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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미분석의 이용가치

식품의 맛을 수치적으로 분석하는 시대가 왔다

식품의 맛을 수치적으로 분석하는 시대

   맛있는 식품이 잘 팔린다. 맛이 없으면 식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식품이라도 조건과 상황이 달라지면 다르게 평가되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기에 어떤 사람들은 맛이라는 속성만큼 평가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식품평가요소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같은 식품이라도 조건과 상황이 달라지면 다르게 평가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 그래서였던가. 식품회사에서 오래 일했던 어떤 임원분은 “맛에 대해 설문조사”한 것은 안 믿는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보고하러 갈때면 항상 수치화된 분석결과를 달라고 말씀하셨다. 단, 관능평가결과는 빼고...    

 

식품의 가치를 높이는 식미분석

   맛은 식품과 요리의 중요한 요소로서 맛을 이해하고 정량화하는 것은 식품 개발 및 마케팅에서 필수적이다. 예전에는 맛은 혀로만 인지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로 인지하는 향도 맛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미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시각, 촉각 등 다른 감각들도 맛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 외에도 포장, 가격, 매체 등의 인지정보와 섭취환경, 섭취자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맛은 종합적인 감각으로 느껴진다. 그 외에도 문화적 요인, 음식정보,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외적 요인이 맛으로 구성된다. 이렇듯 맛이라는 것은 복잡다양한 체계를 통해 구성되는 느낌이기 때문에 맛을 정확하게 분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다가 재현성을 기대하는 것 역시 무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품질의 핵심은 맛이고 이에 대한 수치화 또는 시각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비교분석은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려는 식품업체들에게 매우 필요한 자료이다. 현재는 업체별로 필요시 자체적인 분석에 의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자의적인 판단의 가능성 및 소비자들의 상품선택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는 표시가 어려웠던 식품의 기능성과 식감을 기기분석을 통해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시각화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식미를 분석해주는 전문기관이 등장함으로써, 식품마케팅에 점점 널리 쓰이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일본에서 식미분석을 수행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미향전략연구소”를 들 수 있는데, 이 기관에서는 식품회사의 의뢰를 받아 식미분석 및 마케팅 프로모션을 위한 기술영업자료 제공등 식미데이터 기반 다양한 식품정보 제공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나가노현의 신슈소바협동조합에서 의뢰한 “NAGANO SOBA”의 식미분석자료>  (출처 : 미향전략연구소 홈페이지, https://mikaku.jp/)


맛의 시각화 및 기존 관능검사의 한계

   맛을 정확히 분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몇 가지 핵심지표를 도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델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정확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맛을 어느정도 묘사분석할 수가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복잡한 자연계를 분석할 때 흔히 이용되는 방법으로서 프랙탈적 접근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맛 분석 방법으로 정량적 묘사분석이 있는데, 일정 수의 패널에게 음식 시료의 맛을 보게 하고 속성별 강도 혹은 기호도를 조사한 다음 통계처리하여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때 인간의 인지기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수집 데이터의 오류를 최대한 보정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상 보완장치를 마련하여 적용했지만, 아무리 이렇게 오류보정을 한다해도 원천 자료를 인간의 감각이라는 한 종류의 데이터 공급원에만 의존하는데에서 유래하는 근본적 오류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다. 맛의 시각화를 통한 마케팅 자료로의 활용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다. 그러나, 단순 관능적 평가기법을 통한 단맛, 짠맛, 매운맛 등 개별 맛 속성별 강도 등을 제시할 뿐이고, 비교표나 QR코드 등 맛 정보를 표시하는 기법개발에 치중하여 정작 소비자가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정량적으로 분석된 수치를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맛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다속성 지표 분석

   관능검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간이 아닌 기계, 장비가 분석하는 데이터셋을 함께 분석하여 링크시키고 통합적으로 분석하면 이를 보완하여 업그레이드된 식미 분석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근래들어 인간의 감각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전자혀, 전자코, 전자눈 등의 분석장비와 GC/MS, LC/MS, 이미지분석기 등 정성/정량분석장비의 발달 등으로 인해 식미 분석데이터를 정밀하게 얻는데 유리해졌다. 더불어 텍스쳐분석기, Viscometer, RVA, 점도계 등 다양한 물성분석기로부터의 자료를 더하면 촉감 등의 속성에 관련된 데이터를 보충하여 더 정밀한 식미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식품은 물과 고분자, 이온 등의 분자들로 구성된 복잡계 매트릭스임을 감안하여 개별 구성분자의 정량적 분석결과를 보태면 대상 식품의 구조를 구성원리부터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종전에는 인간의 인지감각에만 의존해 수집했던 식미 데이터를 다양한 속성에 대한 다양한 기법으로 수집하여 분석하게 되면 실제 사람이 느끼는 맛에 대한 분석과 묘사를 더욱 더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식품 마케팅 툴로서 식미분석 활용 유망

  일전에 농협경제지주 및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국산쌀 품종별로 밥을 짓고 식미를 분석한 바 있다. 밥맛을 분석할 때 단순히 관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단백질 및 미네랄 함량, 쌀품위분석기를 통한 완전립 분석, 아밀로스 함량분석, 텍스쳐분석기에 의한 물성분석, 호화특성 분석 등을 통해 품종별 식미 결정요소를 4가지로 설정, 이를 X,Y축으로 배열한다음 좌표를 찍어 도식화하였다.     

< 국산쌀 15종 식미 특성 비교표 >(출처 :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2022 쌀 소비홍보자료집)

  

   국산쌀 품종별 식미분석은 일본의 아코메야라는 쌀 매장에서 품종별 식미를 그래프로 나타내어 마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벤치마킹하여 국산쌀 마케팅에 활용할 목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기존에 이러한 그래프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기존에는 기기분석이 아닌 감각평가에 의해 진행된 반면, 새로 실시한 쌀 식미분석은 관능뿐만 아니라 각종 분석기기에 의한 실측데이터까지 반영하여 다변수 종합분석을 실시하였다는 것이 종전과 다르다. 이러한 품종별 식미지도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쌀을 고를 수 있게 가이드로서 활용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생활패턴, 혈액형이나 MBTI 등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와 접목되어 새로운 마케팅 툴로 활용할 수 있는 등 활용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듯이 맛을 관능에만 의지하지 않고 기기분석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분석하는 식미분석기법은 식품 맛품질의 보다 정확한 수치화, 시각화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기에 미처 발굴하지 못했던 식품의 본질적인 가치, 상품성 등을 새로 도출해내는 좋은 도구로서 활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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