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한국에 가기 싫어요

맞벌이 부부와 쌍둥이 아이들의 10박 11일 하와이 여행(1)

by 성실한 작가

신혼여행 그 후 10년 뒤

누구나 그렇듯 아이를 낳은 뒤로 시간은 참 빠르다.

일, 육아, 살림.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워킹맘인 내가 유일하게 계획했던 한가지는 바로, 하와이 가족 여행. 신혼 여행에서 돌아오며 남편과 10년 뒤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을 했는데, 2025년 드디어 그 때가 온 것이다. 더욱이 좋았던 것은 쌍둥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더욱 좋았다. 남편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힘들어했지만, 우리는 결국 넷이서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저녁 10시에 비행기가 출발해 아이들이 푹 잠을 잘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 평소 테블릿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비행기 내 테블릿 화면으로 무한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은 잠들지 않았다. "여기가 천국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무려 8시간을 눈 뜬 채 하와이에 도착했다. 내복에 패딩까지 겹겹이 입고 출발해야 했던 한국의 1월과 달리, 하와이의 1월은 꼬릿하면서도 따뜻한 내음을 풍기며 우리를 맞이했다. 따뜻한 날씨에 하나, 둘 옷을 벗어 던지며 하와이에 왔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옷가지와 함께 회사 걱정, 공부 걱정, 어지러진 집 걱정도 하나씩 벗겨졌다. '드디어 왔다! 아니, 벗어났다.'


우리는 국내선을 한 번 더 타고, 빅아일랜드로 들어갔다. 신이 난 아이들은 휘둥그레해진 눈으로 "새로운 집(숙소)엔 야자수가 있을까요? 엄마, 코코넛 보고 싶어요. 도마뱀도 있나요?" 질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바쁜 업무로 숙소에 대해 살펴 볼 겨를이 없던 "아마 없을걸?" 얼버무리며 대답했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가성비'가 테마라 말하던 남편이 어떤 숙소를 예약했을 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기 숙소 맞아?

숙소는 허름했다. 산 길 한 가운데 지어진 예쁘고도 허름한 한 채의 집 앞에 남편은 차를 세웠다. 현지의 느낌을 좋아라하는 나지만,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할 정도로. 물론,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문 앞으로 달려나왔다. 영어를 잘 모르는 우리를 위해 손짓 발짓 하며 열심히 숙소와 주변 여행지, 교통 법규 등을 알려주었고. 우리를 집 밖으로 이끌어 자신이 가꾸는 식물들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코코넛 나무, 아보카도 나무, 파파야, 바나나." 그 순간 너무 기뻤다. 우리 아이들이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나무들이 이 곳에 모두 모여 있다니. 게다가 우리 방 테라스 앞으로는 소, 아기 돼지, 새들이 저마다의 시간에 맞춰 산책을 하는 통로라는 게 아닌가?


그렇다! 남편은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 숙소를 열심히 찾았던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묵을 곳이니 열심히 평점을 살펴본 후에 결정한 이 곳. 집 앞은 식물원, 테라스 앞은 동물원이었다. 설명을 듣고 테라스에 들어 온 아이는 아쉬워하며 "도마뱀은요?"하며 물었다. 시늉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글쎄, 찾아볼까?"하는 순간 풀 틈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도마뱀이 우리 방 앞으로 찾아왔다. 우리 아이들에게 하와이의 첫 인상은 완.벽.했.다.

그 날 저녁, 아이는 말했다. "엄마, 한국에 가기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