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나를 데뷔시켰다.
깊은 침묵 속에서 번져 오르는 빛을 듣는다
그것은 하늘의 굉음이 아니라
멀고 희미한 오늘을 끌어올려
타오르듯 남긴 시간의 단단한 무게였다
마로니에 줄기마다 새겨진 오래된 서약들
뿌리 가장 깊은 곳에서 대지를 밀어 올리던
꺼지지 않는 역사의 낮은 진동이었다
발끝 아래 쌓인 공원의 흙은
수천 번의 숨죽인 고뇌가 굳어 생겨난
잊히지 않을 결실의 심장이었다
멈춰 선 청동 시계탑 아래
예상 밖의 반전처럼 새겨진 나의 이름
공중의 소리는 흩어질지라도
내 안을 뜨겁게 갈라 울린 이 울림은
운명을 품은 채 종이 위에서
길게 숨쉬기 시작한다
나는 내 이름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을 보았다.
오랫동안 주머니 속에 쥐고만 있던 작은 꿈이
갑자기 숨을 들이켜며 튀어나온 것이다.
스스로를 가두려 했던 제약들을 내려놓고
포기하려던 밤들도 있었다
아무도 몰랐던 묵음의 시간들이 어제 하나의 빛으로 탄생했다.
기쁨은 조용히 손끝으로 번져 심장까지 환하게 채워졌다.
이 시는,
내가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지 남기는 첫 증언이다.
(20251122 토요일 두시 마로니에 공원 옆/신인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