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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표 Sep 08. 2016

젠트리피케이션과 인디 뮤지션

( 이 글은 계간 인문사회비평지 <말과활> 11호 372p~379p에 실린 필자의 글이다. 제목이 편집 과정에서 달라졌으나 글의 전체적인 이해에 큰 영향은 없다. 아래의 텍스트는 편집되어 발행되기 이전의 글로써 실제 발행된 글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작년이 ‘인디 20주년’이라고 하니, ‘인디 뮤지션’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대중에게 알려진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인디 뮤지션이라는 말 그대로, 각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니만큼 그들의 특성을 완전히 일반화해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시대에 따라 인디 뮤지션들이 활동하는 양상은 확실히 변화하였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지만, 인디 뮤지션들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공간’은 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주체와,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와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인디 씬의 중요한 측면이고,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공간’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떠한 목적에 의해 특정한 공간이 유지되려면 수익이 지속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루어지는 클럽에서는 공연 입장료, 대관료가 그 수익이다. 요즘도 인지도가 높은 팀들의 클럽 공연에는 관객이 어느 정도 있지만, 공연을 지속하는 대부분의 공간의 관객의 수는 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서 확연히 감소하였다. 공연 입장료는 물가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크게 오르지 않았고, 관객들은 줄었는데, 임대료는 폭증을 했으니 공간이 유지되는 것이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홍대 인근에 많이 있는 공연장들이 문을 닫은 여러 이유들 중 하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홍대 지역에 예를 들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설명하자면, 90년대 중후반 당시에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했던 홍대 인근에 예술인들이 정착을 했고,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그 동네가 유명해지자 임대료가 올라가고, 기존에 정착했던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마포구 동교동에 2004년 문을 열고 작년인 2015년에 문을 닫은 ‘살롱바다비’의 예를 보면, 100㎡ (30평) 면적의 임대료는 50만원에서 100만원, 140만원으로 폭증했다. 임대료 폭증으로 인한 폐업 위기를 뮤지션들이 합심해 막아내기도 했지만, 계속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문을 닫을 당시 임대료는 월 200만 원대였다. 현재 살롱바다비 자리는 반 년 넘게 빈자리이다. 합정동 씨클라우드, 상수동 롸일락도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꾸준히 기획해서 진행했던 공간들도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 해 작년 문을 닫았고, 그 외의 여러 다른 공간들도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인디 뮤지션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드는 반면에, 인디 씬 안에서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2010년도 이후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밴드 셋이 아닌 1인 혹은 소규모 셋으로도 인디 씬에서 충분히 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카페와 같이 공연이 가능한 대안 공간이 크게 늘긴 했지만,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주기는 역부족이다. 앞서 언급한 씨클라우드도 커피, 음료, 술 등을 판매하는 카페와 공연장을 겸한 대안공간이라 말할 수 있는데, 그 곳에서 실시했던 ‘오픈마이크’를 하나의 예로 들어보겠다. 오픈마이크란 무대를 필요로 하는 팀들이 신청을 해서 정해진 시간 동안 자유로이 무대를 꾸미는 공연을 말한다. 2011년 초에 처음 오픈마이크를 시작할 때에는 공연 신청이 크게 어렵지 않았으나, 2013년 말~2014년 초 즈음부터 신청 경쟁률이 올라가서, 일주일에 한 번 6팀씩 공연하는 한 달 치 스케줄이 공지를 올린 지 5분 만에 모두 마감이 되기도 하였다. 카페 언플러그드, 살롱노마드 등 홍대 인근에 오픈마이크를 실시하는 다른 장소들도 공연을 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여, 처음 공연을 하고자 하는 팀들은 몇 달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15~20분 남짓의, 수익이 전혀 되지 않는 공연에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는 이유는, 오픈마이크에 참여하는 것이 인디 씬에 진출하는 주된 방법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오디션을 보고 정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들이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줄어서, 카페와 같은 대안 공간에서 공연을 하고, 인디 씬에 소속되어 있거나, 진출을 하려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사실상 오픈마이크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픈마이크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인디 씬에 진출하려는 신인들의 관문 역할이 된 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그런 역할을 상당수 맡고 있다는 건 대다수가 동의를 하고 있다.      


 필자는 201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인디 공연을 관람하러 다니며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하였다. 인디 공연들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공연들을 주로 관람을 하였는데, 그러한 공연들 중 하나의 형태인 오픈마이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지속적인 관람 및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오픈마이크에 참여하는 데 원칙적으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인디 씬에서 처음 활동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정 시간의 실내 공연을 보장받을 수 있고, 그런 만큼 비슷한 입장인 다른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이기에, 인디 씬을 진출하려는 의도로 오픈마이크를 활용하는 뮤지션들 중에는 길게는 수개월 동안 여러 장소의 오픈마이크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활발히 오픈마이크에 참여하는 뮤지션들 중에 공연장 측으로부터 섭외를 받거나,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기획을 하여 공연을 하는 기회를 얻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당장 신인 뮤지션들에게는 공연을 하기 위한 공간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긴 하지만, 오픈마이크의 참여하는 것 자체가 더 많은 공연의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픈마이크에 모든 장르의 팀이 참여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들 중에는 장비의 사정상 특정 셋으로는 공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공연이 사실상 제한되는 팀들은 공연을 위한 공간을 찾는 것이 한층 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공연의 관객 감소는 앞서서도 언급하였고 인디 공연을 진행하는 대다수의 공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특히 오픈마이크에서는 공연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지인을 제외한 ‘순수 관객’은 매우 적고, 심지어 관객이 아예 없을 때도 있다. 따라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의 관객이 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사실상 동료 뮤지션들과의 교류, 공연을 진행하는 공간에 ‘눈도장’을 찍는 것 정도가 오픈마이크 참여로 예상 가능한 결과이다.     

 

 요약하자면, 이전과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공연을 하려는 사람들에 비해 공연이 가능한 공간의 비율이 감소하였고, 그 이유로는 절대적인 수치로서의 관객의 감소 및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으로 공간 유지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현실에 대처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례에 주목을 하겠다. 우선 홍대 인근 지역에서는 공간을 지속할 수 없어서 외곽 지역으로 이전을 한 예들도 많다. 문래동 지역을 예로 들어보자. 문래역 7번 출구를 나와서 문래공원사거리에 이르면 홍대 인근에 있다가 이전을 한 ‘스컹크헬’이 보인다. 문래동사거리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2011년 상수역과 광흥창역 사이에 위치해있던 있다가 2013년 문래동우체국 맞은편으로 이전을 한 '재미공작소‘가 보인다. 이전을 해 온 것은 아니지만, 2014년에 이전에 같은 공간에서 운영되오던 ’대안공간 문‘을 이어서 ’스페이스문‘이 문을 열었고, 현재 그 자리에는 ’GBN 라이브 하우스‘가 운영 중이다. 이렇듯 문래동 지역의 새롭게 문을 연 공간들은 홍대와 가까운 지역들 중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을 한 것이다. 서교동, 동교동에서 합정동, 상수동, 이제는 다시 문래동, 망원동 지역으로의 이동인 것이다. 


 홍대 인근 지역으로부터의 이동이 아닌, 즉 홍대와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먼 지역에서도 공연이 가능한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에 위치한 ‘감성달빛’은 2011년에 개업, 2012년부터 기획 공연, 오픈마이크 등 여러 문화예술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카페에서 따로 장비를 두고 공연을 하는 만큼, 초창기에는 카페 언플러그드 등 이전에 홍대 인근 지역에서 카페 공연을 하던 장소들에게서 여러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관악구 낙성대 인근에는 펍과 공연장을 겸한 ‘사운드마인드’가 위치해 있다. 사운드마인드의 대표이면서 밴드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의 멤버인 이재훈 씨는 ‘음악 활동과 개인 일의 병행의 있어서의 간극’과 ‘인디 음악의 홍대 고착화’에 대해 고민하다가,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지역인 낙성대에서 지역 기반 확산과 공유를 모토로 사운드마인드를 개업하였다 말한다. 사운드마인드는 단순히 낙성대에 위치한 공연장인 것을 넘어서서, 인근의 서울대학교에 기반을 둔 팀들이나 인근에 거주하는 팀들의 수요를 수용함으로써 ‘관악구의 새로운 인디 씬’의 거점이라 설명할 수 있다. 관악구의 또 다른 지역인 신림동에도 최근 문화예술공간이 여러 곳 생겨났다. 2014년 2월 문을 연  ‘   ’(작은따옴표), 2015년 하반기에 문을 연 ‘시간공장’이 대표적이다. 두 공간이 신림동이란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공통적으로 인구밀집도가 높고, 청년 1인가구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 20여 년 전에 임대료가 낮은 홍대 인근 지역으로 예술가들이 이주를 하였듯이, 홍대가 아닌 새로운 지역에서의 씬이 성장할 수 있음을 앞선 몇 가지의 예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공간 자체가 아니라 기획자가 특정 지역에서의 씬을 만드는 예도 있다. 인디 공연 및 행사 기획을 하는 장율범 씨는 본인이 거주하는 강동구 인근에 인디 공연 문화를 만들고자 여러 장소에서 공연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매주 토요일 천호역 인근 'b612 favori'라는 펍에서 정기적으로 ‘동쪽에서 노래하기’라는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새로운 인디 씬을 만들기 어려운 홍대 인근 지역 대신에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로컬 씬’을 만들려는 시도가 지금까지 꾸준히 있어왔고, 비록 그 시도들이 지속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그러한 움직임은 계속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관에서도 포착을 하여, 관 주도 하에 문화예술공간을 형성하기도 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조성사업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4월 29일 개장한 ‘플랫폼창동61’은 창동역 환승주차장 부지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연을 더불어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은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이 공간의 혜택을 볼 지는 미지수이다. 개장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되어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까지 진행되었거나 진행될 예정인 공연들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인디 씬 혹은 대중음악 씬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팀들이 대부분이다. 정작 창동·상계 등 서울 동북부 지역의 인디 뮤지션들이 진입 장벽 없이 시설의 혜택을 볼 수 있을 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2021년 서울아레나가 개장을 하면, 지역의 인디 뮤지션들이 관련된 시설을 이용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은 입장객 수 등 수치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팀들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한계라면 한계일 것이다.

      

 공간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들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씬을 만들어 가는 사례도 존재한다. 동교동사거리에 있었던 칼국수집 ‘두리반’은 2009년 12월 재개발로 인해 강제퇴거를 당한다. 이후 두리반 측은 2010년 초부터 철거를 당한 건물에서 농성을 시작한다. 여러 문화예술인들이 투쟁에 연대를 하였고, 그 중에는 홍대에서 활동하던 인디 뮤지션들도 있었다. 2010년 2월 27일 첫 ‘자립음악회’를 시작으로 ‘칼국수 음악회’, ‘자립음악회’가 매주 진행되었고, 2010, 2011년에는 노동절에 즈음하여 ‘뉴타운컬쳐파티 51+’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2011년 뉴타운컬쳐파티 51+를 기점으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이 결성되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음악생활협동조합으로써, 작은 규모의 음악생산자들이 자유롭게 음반과 공연 등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음악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두리반은 농성 531일, 단전 324일만인 2011년 6월 8일 재개발 시행사 남전 디앤씨와 합의를 하였다. 두리반 투쟁은 뮤지션의 활동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공하였고, 뮤지션과 지역의 연대 모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이후에도 여러 현장에 연대를 하면서 새로운 인디 씬을 조성하려 했지만, 어느 곳에도 성공적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15년 초에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임대차 분쟁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남동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공유하려는 의도로 2015년 8월 한남동의 여러 공간에서 진행된 ‘자립심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2015년 12월에는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대망명’이라는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대망명‘이 진행된 테이크아웃드로잉은 단지 임대차분쟁이 진행 중인 하나의 가게, 그 의미 이상으로 한남동에서 진행 중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이었다. 그리고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는 투쟁 현장에 공연으로써 단순히 연대하는 것을 넘어서서, 투쟁에 연대하고 지지를 하던 예술인들의 곡이 담긴 ’테이크아웃드로잉 컴필레이션‘이라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였다.      

 이 즈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공간과 문화예술인들의 연대’에 관한 필자의 경험을 잠시 말하겠다. 두리반 투쟁이 진행되었던 2010~11년 당시 필자는 고등학생이었고, 이런 투쟁 사실을 알지 못 하였다. 어렴풋이 이러한 투쟁을 직접 마주한 때는 2013년 말이었다. 두리반 투쟁 당시부터 여러 현장에서 연대를 하며 공연을 하시던 한받 님 (야마가타 트윅스터)을 그 때부터 직접 뵈었는데, 방화동에서 임대차분쟁 중인 ‘카페 그’라는 곳에서 연대를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에 수차례 ‘카페 그’를 방문하였고 여러 뮤지션들의 연대 공연이 있었다. 이후에 비슷하게 임대인과 분쟁을 겪는 임차인들이 모여서 ‘맘상모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가 결성되었고, 여러 현장에서 연대를 하였다. 필자는 주로 연대 공연이 있는 현장을 찾아 관람을 하고 기록을 하였다. 테이크아웃드로잉도 7일 동안 진행된 ’대망명‘ 기간 중 하루 방문을 했고, 2016년 1월부터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연대하는 뮤지션 이권형 씨가 기획을 하는 ’강제음악회‘에 종종 방문을 하였다. 현장에 있으면서 목격을 여러 장면들 중 하나는, 연대의 뜻을 가지고 방문을 한 뮤지션들이 새롭게 만나서 새로운 씬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강제음악회‘가 진행되던 날 처음 찾아와서 자립음악생산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힌 뮤지션도 있었고,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처음 만나서 친분을 쌓고, 새로운 팀을 결성한 뮤지션들도 있었다. 자본에 의해 무대가 사라진 홍대 앞이 아닌, 젠트피리케이션 광풍의 최전선인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역설적으로 새로운 씬이 만들어지고 있던 것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건물주인 박재상 씨 (싸이)와 2016년 4월 6일 합의를 하여, 8월 말까지 영업을 한 후 자진퇴거를 한다.   

   

 그러면 과거 두리반에서부터 최근 테이크아웃드로잉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저항 현상을 어떻게 분석을 할 것인가? 나름 ‘성공’이라 불릴 만한 결과를 가져온 저항의 사례가 일반화하여 분석을 할 만큼 많지는 않지만, 과거의 홍대 씬과 형태는 다르지만 유사한 씬인 ‘저항적 거점’을 만드는 것이라 조심스레 말할 수 있다. 현재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이전부터 자리를 잡았던 충무로의 조광사진관+자립본부에서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고, 독립문역 옆 재개발이 진행 중이며 최근 강제철거를 당한 옥바라지 골목에 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공덕역 인근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경의선공유지 투쟁에 연대를 하면서, 자립음악가들을 위한 레코딩/믹싱 스튜디오인 ‘자립음악스튜디오’를 최근 개장을 하였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이후에도 새로운 저항의 거점을 찾아, 새로운 씬을 생성하려는 시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글의 첫 부분에서도 언급을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인디 뮤지션들이 활동하는 여러 방법들을 이 글에서 설명한 것들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홍대 인디 씬, 혹은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씬에 관련되지 않고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기존의 홍대 씬의 위기와, 그 위기에 대응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씬을 만들려는 시도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분석을 하기에 유의미한 현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90년대 중후반에 생겨나서 어느덧 20년이 넘어선 ‘인디 문화’가 시대에 따라서 분석이 되었듯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주체의 시도들은 기록에 남을 것이라 예상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이러한 각각의 시도들이 어떠한 결과로 남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참고자료 

 <인디밴드 살린 '살롱바다비(홍대 앞 소공연장)' 인디가 살리다>, 조선일보, 2011.9.16. 

<고정관념의 질서보다는 나름의 생각을 우선으로 : ‘사운드마인드’ 이재훈 대표이사>, 인디비즈, 2014.11.10. 

http://jaripmusic.org/about 

 <문화와 자본 사이의 ‘전초전’,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20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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