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혁명은 '푸드테크’에서 시작된다
15년 현장 경험으로 본 뼈아픈 진실 - “보조금 타령 그만하고 10배 부가가치 만들어야”
“돈 모이는 곳에 사람 모인다”… 시장 파이 키우는 기초기술 개발이 진짜 식량안보
최근 쌀값 폭락 사태와 정부 수매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농민들은 쌀값 20만원(80kg 기준) 보장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삭발 투쟁까지 감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수매가 8만원 선 붕괴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농업 현장에서 사업과 기술개발을 병행해온 나로서는, 이 모든 논쟁이 정작 가장 중요한 지점을 비켜가고 있다고 느낀다.
언론 기사들은 주로 농업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지원을 늘려야 하는 명분"에 초점을 맞춘다. 식량안보, 농촌 유지, 정부 지원 확대가 단골 키워드다. 반면 내가 보는 한국 농업의 근본적 문제는 “왜 농업이 여전히 돈이 안 되는 구조로 남아 있는가”에 있다.
한때 나는 이른바 3농정책이 가장 잘 구현되어 있다는 충남 지역으로 직접 이주해 활동했었다. 그 현장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기사 속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농민과 시장 사이의 깊은 괴리였다.
농민들의 실제 고민은 “식량안보” 같은 거창한 단어가 아니라 “올해 소득이 얼마가 나오느냐”였다. 그리고 그 소득의 상당 부분은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이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명분은 늘 그럴듯했다. 식량안보, 식량주권, 농촌 유지… 하지만 이런 구조 속에서 농민은 시장 경제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보조금 수혜자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 농산물 유통구조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곳곳마다 들어갈 수 밖에 없기때문에 농민들은 그들의 구매자가 아닌 정부를 상대로 "사달라"라고 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쌀 수매가 8만원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을 보며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쌀을 그대로 팔 가격을 두고 싸울 게 아니라, 가공과 기술을 통해 1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곡물은 더 이상 '원물 자체’만으로 승부하던 시대의 상품이 아니다. 식품산업, 외식, 간편식, 기능성 식품, 글로벌 K-푸드 시장까지…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농산물이지만, 정작 부가가치는 대부분 도시의 가공·유통·브랜딩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것이 시장의 냉정한 원리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고, 트럼프 정부 2기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를 보면서 내가 뼈저리게 확인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말뿐인 평화 시스템” 위에 서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절대 강자들이 마음만 조금 바꾸면, 우리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진짜 안보는 구호가 아니라, 스스로 지속 가능한 경제력에서 나온다.
사업의 부침을 몸으로 겪으면서 내가 얻은 단 하나의 확실한 원칙이 있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면 사람들은 무엇이든 해낸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하다. 국산 농산물 소비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농촌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부의 분배를 받을 수 있다. 쌀값 몇 푼 더 받으려 삭발 투쟁을 하는 것보다, 시장을 키워 파이 자체를 나누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쌀값 8만원, 20만원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대신, 그 쌀을 가공·소재화·브랜딩해서 10배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부가가치와 매출, 시장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초기술 개발이다.
탕후루나 두쫀쿠 같은 일시적 유행상품이 아니라, 산업의 초석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과 함께 커지는 소재·가공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책상에 앉아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다. 현실을 실제로 바꾸기 위해 기술개발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첨단기술이 시장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는 기초적이면서도 첨단적인 푸드테크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한국 농업이 진짜로 변하려면, 정책 구호보다 시장 구조가 먼저 변해야 한다. 농업 전방산업의 규모와 가치가 커지고, 확대된 소비와 가공·유통이 농업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낡고 시대에 맞지 않는 농업 구조가 자연스럽게 소멸하거나, 과감하게 개혁될 수 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 농업혁명으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삭발 투쟁 기사를 보며 나는 다시 다짐한다.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농업이 아니라, 시장을 장악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업.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푸드테크 기반의 기초기술 개발이며,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기술을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글쓴이는 농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다가 관두고, 지난 15년간 농식품가공산업 현장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쌀가공소재 및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