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질 수 없을 때 나아가기로 한 날, 했던 것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건 작년 여름이다. 오늘에서야 두 번째 글을 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삶이 한 곳을 맴돌고 있었다.
적어도 재작년부터였다. 체감한 건 작년부터였다. 삶이 정체했다는 걸. 첫 글을 올린 건 작년 여름이다. 오늘에서야 두 번째 글을 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가는 곳과 하는 것은 변함없다. 동네 카페 시간 보내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냐면 말만 길어질 뿐 결코 답에 이르지도 않을 것이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별안간 깨닫겠지' 무책임하고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건 사실일 것이다. 아니고서야 수없이 많은 하루들을 허비했을 리가 없다. 눈을 뜨면 빨리 저녁이 왔으면 바랬다. 어쩔 수 없이 잠에 들어야 하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그 시간을 말이다. 저녁이 되니 집에 들어가는 그런 날들이 투성이었다.
작년에는 달리지 않은 날보다 달린 날이 많았다. 올해도 그렇다. 무력감이 차오를수록 조바심이 달아오를수록 달리는 날도 늘어났다.
달릴 때야 비로소 삶이 움직였다. 몸이 앞으로 나아갔고 얼굴로 바람을 맞았다. 숨이 점차 가빠졌고 땀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만 달릴지 갈등하는 구간은 넘어가면 가속도가 붙었다. 가끔 목표 거리를 기꺼이 넘어섰다. 폐가 뒤집히는 느낌이 들거나 입에 피맛이 맴돌 때면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렇게라도 삶을 진전시키고 싶었다.
첫 번째 브런치 글을 올렸을 때였던 것 같다. '한 문장도 못쓴 날, 달리기'를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지난 1년 동안 한 문장도 못 썼다. 그런데 지난주에 북촌으로 이사 왔다. 작년에 북촌으로 이사 갈 예정이었다. 가계약금을 무르고서 포기했다. 당시 이삿길을 가로막았던 고민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뭉뚱그려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주에 북촌으로 이사 왔다.
내 삶은 어쩌면 답이 없을 수도 있다. 간절히 답을 원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결코 찾을 수도 만족할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길을 걸어봐야 비로소 앞길을 볼 수 있는 비효율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감각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일 수 있다. 수년을 내다보지 않고 대비하지 않았던 건 젊은 날 자만일 수도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존중하는 태도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옳을 수도 있다.
오늘 첫 번째 문장을 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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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6일 6.75km 36:16 @경복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