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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 재활용 업사이클링 사업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커피부산물을 재활용해서 식품으로 만든다.

이런 스토리는 이미 2010년 초부터 있었다.

구글에서 투자한 커피플라워라는 제품이고..

국내에도 진출하려고 한 걸 보니 미국에서 꽤 잘나갔었던 모양이다.

근데 모르는 사람은 통 모름.


핵심은 저가에 부산물원료를 만들고.

그걸 유용하게 이것저것 만드는 기술이다.

<구글이 투자한 커피플라워>


CJ에 있을때부터 어떤 소재를 유용하게 이것저것 만드는 일, 그리고 기술개발을 해왔기에...

이런 건 매우매우 도가 터있다. 내가 거의 20년간 하고 있지 아마?


1. 이번에 투자유치 설명회를 하면서..

우리회사의 핵심역량을 되짚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회사의 핵심역량은 신소재의 어플리케이션 개발 능력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일본에는 이런 일들을 잘하는 어플리케이션 랩들이 몇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를 다녀온적이 있었다.

그 회사에서 하는 일은 딱 3가지.

소재에 대한 연구, 용도개발 연구, 맛에 대한 연구.


사실 그게 현재 우리회사에도 그대로 구현되도록 하고 있다.

원래는 그 일본회사처럼 만들려고 했는데..

자금문제, 인력문제, 장비문제등으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다가 요즘 내가 창업 12년차를 넘기면서 대오각성을 해서 첨에 기획한 방향으로 쭉 가고 있다. 다행히 요즘은 손발도 점점 맞아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거 많이 많들고 있다.

비건버터, 고구마맛탕(새로운 식감), 농산물활용한 여러가지 상품들.


2. 내가 가봤던 그 일본 회사의 대표적 성과가..

쌀뜨물을 활용한 정미소재 개발이다.

쌀뜨물에는 미세한 쌀가루와 미강이 분산되어 있다.

이걸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미소재. 즉 맛을 맛있게 만들어주는 소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정에서 쌀씻을때 나오는 쌀뜨물은 얼마 안되는 거 같지만, 그게 하수구를 통해 하천으로 방류되면 이것들이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적조현상 녹조현상이 발생해버리는 것이다.

쌀뜨물을 재활용해서 다른 소재로 만들어버리면 신규 부가가치 창출과함게 환경문제까지 한번에 해결해버릴 수 있는 솔루션이 된다.


여기까지만 보고.. 누군가 이거 아이디어 훔쳐서 나도 쌀뜨물 재활용.. 하겠다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ㅎㅎ

근데, 이미 한국에서도 막걸리박 재활용, 쌀뜨물 재활용 해서 새로운 먼가를 만들겠다고 연구개발을 여러건 진행한 사례가 있었다.

사이언스온 사이트 들어가서 과제나 논문 검색해보면 다 나옴.

근데 일본에서는 상품화가 되었지만, 한국은 전혀 못했다.

그 이유는.. 솔루션 개발할때 목표시장(팔릴만한 시장)과 맛에 대한 기술 적용 고려가 안되었기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팔릴만한 시장을 타겟으로 해서 만들지 않으면 안팔리는 거고. 게다가 식품소재면 맛의 어느부분을 기술화해서 접근해야할지 기술개발전략도 함께 세워야한다.

일본은 그걸 알았지만, 한국에선 그거 없이 그냥 쌀뜨물로 남 안하는 거 만들기만 한 것이다. 그러니 팔릴리가 있나...


3. 리하베스트라고 재작년에 맥주박을 재활용해서 에너지바를 만든다고 하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요즘은 리너지가루라해서 맥주박건조분말을 식품소재로 판매하는 일까지 한다고 한다.

대표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성공할지는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일단 맥주박 재활용 에너지바는 초기 컨셉은 신선해서 얼리어답터들에게는 먹혔을 것 같은데 추가로 구매대상 고객을 넓힐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게 안된다면 에너지바 자체를 컨셉으로 띄워 엄청 판매해야하는데...그러려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한다. 그러고도 될까말까...한게 현실.

원래는 업사이클링 소재기업인데, 에너지바 자체를 띄워야하니 내가 대표라면 양쪽에서 어떤 길을 가야할까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전부터 나에게 두부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엄청 많이 들어왔었다.

특히 비지로 두부칩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비지는 건조도 어렵고 칩가공은 힘들어 못한다고 했었다.

근데 요즘 IR자료 만들면서 내가 제품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니.. 비지칩 이것도 달리보인다.

그레서 요청한 업체중 한 곳에 새로운 컨셉과 가공방법으로 제안 넣었다. 그 업체에서는 설비사서 팔아보자고.. 하는 중.


쌀뜨물, 비지 모두..

아직까지는 내 사업 아이디어라 여기다가 공개할 순 없지만..

이게 성공하면 그때는 실체가 뭔지 공개해보겠다.


4. 원래 쓰려던 글의 목적은..

부산물 업사이클링이 성공하려면.. 몇가지 고려해야할 포인트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물 업사이클링 한다면 처음엔 신기해서 소비자가 좀 구매할지는 몰라도 그게 지속가능하진 않다는 거다.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일단 소재화가 되어야한다.

부산물은 대량생산되기에 아이디어 잠깐 내서 좀 소비하다가 시장이 시들해지면 그만둘 수 있는 성격의 원료가 아니다.

부산물 업사이클을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낸 아이디어가 지속가능한 소비가 되겠는지.. 생각부터 해야한다.


다음, 소재 응용기술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좋아야한다.

이게 다른 회사는 업사이클링이 힘들고 우리회사만이 가능하겠다.. 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팔릴만한 목표시장을 설정하고, 부산물 소재를 다양한 식품으로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맛을 고려한다.

맛은 단순히 검사하는 게 아니다. 맛의 실체를 분석해서 맛데이터를 응용할 수 있는 기술까지 만드는 것이다.

맛분석 기술. 즉 식미분석기술은 3년전부터 트레이닝해왔고, 실전적용사례도 점점 쌓아가고 있다. 아직은 나만 전체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사내 트레이닝과 교육, 실전경험등을 통해 식미전문가를 양성해서 나말고도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울 생각이다.


이런 서비스기업들은 사실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는 다 있어서 매출빵빵 올리고 잘 살고 있는데.. 한국엔 아직까진 없다.

그래서 그걸 내가 시작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익산 식품산업클러스터에서 주는 용역으로 실전테스트를 해보고 있는데.. 연구자체보다 연구비 정산하는 걸로 너무 스트레스를 주네.. 내년에 또 할지 말지는 좀 생각해봐야겠다.

우린 기술회사이지 회계법인이 아니거든..


#부산물 #업사이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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