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무원을 하게 된 이유
내가 공무원을 준비하던 2016년, 아직도 선명히 기억 저 편에 남아있는 기사가 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여 9급 공무원을 선택한 사람. 공무원이 되면 1등 신붓감이라던 당시 사회 분위기. ’안정성‘이라는, 소위 말하는 ’철밥통‘이 내게 보장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공무원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시작은, “여자가 뭐 얼마나 사회생활을 하겠어. 그냥 공무원이나 하고 편하게 살아~” 하시던 아빠의 권유로 진학하게 된 행정학과였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인정욕구가 강했던 나는, 엄마아빠의 자랑이 되고싶었고, 줄곧 그래왔다. 언어 분야의 모든 상을 휩쓸고 학교 대표로 나가기도 하며, 당시 학구열이 강했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도 가자마자 논술 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 ’공부 잘하는 애‘로 소문이 났었다. 별다른 걸 하지 않고, 학원을 다니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늘 그래왔듯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그게 내게는 아빠의 저 말이었나보다. ‘공무원이나 해서 편하게 살아라’. 그리고 공무원 열풍이던 그 사회 분위기에서 대학 졸업 전 합격해서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싶었달까. (실제로 3학년 1학기를 마친 후 합격했다.)
23살, 3학년 1학기를 마친 여름. 그 시절의 내게 간절하던 ‘대한민국 공무원’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오랜 꿈은
절대 아니었지만, 워낙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던 나이기에, 다른 민간기업 취업준비하는 친구들보다 훨씬 앞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학점 생각 안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어 편했다. 부모님의 자랑이 된 것도 너무 행복했고.
임용유예를 하고 편히 학교를 다니며, 버킷리스트이던 수많은 것들을 이루어가며 1년 7개월 후 입직을 하게 됐다.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보지도 않고, 당장 그 안정감이 주는 편안함에 속아 살아가며. 그렇게 나는 7년차 공무원이 된 것이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발만 담그는 취미 부자에, 이것저것 다른 직업을 찾아보다 발견하게 된 ‘TCI 기질검사’ 그리고 MMPI 검사.
극도의 대민업무에 시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곳에서 거절당하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던 곳. 다른 부서에서 화나는 일들을 나에게 화풀이하는 사람들,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죄송하다고 해야하던 시절. 퇴근길 길거리에서 울면서 퇴근하던 그 날, 문득 궁금했다. 나만 이토록 이 조직이 숨막히게 힘든건지. 남들도 다 이정도 힘듦은 참고 사는건지.
그렇게 나는 결국, 나 자신을 더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기질검사라는 낯선 도구를 통해 처음으로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들여다보게 됐다.
그때 알았다.
내가 지금껏 ‘안정’이라 믿어온 것들이
사실은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었음을.
그리고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야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