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코다(coda)

합창단 지휘자가 사임 하던 날

by 안명심

코다(coda)


지휘봉이 거두어질 때

우리의 숨결이 하나였던 무대 위엔

적막한 침묵만이 고요히 내려앉았습니다.

기꺼이 애달픈 질서의 오늘을 인정합니다.

이별 또한 완벽한 소실점을 향해 흐른다는 것을

끝맺음이 이토록 아름다운 정돈이 될 수 있음을

그대의 등을 통해 고요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그대의 몫은

새로운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과 담백한 인사뿐

우리가 잠시 닫아 둔 이 공간을

그저 가장 우아한 쉼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마에스트로, Coda는

우리 만남의 정식적인 종결부입니다.

다만, 이 깔끔한 마침 뒤에


다시 한번 은밀한 앙코르가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51125 안명심 드림






詩作 노트


어떤 끝은 사실은 다음 페이지를 위한 가장 우아한 시작이다.
​우리는 이별을 '마침표'로만 기억하려 한다. 허물어지는 세계의 잿빛 풍경 속에서, 남겨진 감정의 파편들을 주워 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만남은, 그 끝마저도 하나의 거대한 악장처럼 아름다운 결말의 순간을 가진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은밀한 멜로디가 숨겨져 있다.
​그것은 새로운 무대를 향해 떠나는 이에 대한 정돈된 존경이며, 동시에 남은 이의 심장 속에서 울리는 작은 앙코르를 위한 숨 고르기다.
이 시는 바로 그 'Coda'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이별이 아닌, 가장 품격 있는 종결이자 은밀한 시작을 향한 고백이다.
재회의 앙코르가 있기를 바라는염원을
끝연에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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