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1. 맛은 5가지 종류가 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각각의 맛은 인지하는 수용체가 있어서 수용체와 맛성분의 결합으로 인해 우리는 맛을 인지할 수 있다.
옛날에 배웠던 그림.
혀의 부위별 다른 맛을 인지한다는 맛지도는 이젠 틀린 이론이 되었다.
2. 맛의 수용체가 등장하면서, 동시에 등장한 이론이 있는데..
맛은 혀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소화관 전체에서 느낀다는 것이다. 이유는 소화관 전체에 맛 수용체가 퍼져 있으므로...
여기서 파생되어 나오는 또하나의 이론..
맛 수용체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줘서 신체대사에 영향을 준다는 것. 예를 들어 쓴맛수용체는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분비에 영향을 줘서 음식의 섭취를 늘린다는 것이다.
3. 맛이 단순한 맛이 아니라.. 신체대사조절을 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4. 원래하려던 건 이 얘기가 아니라.
5가지 맛에 대응하는 식품소재가 각각 분포하는데..
단맛은 설탕 및 당류
짠맛은 소금
신맛은 식초
쓴맛은 카페인, 폴리페놀
감칠맛은 글루탐산.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것이지 딱 이들물질만이 해당 맛을 내는 것이 아니다.
5. 난..
대기업시절엔 단맛 소재에 대해 연구를 했었고.
나와서는 짠맛 소재에 대한 연구를 했고..
더불어 기능성 소재 연구하면서 쓴맛나는 소재도 연구했다.
신맛은 뭐.. 흔하니깐. 넘어가고.
감칠맛 소재에 대해선 회사원 시절 막판 잠깐 건드려봤었다.
요즘은 문득 감칠맛 소재에 대한 연구를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감칠맛 소재로 대표적인 것은 글루탐산(MSG), 핵산(I+G)도 있지만, 간장이 있다.
솔직히 말해, 대기업 시절에는 발효소재보다는 화학반응으로 만드는 소재에 관심이 더 많았다. MSG나 I+G같은 거..
사실 이들도 코리네박테리움(Corynebacterium)이나 효모(Yeast)같은 균주 발효로 만들긴 하지만... 워낙 그 뒤에 따라붙는 정제공정때문에 왠지 화학소재 같은 이미지를 준다.
그러나 간장은 원래 곰팡이로 만드는 진짜 발효소재로서 후속공정도 딱히 정제할필요없이 그대로 쓰는 말그대로 천연발효소재이지만,
한국에선 반대로 염산을 때려부어서 만드는 게 더 보편적이 된 게 좀 아이러니 하다.
6. 간장은 동북아시아에서 특별히 소스로 쓰는 소재인데..
동북아시아 3국중 곰팡이발효, 즉 양조로 만드는 비중이 가장 낮은게 한국이다.
한국이 발효강국이라고?
솔직히 좀 낯뜨겁고 부끄러운 자화자찬이 아닌가 한다.
일본처럼 균을 순수동정해서 사용하지도 않고..
중국처럼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어먹지도 않는데..
일상에선 그냥 Crude한 걸 과학적 연구없이 그대로 사용하는데... 과학자들이 딱히 그런 일상에 영향을 줄수 있도록 대단한 연구실적을 낸 것도 아니라서.. 그냥 연구따로 실생활 따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7. 원래 난 화학공정을 더 선호하고,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정해진 원료를 넣으면 결과물은 늘 항상 일정하게 나왔으니...
발효는 같은 원료를 넣어도 결과가 왔다갔다해서 비과학적이라 생각했었다.
근데 발효에 대해 알아보니 그게 아니더군.
투입 원료의 문제, 공정의 문제로 산출물 품질이 왔다갔다하는 것일뿐. 원래 원료관리, 공정관리 잘하면 발효도 마찬가지로 화학반응처럼 일정하게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8. 이야기가 좀 샜는데...
난 아뭏든 감칠맛 소재, 즉 간장을 발효로 제대로 만드는 기술을 만들어내보고 싶다.
산분해간장은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내 생각으론 아미노산맛이 여러가지 섞여서 나오는 정신없는 맛이다.
콩보다는 조금 더 단순한 단백질을 원료로 했을때 정제된 맛이 나올 방법이다.
콩은 곰팡이로 발효해야 제대로된 간장맛을 내는 것이다.
산분해간장보다 더 맛있는, 그리고 가격도 비슷한 그런 양조간장을 만드는 게 내 다음 목표다. (일단 우유대체식품, 쌀가공식품이나 먼저 좀 한담에..)
9. 회사를 젊은 시절에 나왔더니.. 여러가지 하고 싶은 연구를 건드려볼 수가 있어서 좋구나. 50 다 되어서 나왔으면.. 남을 위한 연구를 하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겨버렸을테니 인생이 참 아까왔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