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엉뚱한 문제를 풀고 있는 건 아닐까?
2015년 432만 톤이던 국내 쌀 생산량이 오늘날 359만 톤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20% 감소. 논 면적을 줄이고 타작물로 전환한 정책의 결과다.
그 정책의 전제는 하나다. 쌀이 남아돈다는 것.
그런데 잠깐. 우리나라가 정말 식량이 남아도는 나라인가? 이렇게 급속도로 쌀생산을 줄여도 굶는 사람 없이 살아갈 수 있나?
아무도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진짜 문제는 수입 의존도다.
쌀생산량을 10년만에 20%나 줄였어도 굶지 않는 이유는 수입 식량을 그만큼 더 늘렸기 때문이다.
수입 밀은 오래전부터 우리 식탁을 잠식해왔다. 최근엔 귀리를 비롯한 해외 대체곡물들이 웰빙 바람을 타고 밀보다 더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국산 곡물이 경쟁할 틈도 없이.
정부의 대응은 아침밥 먹기 운동이다. 세금을 들여 "밥 한 공기 더 먹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밥 소비가 줄어드는 건 쌀이 매력을 잃어서가 아니다. 소득이 늘면서 식단이 다양해지는 것뿐이다.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고, 아시아 전반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구조적 변화다.
캠페인으로 되돌릴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인간의 본능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밥을 더 먹게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쌀이 더 많은 식품에 들어가게 할까?"가 맞는 질문이다.
국민이 쌀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지금의 쌀은 밥 외에는 먹을 방법이 거의 없는 게 문제다.
쌀을 가루로 만들어 빵, 국수, 튀김, 부침에 활용할 수 있다면 — 수입 밀가루가 이미 하고 있는 것처럼 — 밥 소비가 줄더라도 쌀 전체 소비는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 수입 밀이 그토록 쉽게 시장을 잠식하지 못할 것이다.
쌀이 밀을 100%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산 밀, 보리, 옥수수, 귀리, 콩을 함께 육성한다면 식량자급률을 지키면서 소비자도 만족시키는 답을 찾을 수 있다.
"해봤는데 안 됐다."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될 때까지 끝까지 해봤는가? 쌀 생산을 80만 톤 줄이는 동안, 대신 심었다던 타작물 소비는 왜 단 한 톨도 늘지 않았나? 국산 곡물 소비는 왜 10년째 제자리인가?
단기 성과에 쫓기다 장기적인 식문화 변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 건 아닐까. 아이디어가 틀린 게 아니라, 인내가 부족했던 것 아닐까.
왜 RiceValue를 시작했는가.
나는 공무원도 아니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10년간 이 문제를 지켜보다가, 더 이상 관찰자로 있을 수 없었다.
핵심은 끊어진 가치사슬이다. 국내 곡물 생산과 식품 제조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가 사실상 없다. 수입 밀과 콩은 가루가 되고 가공되어 수백 가지 제품에 들어간다. 국산 쌀은 대부분 그냥 밥으로 소비된다.
이 문제는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 기술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
그걸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회사 이름을 짓는 데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내가 모든 걸 쏟아부어 일할 수 있을 만큼, 핵심을 꿰뚫는 이름이어야 했다.
RiceValue. 쌀의 가치.
한국에서 끊어진 쌀의 가치사슬을 기술로 되살려,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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