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마우스북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나의 작은 책 "덕후는 사랑으로 자란다"를 들고 부산을 다녀왔다.
북페어 준비 당시 '우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시기라 개인적으로 이 주제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다녀와서 보니 '우정'의 의미를 너무나도 잘 살려낸 마우스북페어라, 다양한 우정의 모습을 기록해 본다.
와글 팀 내의 우정
우리의 미니북들
기대님과 두두님은 밑미를 통해서 글 쓰며 친해진 메이트 분들이다. 작년에 각자의 첫 책을 낸 '와글'팀으로 퍼블리셔스테이블에 함께 나갔었고 이번 연도에는 두두님의 권유로 기대님과 내가 합승하여 '리틀 와글'로 마우스북페어에 갔다. 두두님께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페어인데,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서로가 쓴 글을 읽다 보니 남들에겐 하지 않을 내밀한 이야기를 아는 가까운 사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서로의 나이나 실명도 (알긴 알지만 실명으로 불러본 적 없음) 알지 못하는 신기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셋이서 작은 0.5 부스를 운영하여서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는데, 덕분에 둘둘이 나누어 페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기대님과 첫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했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창작자님들의 창작물에 대한 진심에 감동을 먹어 흥분한 상태였는데, 누군가와 창작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새롭고 자극이 되는 일이라 계속 눈이 반짝였다.
작가님들과의 우정
마니또라니...!!
자그마한 0.5 부스를 완성시켜 주는 바로 옆자리 0.5 부스의 챈들러 작가님과의 우정이 제일 먼저 기억난다. 와글팀 셋이 돌아가면서 챈들러 님을 괴롭히고 웃기고 했는데, 너무나도 다정하게 잘 받아주시고 우리를 궁금해하시고 또 얘기를 들어주셔서 부스를 지키는 시간이 즐거웠었다. 나도 미드 프렌즈를 너무 좋아하는데, 챈들러를 좋아하셔서 그 이름을 쓰시게 된 것도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 챈들러 님은 나중에도 뵙고 싶다.
또 이번 북페어를 통해서 알게 된 몇몇 작가님들이 있다. 쌍방 마니또가 되어버린 아이레님이나, 같은 덕후로써 먼저 말을 걸어주신 소운님, 마우스크루이시면서 작가님이시기도 한 연정님, 그리고 덕질로 알게 되었는데 각자의 독립 출판물로 북페어에서도 마주치게 된 덕선 님까지! 이번 북페어 이후에도 왠지 또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분들을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구매자분들과의 우정
예절샷♡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는 덕질계정에 부산에 내려갈 계획을 올렸다. 너무 부스가 비어있으면 그러니깐 ㅜㅜ 오셔서 아는 척해달라고 조금은 질척였던 것도 사실... 서울에서 북페어 할 때는 오겠다고 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부산에는 1-2명뿐이라, 사실 큰 기대하지 않고 내려왔었다. 그런데 그 글을 보고 찾아와 주신 팔로워분들이 몇 분 계셨다.
정말 내가 뭐라고 맛난 걸 사들고 오셔서 책도 사주시고 인사해 주시고 아는 척해주시는지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인을 해드리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잠시 잠깐의 대화를 나누는 것뿐이다. (다음에는 꼭 뭐라도 준비해 가야지 싶었다.) 이 분들과 나는 이제 우정을 쌓고 친구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이기 때문에 부산이어서 뵐 수 있는 분들이라서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우연히 왔다가 사주신 분들 중에서는 덕후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사신 분도 있었다. 본인이 하는 일에 그것을 활용해야 한다고 해서 혹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쭤봤더니 '최애적금'을 기획하셨다고 했다. 너무 신기하고 놀랐다. 나는 이 적금으로 최애가 군대 가 있는 동안 돈을 모아서 얼마 전에 팬사인회에 가서 이 책의 존재를 알려주고 왔는데...! 감사한 마음과 운명적인 만남을 놀라워하면서 힘을 불어넣어 드렸다. 계속해서 좋은 기획을 부탁드린다고 :)
마우스북페어와의 우정
두두님과 기대님에게 계속 "우리 내년에도 여기 또 오자"고 말했다. 프랭코 님께는 내년에도 꼭 해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원래 미래를 약속하는 일에는 많이 주저하는 성격인데, 그만큼 진심이었다.
북페어라는 것이 본디 열어주는 것 자체로 제 역할을 다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어디에다가 책을 전시하기도 어려운데, 독립출판물을 등록할 수 있는 인디펍이란 플랫폼이 그 자체로 고맙듯이. 마우스북페어는 그냥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참가자들을 모아 책을 펼칠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 이미 역할을 다 한다.
그런데 이곳은 자꾸만 뭔가를 더 주는 독특한 곳이었다.
행사를 준비하다가 보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과 현장에서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들로 나뉜다. '좋은 행사'란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로 하고,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외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준비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주최자는 집중력이 분산되고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우스북페어는 '현장에서의 일'을 일부러 만들어낸, 어려운 길을 선택적으로 행했던 페어이다. 사전에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현장에서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기획하면서 본인들은 힘들지만, 받는 사람은 감동받는 엄청난 다정과 배려를 보여주셨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 주최자의 편지
- 사전에 준비할 수 없는 것: 각 부스 창작자들의 사진이 함께 들어가 있는 편지
-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 마니또 이벤트 편지와 내용물
- 사전에 준비할 수 없는 것: 마니또를 뽑고 서로에게 지령을 전달하는 시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 마우스크루가 창작자들에게 보낼 편지지
-사전에 준비할 수 없는 것: 각 창작자의 특성에 맞는 내용으로 적은 손 편지
이것은 진짜 일부일 것이고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지, 준비하는 기간과 부산에 가 있는 시간 내내 놀랐다. 4층 동선을 고려해서 둘째 날 부스 동선을 바꾼 일이라든지, 행사 종료 이후의 어수선함을 줄이기 위해 오전에 미리 단체사진을 찍기로 변경하는 선택 등. 발 벗고 희생하겠다고 마음먹지 않는 이상 하기 어려운 선택들이 무수했다.
그래서 나는 이 우정과 사랑에 가장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 우정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었고, 더욱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고단해도 웃는 스태프들 덕에 나도 웃으면서 있을 수 있었다. 자연스레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마우스북페어에 감사하다.
스태프분들과 주최자 모두에게 감사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부디 아프시지 않기를, 너무 무리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어떠한 형태로 이 노력이 돌아올지는 알지 못하지만, 마우스북페어가 더욱 흥하고 잘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보상이지 않을까 싶다.
두두님께서 왜 이렇게 이 북페어를 오고 싶어 했는지 이제는 알겠다. 이 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영광이다 :)♡ 앞으로도 오래오래 해주세요 마우스북페어!! 감사합니다. 부디 내년에도 볼 수 있길!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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