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다.

따스함의 부피와 외풍

by 안명심

12월의 온기는

그 부피로 인해 역설적인 무게를 갖는다.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밀봉된 창문 아래서 그 부피가 곧 고독과 공포를 이겨낸 시간의 농축된 기억의 입자임을 깨닫는다.
​이 계절을 통과하기 위해 나는 방 한구석에 땔감을 숨겨두었다.

그것은 잊히지 않는 웃음일 수도 있고,

손을 놓지 않았던 약속일 수도 있다.

계절의 온도가 절연을 시도할 때마다,

그 잔향을 꺼내어 창백해진 손을 녹인다.


​실은, 창밖의 매서운 칼날 같은 바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단단하게 밀봉된 내부에서 온기가 사라지는 침묵이다.

그래서 빛이 가장 얇아지는 밤,

굳이 거리로 나가 잔설이 반사하는 빛을 밟고 걷는다. 그 발자국 소리가 침묵을 깨고,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존재의 휘도이기 때문이다.



결혼 초기, 외풍(外風)이 얇은 벽을 사정없이 찢고 들어와 맴돌던 셋방이 그랬다.

보이지 않는 냉기가 방 안의 공기마저 얄팍하게 만들던 그곳. 돌도 채 되지 않은 딸아이의 양 볼은 그 차가움의 무게를 고스란히 이고 있었다.

딸아이는 잠결에도 그 추위와 필사적으로 싸우듯,

양 볼이 두 개의 빨간 동전처럼 터져 있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따스함의 부피란..

서툰 엄마의 손이 차가운 아기 이마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미약하고 간절한 체온의 경계였으며, 어떻게든 아이를 감싸 안으려 했던 그 밤의 막막함과 모정 뿐이었다.


​그 작은 뺨에 난 상처가,

오히려 내 삶에서 가장 뜨겁고 절박했던 사랑의 불꽃이었음을.

불꽃들이 모여 차가운 12월을 견디게 하는

가장 밀도 높은 기억의 입자가 되었음을!



세월이 흘러 지금은 단열이 잘된 집에서,

뺨에 빨간 동전이 생기지 않는 따뜻한 밤을 보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12월이 되면 벽 틈을 찾아다니던 그 외풍이 생각난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아주 작은 체온의 위로와 사소한 안락함이 그날의 외풍과 필사적으로 싸워 이겨낸 온기의 부피이다

동시에 그 안에 갇힌 따스함을 얼마나 절실히 지켜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 가장 혹독한 선생이기도 했다.


그 부피는 겨울이 깊어질수록 내 안에서 더욱 무겁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