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하와이는 사악해!

맞벌이 부부와 쌍둥이 아이들의 10박 11일 하와이 여행(2)

by 성실한 작가

동물(소리)와의 동침

자연 그 가운데 지어진 우리의 숙소는 드문드문 유리가 아닌 방충망으로 안과 밖을 구분지어놓았다. 테라스와 한 방향으로 설계된 화장실 역시 방충방으로(물론, 보이지 않는 위쪽으로)만 설계되어 있어 숲에서 들리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와 인간이 내는 자연의 소리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ㅎㅎ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 가족끼리 온 여행이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진짜 큰 문제는 바로 밤이었다. 뒤척뒤척, 뒤척이며 뜬 눈으로 첫 날 밤을 보내게 된 우리. 이유는 바로, 방충망을 뚫고 들어오는 동물들의 울음소리였다. 마치 타잔이 되어 동물들과 함께 숲에서 잠드는 것 같은 색다른 기분. 신기하면서 피곤하기도하고, 아주 조금 무서우면서도 즐거웠던 첫 날밤이 되었다.


포케 두 개에 6만원?

달러가 한창 오르기도 했고, 하와이 물가가 워낙 비싸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비싸봤자..."라고 생각하며 간단히 먹을 포케 두개를 주문한 나는 45달러를 결제했다. 포장이니 '노팁'을 선택하고, 기다리는데. 사알짝 소름이 올라왔다. 한 상 차림도 아니고 도시락 두개가 6만 5천원? 벙찐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봤는데, 나보다 절약정신이 투철한 남편의 턱은 이미 바닥까지 열려있었다. ㅎㅎ 사악하다 사악해...돈 개념이 그리 크지 않은 나 역시도 손을 덜덜 떨게 했던 하와이 물가. 이때부터 우리는 캐리어에 열심히 챙겨 온 햇반과 김을 꺼내들고 다녔다.

KakaoTalk_20250131_161351252.jpg 문제의 포케, 하지만 맛은 있었다


우리가 빅아일랜드를 선택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어디나 스노쿨링 명소라는 점(와이키키와는 차원이 다른), 블랙샌드 비치에서 거북이와 킬라우에아 화산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바다 수영을 하러 가다 남편은 왠지 현지인만 아는 은밀한 장소일 것 같은 곳에 차를 세웠고, 둥이들과 나는 착실히 내려 자리잡을 곳을 찾았다. 그 때, 현지인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따라오라며 손짓 발짓을 했고 갑자기 영어 울렁증?이 생긴 나는 못 들은척하고 내 할일을 했다. 그러자 그가 저 멀리서 다시 나를 불렀다. 뭔가 있구나 싶어 그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거북이들이 여유롭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겁 많은 우리 아이들은 비록 스노쿨링 흉내만 냈지만 코 앞에서 헤엄치는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을 만나고, 거북이와 함께 물놀이를 했다. (물론, 절대절대 눈으로 보기만)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엄마, 아빠를 찾았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새삼 사랑스러워보였다.

물가는 사악하지만, "빅아일랜드로 다시 오길 정말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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