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국산 콩은 수입콩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어서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가격경쟁력이 없는지 깊이 따져본 경우는 드물다. 요즘 논콩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왜 남는지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무작정 소비촉진운동만 하는 것 같아 현실을 제대로 짚어보려 한다.
국산 콩이 수입콩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비싸서가 아니라, 생산·유통·정책·시장 등 모든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비 구조 차이에 있다. 국산 콩은 평균 0.3~0.5ha 규모의 소농 중심으로 생산되는 반면, 미국이나 브라질은 수백~수천ha 규모의 대규모 단지에서 재배한다. 대형화·기계화가 안 되니 생산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령농 중심의 생산인력 구조까지 겹쳐 생산성이 더욱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국산 콩은 kg당 생산비가 최소 3,000원인 반면, 수입콩은 수입가가 700원 정도다. 약 4~5배 차이다. 생산성도 국산은 ha당 1.6~2.0톤, 미국·브라질은 3.0~3.5톤으로 격차가 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산 콩은 안 된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콩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가공·유통망을 거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라인에서는 원료비보다 GMO 여부, 품질관리, 식품안전성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므로 무조건 싸다고 잘 팔리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라인 집중과 가공유통 생산성 향상이 따른다면 국산콩도 승산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는 콩을 콩나물, 두부, 장류 등 전통식품 위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대량가공 최적화가 안 되어 있다. 반면 수입콩은 사료용, 채유용, 콩단백질용 등 용도별로 최적화되어 있어 품질의 균일성, 저장성, 가공수율이 우수하다. 결국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수입콩이 더 쓰기 편하고 공정에 잘 맞아, 국산콩은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국산 콩은 생산자 → 농협/지역수집상 → 도매상 → 가공업체로 이어지는 복잡한 경로를 거친다. 반면 수입 콩은 항만에서 바로 가공업체로 직접 공급되어 유통단계가 매우 단순하다. 유통단계가 줄어드니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국산 콩은 두부, 콩나물, 장류에 집중적으로 소비된다. 그 외 시장은 가격과 품질 문제로 국산콩을 사용하지 않는다. 논콩을 전략작물화해서 생산하기로 했을 당시, 이미 국내 콩 수요는 더 이상 증가 없이 고착된 상황이었다. 새로 싸게 공급해도 신규 시장이 생길 리 없었다. 정부가 일을 저질러놓고 비축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아도는 논콩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두부·콩나물·장류 시장 외에 연간 8만 톤을 소비할 만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국산 콩기름, 대체육, 식물성 단백 등의 시장이 그것이다.
콩기름은 반드시 용매추출 방식으로 생산해야 한다. 저온압착으로는 한계가 있다. kg당 콩기름 생산량이 용매추출은 250g, 저온압착은 100g 정도로 저온압착은 용매추출 대비 40% 수율밖에 안 된다. 추출되지 못한 지방은 대두박에 잔류하는데, 대두박 중 지방함량이 10~15%나 된다. 잔류 지방이 많으면 수율 문제뿐 아니라, 이후 대두박에서 콩단백을 추출하는 후속 공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콩기름을 용매추출할 공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식용유 회사들은 CJ나 사조해표를 제외하면 대부분 식용유를 수입해서 블렌딩해 판매하는 회사들이다. CJ와 사조해표는 연간 90만 톤 이상의 콩을 채유용으로 수입해 생산하고 있어 설비 여유가 없고, 원료를 바꾸면 생산성이 떨어져 국산 콩을 생산할 수 없다.
국산 콩을 착유하는 용매추출 방식의 콩기름 생산공장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기업에만 맡기면 언제 될지 모르므로 정부가 나서서 민관 공동 출자 등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이 두쫀쿠 쿠키를 콩으로 만들자는 얘기보다, 콩기름 공장 투자 얘기를 해주면 국산 논콩 소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콩기름 공장이 만들어지면 대두박을 활용한 대체육과 식물성 단백질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 분야가 콩가공산업에서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분야다. 콩기름 대비 최소 3~4배의 매출과 이익 규모를 가진 사업성 좋은 분야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진행할 기술력이 부족하다. 논문상의 기술이 아닌, 실제 최적의 생산성과 효율을 갖춘 실전형 기술을 가진 회사나 연구팀이 없다. 올해는 단백질 생산공정을 스케일업해 대규모화하기 위해 연구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우리 회사 라이스밸류의 가치는 식량자원에서 가공소비에 이르기까지 전체 밸류체인에서 가장 이윤과 매출을 많이 낼 수 있는 부분을 담당한다는 데 있다. 지금은 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콩과 두부, 두유, 장류 등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해왔다. 모든 식량자원이 산업화에 있어 비슷한 프로세스와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쌀을 먼저 해결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전략작물 정책으로 논에서 밥쌀뿐 아니라 가공용 쌀, 콩, 밀 등을 전환 생산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이 바뀌고 있다. 어차피 이 모든 게 쌀과 논의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라, 우리 회사도 쌀만이 아니라 콩, 밀까지 사업범위에 넣어야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논에서 보리나 감자를 심는다 해도 우리 회사의 관심 대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