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광저우의 야경

2320km의 주강을 타고 흐르는 유람선

by 안명심


광저우의 야경


거대한 도시가 쏘아 올린 빛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 가루가

검은 벨벳 강 위로 흩어지며 파문을 만든다

유람선은 밤의 심장을 가르는 단단한 칼날

젖은 구리를 닦아낸 듯

빌딩들은 어둠의 표면에서 금빛을 반사하며

젖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수은처럼

찰나의 온도만 남기고 사라진다.


빛의 조각들은 내 기억의 용량보다 크고

감탄사는 입술에서 굳어버린다


아, 나의 눈동자는 아주 작은 렌즈

찬란한 것을 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단 하나의 불빛조차 가져오지 못하는


빈손의 이 밤이다






- 광저우타워(Canton Tower) 604m

- 주강(珠江) 남쪽 강변에 솟아 있다.


-하이인 쵸/ 해인교 海印㳢-





詩作 메모

수천수만 개의 빛이 강아래로 쏟아지고
유람선이
해인교 아래를 지나갈 때는
조명이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빛가운데 서서 잠시 방향을 잃었다

주강의 불빛(황홀)은 너무나 강렬하고 압도적이지만, 수은처럼 실체가 없어 소유할 수 없다. 유람선이 지나간 후에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찰나의 순간을 강조했다.

#수은
액체이지만 밀도가 높아 무게감이 있고, 손에 닿는 순간 차가우면서도 미끄러운 특성을 가진다.
금속 물질임에도 고체로 굳지 않아 소유할 수 없다.
잡으려 할수록 더욱 빠르게 도망치는 '상실의 속성'을 시각적, 촉각적으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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