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
이 말은 드라마 뉴스룸 시즌1 마지막 화에서 주인공 윌 매커보이가
뉴스나이트 팀 인턴에게 한 대답이자, 시즌1을 마무리 짓는 대사다.
직역은 "네가 해"지만, 내용 상 자연스러운 의역은 "네가(그렇게 되게) 해"다.
매스미디어의 시작, 라디오와 TV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사노프는
공공재인 전파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대신 매일 저녁 1시간,
청취자와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을 하기로 미 의회와 합의했다.
그것이 미국 저녁 TV 뉴스의 시초다.
언론인의 이야기를 다룬 HBO 드라마 '뉴스룸'에서는 이 합의에 한 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와 광고주를 잇는 TV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해 정보 방송, 즉 뉴스에
유료광고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TV 뉴스가 유료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해
시청률을 위시한 TV 뉴스의 타블로이드화를 야기한다.
더 나아가,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매스미디어는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
이것이 작가 애런 소킨이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는 핵심 주제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윌 맥커보이가 아닌 드라마 주인공인 케이블 뉴스 시청률 2위의 뉴스나이트 팀이다.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매스미디어는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라는 큰 기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드라마 뉴스룸은
시청률을 중요시하는 경영진과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려는 뉴스나이트팀 사이에 긴장감을 쥐어준다.
총격을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주지사의 뉴스를 진행하는 와중,
왜 우리 채널은 사망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냐는 경영진의 재촉에
"사망선고는 뉴스가 아닌 의사가 하는 것"
이라며 일침을 날리는 돈 키퍼의 대사는
뉴스나이트 팀의 아이덴티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경제 이론의 제목과 뉴스룸 시즌1 마지막화 제목은 같다.
'The Greater fool(위대한 바보)'.
이 이론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의 가치가 언제 하락할지 모르는 비정상적 상승에도,
가치가 더 상승할 거라는 생각에 위험한 투자를 하는 투자자의 심리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나이트 팀은
경영진의 시청률 압박, 윌 매커보이의 해고, 살인 협박 등에 시달리면서도
언론의 참기능이라는,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달린다.
그래서 '위대한 바보' 이론의 위험한 투자자와 뉴스나이트 팀은 닮아있다.
국내 SNS에서 인기 동영상으로 널리 퍼진 뉴스룸 한 장면인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드라마 1화의 인트로다.
민주당 인사, 공화당 인사의 뻔하고 지리멸렬한 공방과
한 학생의 소위 '미국이 위대한 이유'를 말해달라는,
어쩌면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매커보이는 그간 진정한 뉴스와는 거리가 먼 방송을 하며
쌓아왔던 스트레스를 터뜨려버렸다.
그는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앉은자리에서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애런 소킨은 이 장면의 마침표를 마지막 화에서 찍는다.
그 질문을 했던 학생은 몇 년 후 뉴스나이트 팀의 인턴이 됐고,
인턴이 된 그녀에게 그때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라며, 매켄지는 보챈다.
아마, 1화와 마지막화의 매커보이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이에 같은 질문에 돌려준 매커보이의 대답이 바로
"You do(네가 해)"다.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위대한 국가에는 위대한 국민이 필요하다.
위대한 국민은 수준 높은 교육과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뉴스나이트 팀은 올바른 정보 전달이라는,
한 없이 정의롭지만 그만큼 꺾이기 쉬운 목표를 꿈꿨다.
언젠가 먼 미래에 참기능 만을 수행할 수 있는 언론이
매스미디어를 타고 등장한다면.
미래의 우리가 그들에게 이 말을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먼 과거 언론의 참기능을 꿈꾸던 '위대한 바보'가 있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참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 탄생할 수 있었고,
당신들이 그렇게 되게 하려고 했기에, 그럴 수 있었다.
"You did"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