를 꿈꿨다.


언젠가 먼 미래에 참기능 만을 수행할 수 있는 언론이

매스미디어를 타고 등장한다면.


미래의 우리가 그들에게 이 말을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먼 과거 언론의 참기능을 꿈꾸던 '위대한 바보'가 있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참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 탄생할 수 있었고,

당신들이 그렇게 되게 하려고 했기에, 그럴 수 있었다.


"You did"

라고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